칼 라르손의 나의 집 나의 가족
칼 라르손 지음, 폴리 로슨 외 글, 김희정 옮김 / 알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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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삽입된 에세이 때문에 화가 다 날 지경이다. 칼 라르손의 <나의 집> 번역본에 왜 뜬금없는 분의 에세이를 집어넣은건지. 전체 구성과 맞지도 않는 내용에 페이지 할애를 너무 많이해서, 대체 이게 뭔가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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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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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인간에 대한 기억은 어디까지일까.」

           - <엄마를 부탁해> 중 - 

 

이 책은 부쩍 울음이 많아진, 깊게 잠들지 못하고 깨서 뛰쳐나가 숨곤 하는, '아버지'의 낯선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 딸의 시선으로 전개 되는 이야기다.

 

돌림병과 전쟁을 겪으며 양친과 형들을 잃은 어린 아버지는 제사를 모실 때마다 송아지에게 코뚜레를 걸어주었던 일을, 송아지가 음매 소리를 내지르며 눈물을 흘렸던 일을 생각했다고 했다. 이 집이 자신의 코에 구멍을 뚫고 코뚜레를 걸어 놓아서 자신은 이제 이 집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온전하게 자신의 인생만을 살아낼 수 없었던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의 생을 되짚어 가는 과정을 통해, "살아냈어야"라는 말의 절실함과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벗어나고 싶었던 책임들 속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며 헤메였던 젊은 아버지를 뿌리내리게 한 것은 자식들과, 그들에 대한 애틋한 책임감이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내게는 황송한 내 자식들"이라는 말에는 가슴을 베인 기분이다.

 

"더 바랄거시 없다"는 말을 듣고 자란 자식의 삶이 단단하지 않을리 없다. 고되고 지난했던 그의 삶이 뿌리내려 맺은 열매들은, 그들의 뿌리를 때떄로 떠올릴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명치께가 뜨끈해지는 것만 같다.

 

아버지는 겨우 열네살에 부친에게 물려받은 위패를 모셔놓고 제사를 지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송아지의 코를 뚫어 코뚜레를 걸었을 때 송아지가 허공을 향해 음매 소리를 내지르며 눈물을 흘리던 것을 생각했다. 이 집이 자신의 코에 구멍을 뚫고 코뚜레를 걸어놓아서 자신은 이제 이 집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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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를 찾아서 - 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아동문고 98
이지은 외 지음, 유경화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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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욕망이 어른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일을 바꾸고 싶은 마음, 아름다움을 동경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동물의 자유, 도덕적 딜레마, 아날로그로의 회귀 등은 아이와 어른을 막론하고 한 번쯤 머릿속으로 떠올려 봤던 것들이니까요. 흘려버린 생각들이 활자가 되어 이야기로 형체를 갖추면 아마 <고조를 찾아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인공도 배경도 천차만별인 이야기들은 익숙한 듯 낯설고 흥미진진 합니다. 마치 입 안에 넣고 굴린 팝핑사탕의, 익숙한 사탕의 단 맛과 더불어 토토톡 튀어오르는 신기한 식감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하는 문제들이 과학 소설의 무한한 상상력과 만나 만들어진 이야기들 속에는 현재 우리의 고민들이 담겨 있습니다. 개인의 고민거리이면서 동시에 사회 구조적 문제이기도 한 소재들을 전면으로 내세워 재구성한 이야기들은 자체로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줍니다. 혼자 읽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읽고 해당 문제에 대해 토론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더불어 주 독자인 아이들의 책 읽는 호흡을 고려한 이야기의 길이와 구성 또한 돋보입니다.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단편들을 매개로 경험해보지 못한 환상적인 배경과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지금 우리가 가진 문제는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흥미롭게, 어른들은 좀 더 고민하며 읽게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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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 사계절 중학년문고 36
우미옥 지음, 차상미 그림 / 사계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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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 -가족, 친구, 선생님- 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되는 다섯가지 짧은 이야기들은 아이들만의 세밀하고 예민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가정의 모습과 형태, 친구 간의 시기와 질투, 화해와 반성, 이별과 추모, 엉뚱한 상상까지 다양하게 확장되고 구성 된 이야기들은 마치 또래 아이의 일기장을 읽고 있는 듯한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아이를 통해 삶을 배우는 기분이다.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거나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은 부끄러움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는 일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각자의 문제들 앞에서, 고민하면서도 외면하지 않고 나름의 해결을 모색하려 한 발을 내 딛는 모습을 보여준다. 품 안의 아이가 자신의 세상에서 부딪히며 다투며 화해하며 웃으며 그렇게 한 뼘씩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의 용기와 성장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의 시간을 지나 온 어른들에게도 작은 몸으로 큰 마음을 담고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이를 '작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어쩌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리고 섬세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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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 사계절 중학년문고 35
정은숙 지음, 이주희 그림 / 사계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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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날부터 내 이름을 '오드리'로 정했어.]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정한 강아지라니. 엉뚱하고, 솔직하며 정의롭고 주체적인 오드리에게서 작은 인간인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같이 살고 있는 식구들과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앞장서서 좌충우돌 해결 해 가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응원이 절로 나온다. 암행어사 박문수의 수행견의 후손이라는 가문의 배경은 오드리의 이런 탐정 활동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들리는대로 이야기하는 엉터리 사자성어에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누군가의 어려움과 부당함에 기꺼이 잔망진 머리를 보태는 오드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범인을 찾고 난 후(사건이 해결 된 후) 배우게 된 점이나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오드리의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 번쯤 고민해 본 일들이 강아지 탐정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지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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