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카스트
스즈키 쇼 지음, 혼다 유키 해설, 김희박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는, 때때로 들려오는 학교 폭력과 왕따 사건, 그로 인한 어린 생명의 자살 소식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내 아이가 언제 피해자가 될지 가해자가 될지 알 수 없기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엄마는 알 수 없는 아이만의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을 사정과 실상이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들의 세상을 이루는 틀은 과연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p7. 학교라는 가장 기초적인 사회집단에서부터 '지위의 차별화'가 공공연하게 유발되고 지속된다면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종차별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 책을 통하여 우리가 알게 모르게 길들여져 왔던 계급사회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프롤로그 에서)

 

브라만 vs 수드라

 교실 카스트는 일본의 대학원생 논문을 일반인이 읽을 수 있도록 출판한 책이다. 이 글의 주제가 충분히 대중적이고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어서 이렇게 우리나라에까지 번역될 수 있었나 보다.

저자는 이지메와는 구별되는, 교실안에서 이루어지는 그룹별 서열 매기기에 주목하고 아이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표현을 카스트라고 한 것은 아마도 지위간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명명한 것 같다. 저자는 학급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일어나는 입김이 센 상위 계층 아이들과 소외 받는 하위 계층 아이들간의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관계를 보여주고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vs 컵받침

결속력과 영향력을 가진 상위 그룹 아이들은 컵이 되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특권을 누리는 반면, 컵 주변으로 모여들어 컵받침을 이루는 하위 그룹 아이들은 상위층에 대한 공포심으로 교실을 같이 생활하기 괴로운 곳으로 느끼기도 한다. 학교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무시 당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권리가 그 아이들에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은 학교에 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새롭게 의문을 제시하고, 꼭 학교일 필요는 없다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넌지시 말한다.

 

권력 vs 능력

교사들과 학생들 모두 교실내에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교실 카스트를  권력의 차이라고 인식하고 교사들은 교실 카스트를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게 다를 뿐이다. 그래서 때로 교사는 상위 그룹을 이용하기도 하고 꼭 있어야 할 존재로 받아들인다. 하위 그룹 아이들에 대해서는 의욕과 노력이 없고 장래가 불안한 아이들이라고 판단한다. 저자는 그런 교사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 신중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을 덮은 후 내 아이의 교실 모습은 어떤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서로 친한 친구들끼리 무리지어 어울리지만 서열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지만 또 다른 불안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는 것은 왜 일까? 줄 세우기, 정글과 같은 무한경쟁, 입시제도처럼 학교와 관련된 문제는 더 복합적이고 구조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결국 교실 카스트의 문제도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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