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 쏙 과학사 - 한 컷마다 역사가 바뀐다 한 컷 쏙 시리즈
윤상석 지음, 박정섭 그림, 정인경 감수 / 풀빛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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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는 수천 년에 걸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그런 방대한 과학사(科學史)를 단 ‘한 컷’의 이미지와 단 ‘한 쪽’의 텍스트로 ‘쏙’ 정리한다고?!


한 컷마다 역사가 바뀐다!

‘한 컷’ 이미지와 텍스트로 ‘쏙’ 정리한 한 컷 쏙 과학사!


〈한 컷 쏙 과학사〉가 강조한 이 말이 무척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게 과연 가능하겠나???

그런데 가능했다!


“과학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발전했고, 인류의 긍금증은 하나둘 풀려 갔어.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는 학문을 과학사라고 해.

과학사에는 새로운 과학 발견이나 이론이 나오기까지 노력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있어. 이 책에서는 그 이야기 중 매우 중요한 사건 60가지만을 골라냈지.

과학사를 이끌어 온 중요한 사건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p5)


이 책에는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과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 그만큼 중요한 과학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많이 강조되고 많이 회자되어 우리들이 잘 알고 있게 된 것이리라.


그중 첫 번째 이야기로 과학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 이야기(p11)와 함께 천동설이 등장한다.

“하늘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제5원소 ‘에테르’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 에테르는 지구의 중심을 도는 원운동을 하므로 하늘의 태양과 별도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했어. 이것이 바로 천동설이야.”(p11)



이 뒤로 아르키메데스, 프톨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케플러, 토리첼리, 보일, 로버트 훅, 뉴턴, 에드먼드 핼리, 린네, 라부아지에, 볼타, 돌턴, 패러데이, 제임스 줄, 다윈, 파스퇴르, 맥스웰, 멘델, 헤르츠, 뢴트겐, 베크렐과 마리 퀴리,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베게너, 토머스 모건, 하이젠베르크, 에드윈 허블, 왓슨과 크릭 등 잘 알려진 과학자의 이야기들이 정말 한 컷의 함축적 그림과 한 면의 텍스트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물론 이 책에는 이제껏 처음 들어본 과학자 이름들도 많이 나온다. 잘 모르는 과학적 사실들도 거론되어 있다.


‘과학을 안다’라고 말해도 될 어른들도 과학을 접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과학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익숙한 과학자 이름이라도 나오면 아는 척이라도 하겠건만,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 나온다면 당황스럽다. 어른도 이런 상황인데, 〈한 컷 쏙 과학사〉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책이다!


나는 또다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과연 가능하겠나???

그런데 가능했다!


막상 〈한 컷 쏙 과학사〉를 읽어보니, 과학 이야기가 생소한 어린이 독자를 비롯하여 과학이 어렵게만 느껴지고 과학적 지식이 제대로 학습되어 있지 않거나 괜히 ‘과학은 어렵다’면서 등 돌리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과학 분야와의 ‘거리감’을 줄여줄 수 있는 획기적인 책이다.




〈한 컷 쏙 과학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 그림 한 컷, 텍스트 한 면 구성이다.

한 컷의 그림 속에 과학자와 그의 업적, 복잡한 개념 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되어 있고, 한 면에 쓰여 있는 텍스트만으로도 과학사에서 일어난 중요한 일, 과학의 다양한 측면 등을 간접 경험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2. 그림과 텍스트가 펼침면 그대로 읽을 수 있게 배치되어 있다.

이 책 〈한 컷 쏙 과학사〉는 “8세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다. 그래서 매 페이지마다 이해를 돕는 그림이 실려 있는데, 그림과 텍스트가 펼침면 그대로 배열되어 있어서 한눈에 보기 좋았다. 주요 독자인 어린이를 배려한 것이다. 물론 어른이 읽어도 유익한 과학책이다.


3. 과학사의 주요 사건 60가지를 엄선하였다.

