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 이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견문록은  보고들은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 숨쉬는 듯한 숨결이 느껴지는 견문록을 한편 읽는다는 건 실록이나 역사서에서 빠트리기 쉬운 소소한 사실들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결코 딱딱하거나 어지러운 시대상황에 얽매이지 않는 시선으로 쓰여진 책이라면 독자에게 더욱 독특한 맛을 선사할 것이다.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은 그런 책이다. 19세기 말 노처녀(?)로 의료선교 활동을 위해 조선에 온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체험담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신혼여행지로 떠난 황해도, 평안도의 풍경 들은 그간 우리가 알기 어려웠던 조선 후기 민중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언더우드 부인이 체류했던 그때가 '늙은 조선'의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서구 열강들의 끝없는 식민 야욕과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 침탈까지를 지켜보았던 그녀에게 있어 조선은 나약하고 서글픈 나라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조선을 바라보는, 그 속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조선 민중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이 자못 슬프다.   

 

언더우드 부인이 조선을 바라보는 관점은 조선사람을 '원주민'이라고 지칭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선교사가 되어 종교적 신념에 의해 온 나라지만 조선은 그녀에게 있어 불결하고 미개의 땅이었음은 분명할 것이다. 조선 여자들은 대체로 아름답지가 않다. 슬픔과 절망, 힘든 노동, 질병, 애정의 결핍, 무지 그리고 흔히 수줍음 때문에 그들의 눈빛은 흐릿해졌고 얼굴은 까칠까칠해졌으며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29쪽 인용) . 그런 까닭에 그녀의 눈과 마음이 우리 역사(그 속에는 고난한 우리 민중의 삶과 민족성)의 치부를 속속들이 드러낸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역사가들이 쉽게 다루려 하지 않았던 냄새나고 누더기인 조선 민중의 정서를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건드리고 있다. 우리 민족의 생활과 얼이 반듯한 모습으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독자라면 그녀의 시각에 분명 반감이 갈 것이다. 그렇지만 담담하게 그려낸 그녀의 기록들을 따라가다 보면 당혹감에서서 점점 '그땐 그랬을 거야'라는 동조감마저 생기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역사는 기록되어지고 있다. 이 책은 분명 가치관과 문화적 관점이 전혀 다른 서양 여자의 시선에 비친 조선의 모습이라 한편으로 생경하다. 그렇지만 그것도 우리의 모습이다. 비록 나약하고 초라하기까지 한 늙은 조선의 모습을 여과없이 담았더라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기록인 것이다. 색다르게 역사를 서술하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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