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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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인간에 대한 기억은 어디까지일까.」

           - <엄마를 부탁해> 중 - 

 

이 책은 부쩍 울음이 많아진, 깊게 잠들지 못하고 깨서 뛰쳐나가 숨곤 하는, '아버지'의 낯선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 딸의 시선으로 전개 되는 이야기다.

 

돌림병과 전쟁을 겪으며 양친과 형들을 잃은 어린 아버지는 제사를 모실 때마다 송아지에게 코뚜레를 걸어주었던 일을, 송아지가 음매 소리를 내지르며 눈물을 흘렸던 일을 생각했다고 했다. 이 집이 자신의 코에 구멍을 뚫고 코뚜레를 걸어 놓아서 자신은 이제 이 집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온전하게 자신의 인생만을 살아낼 수 없었던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의 생을 되짚어 가는 과정을 통해, "살아냈어야"라는 말의 절실함과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벗어나고 싶었던 책임들 속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며 헤메였던 젊은 아버지를 뿌리내리게 한 것은 자식들과, 그들에 대한 애틋한 책임감이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내게는 황송한 내 자식들"이라는 말에는 가슴을 베인 기분이다.

 

"더 바랄거시 없다"는 말을 듣고 자란 자식의 삶이 단단하지 않을리 없다. 고되고 지난했던 그의 삶이 뿌리내려 맺은 열매들은, 그들의 뿌리를 때떄로 떠올릴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명치께가 뜨끈해지는 것만 같다.

 

아버지는 겨우 열네살에 부친에게 물려받은 위패를 모셔놓고 제사를 지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송아지의 코를 뚫어 코뚜레를 걸었을 때 송아지가 허공을 향해 음매 소리를 내지르며 눈물을 흘리던 것을 생각했다. 이 집이 자신의 코에 구멍을 뚫고 코뚜레를 걸어놓아서 자신은 이제 이 집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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