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 - 이명옥 관장과 함께하는 창의적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시공아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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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무렵이면 해외의 유명 작가나 이름난 미술관의 기획전이 열리곤 한다.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가기 전에 엄마는 작가와 그림에 대해 공부한다. 때로는 미리 도록을 구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은 짧은 지식이 전부이니 늘 아쉽다.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가는 이유는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고 풍요로운 정서적 경험을 하고 작가의 시선을 빌려 다른 시각을 갖도록 하고 싶어서인데, 아이와 엄마는 숙제하는 기분으로 미술관을 찾는다.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하는지 아이도 엄마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그토록 반가웠나 보다.

 

미술의 세계는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 일들로 가득한가!(p101)

이 책은 미대 교수이자 미술관 관장인 저자가 마치 아이에게 이야기하듯 썼고 경어체로 되어있다. 평이하고 따뜻한 글은 아이와 함께 소리내어 읽기에도 편하다. 작가는 자신이 알고 느꼈던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준다. 이미 작품속에 있지만 너무 사소해 보여서 놓친 것을 재발견하게 한다. 시각이라는 감각으로는 볼 수 없는 소리와 리듬, 속도 등을 경험하게 한다. 예술가들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이용해서 창조해 낸 낯선 일상을 통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그림자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p79)

이 책은 미술 작품을 설명하면서 그림의 일부분을 확대해서 보여주고, 그 작품의 영향을 받은 영화 포스터나 다른 작가들의 작업도 함께 소개한다. 단선적인 작품 설명글이 아니라 마치 미술 작품의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작품속에 등장하는 그림자에 대한 소개다. 에드바르 뭉크의 <사춘기>, 조르조 데 키리코의 <거리의 우수와 신비>, 샘 테일러 우드의 <브람 스토커의 의자 >라는 작품을 통해서 전면에 있는 대상의 뒤로 표현된 그림자가 가진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질문의 도구가 되어주었다.

 

예술가는 심성에 진동을 일으키도록 하기 위해서 건반을 두드려 연주하는 손이다.(p98)

눈부신 햇빛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자를 이용하고, 속도감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임과 정지라는 두 동작을 대비시키고, 더 강렬하고 선명한 색상을 위해 보색 대비를 이용했다는 내용에서는 이 세상의 존재 방식 또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망원경적 시각과 현미경적 시각이라는 표현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미술품 관람을 통한 예술적 체험과 작품에 대한 안목을 갖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새와 벌레의 시선으로 일상을 낯설게 볼 수 있는 것 역시 예술적 경험 아닐까. 비록 예술가의 손을 갖는 것은 어렵겠지만 예술가의 마음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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