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호리병박의 비밀 작은거인 11
장톈이 지음, 김택규 옮김, 왕지성 그림 / 국민서관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나에게도 가난했지만 지나고 나니 아련하게 떠오르는 어린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의 밭에서 무를 빼 먹기도 하고 산에서 산딸기 등을 따먹어도 허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라면땅을 먹고 싶다 통닭을 먹고 싶다 자장면을 먹고 싶다' 이런 저런 생각 마디마디에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를 내고 안달을 부렸지만 그런 소원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월트 디지니 사에서 영화로도 제작된 <요술 호리병박의 비밀>은 거짓말을 못하는 정직한 아이 왕바오가 낚시를 하다 말도 하고 사람의 마음도 읽고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들을 이루어주는 요술 호리병박을 가짐으로써 시작된다.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행복을 가진 왕바오는 예전처럼 평범한 친구들과 같이 놀기도 어려워졌고, 마음먹은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지만 정작 본인의 힘으로 이루었을 때 느끼는 보람과 재미를 빼앗긴다. 머리가 텅비워 생각할 수 없고 명령에만 따르고, 자기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갖다줄 수 있는 능력만 가진 요술 호리병박과의 만남에서 왕바오는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결실만이 기쁨을 준다는 걸 느낀다.

 요즘 물질적 우선시 되는 사회에서는 노력하지 않고 쉽게 이루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만 벌 수 있다면야, 출세만 할 수 있다면야 정신적으로 망가져도 하고 보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그 결실들이 다른 사람의 노력의 대가를 훔쳐오는 것이라면 과연 무슨 가치가 있으며, 힘들게 노력한 과정도 없이 결과만 좋게 바라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요술 호리병박의 비밀>은 판타지 동화라는 탓도 있겠지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왕바오가 한나절에 꾼 꿈이었다고 하기에는 요술 호리병박과의 만남이 아쉬워진다. 꿈에서야 뭔들 바라는 대로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하나정도는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게 해 주는 요술 호리병박과의 만남이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서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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