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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맛
김유경 글.그림 / 이야기꽃 / 2015년 12월
평점 :
이 가을, 꼭 함께 읽었으면 하는 그림책으로 김유경 작가의 <바람의 맛>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계절 따라 자연에서 거둔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다시금 자연에 저장하는 선순환구조를 가진 우리네 음식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론, 마냥 풍요로운, 따스해서 노곤하기까지한 책 표지 그림이 좋아서, 평소와는 다르게 굳이 서점 다섯 군데쯤 꾸역꾸역 전화를 돌려 어렵게 구한 책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먹어왔던 음식이었으면 좋겠고, 또 가능하면 다양한 맛을 담고 싶었다는 작가님이 고른 음식은
『된장(간장), 감자떡, 장아찌, 곶감, 도토리묵, 홍어, 김장김치』
이렇게 일곱가지로, 한 해 동안 계절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자연의 모습과 더불어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도 달라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들이 너무나 예쁘고,
입말로 노래하듯 적어내린 글밥도 곱거니와,
도란도란 가족들의 모습도 흐뭇하고,
수확하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재료에 관한 정보들도 알차다.
하지만 단연 일품인 것은 작가님의 '유머코드'. 그리고 그 속의 '휴머니티'다.
깨알 같은 리얼리티의 화려한 시골패션에 빵 터지고, 평생 캐서 이제 캐기 싫다며 감자 캐는 날 홀연히 사라진 할아버지의 모습에 또 웃음이 터진다.
나와 맞는 유머코드는 읽는 즐거움을 주고, 가족들 사이에 오가는 소소한 유머들은 현실적인 웃음이 된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보면, 무언가를 키워내고 누군가를 먹이는, 고단하고 지난한 두 가지 일들이 가족을, 삶을, 영위하게 하는 근본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