「차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엄선된 60가지 주요 사건이 연대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매 사건의 제목을 보면, 주요 과학자 이름과 함께 그의 업적에 관한 내용이 짧지만 이해가 쏙 되는 문장으로 쓰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제목을 뽑아낼 때 상당히 고민했을 것 같다.



4. 다양한 색상을 사용한 편집디자인이 돋보인다.

표지의 노란 색을 비롯하여 무지개색상, 혼합색상 등 다양한 색상이 책 전반에 포진되어 있다. 이처럼 책이 알록달록하여 전반적으로 지루해질 틈이 없다. 아마도 어린이를 주 타깃 독자로 하다 보니 이렇게 다양한 색상을 활용한 것 같다.

그러나 색상을 이곳저곳 덕지덕지 갖다 붙인 게 아니라, 어떤 패턴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표지 디자인이나 ‘33 파스퇴르의 생물 속생설’(P74)에서 보이듯 노랑, 녹색 혹은 다홍, 주황의 비슷한 색상 배열을 하였다. 아니면 ‘48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p104), ‘59 블랙홀 발견’ 등에서처럼 같은 색상 배열을 하였다. 또는 ‘25 돌턴의 원자설’(p58), ‘37 코흐의 탄저균 발견과 코흐 원칙’(p82)에서 보이는 보색대비를 하든지, ‘34 맥스웰의 전자기파 이론’(p76)에서처럼 돋보이는 색상을 얹어서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양한 색상이 활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의 피로도가 낮아지고, 강조할 부분이 강조되어 바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 “돋보이는 편집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5. 자연스럽게 과학사를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오랜 시간에 걸쳐 생기고 발견되거나 밝혀진 과학의 이야기들이 매 페이지별로 등장한다. 심지어 잘 몰랐던 과학자와 과학 이야기까지도 덤으로 알 수 있게 되는 수확의 기쁨도 있다.

예를 들어, 혈액 순환설을 발표한 ‘윌리엄 하비’(p23), 미생물을 관찰하고 ‘극미 동물’이라 이름지었던 ‘레이우엔훅’(p37), 마찰에 의한 열 실험을 했던 ‘톰프슨’(p55), 빛의 파동성을 증명한 ‘토머스 영’(p57) 등을 비롯한 여러 과학사의 뒷이야기들을 꼽을 수 있겠다.

이렇게 재미지게 책을 읽다보면,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과학사’를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과학 관련 상식도 풍부해질 것이다.


6. ‘전집류’가 아닌, 단 한 권짜리 ‘단행본’ 책이다.

60가지 과학사적 중요한 사건을 단 한 권짜리 단행본 〈한 컷 쏙 과학사〉를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비용적인 면에서 착하고, 지식 함양 측면에서도 무척 실속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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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컷 쏙 과학사〉는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뒤바꾼 결정적 장면'을 다룬 과학 관련 교육 콘텐츠 단행본으로, 어린이 정서와 시각에서 과학 이야기의 진액을 한 컷 그림과 한 면 텍스트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가성비 좋은 착한 지식 함양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스타일의 책. 너무 좋다.

기왕에 ‘한 컷 쏙’이라는 괜찮은 책 타이틀을 뽑아놨는데, 그냥 사장시키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판사 측에 〈한 컷 쏙~〉 시리즈 형태로 더 출판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었는데...


오호라~ 도서출판 풀빛은 “이미 다 계획이 있었다!”


8편의 〈한 컷 쏙~〉 시리즈를 이미 기획하여 조만간 낼 계획(p134)이라고 한다. 연이어서 시리즈를 낸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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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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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속에는 젊음이 있고, 성찰이 있으며, 믿음과 사랑이 있다. 특히 ‘꿈을 갖고 도전하는 스토리’가 있다. 꼭 영화로 제작되어야 할 우리 시대의 ‘추억의 힐링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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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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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는 150만 독자가 사랑한 《불편한 편의점》의 저자 김호연 작가의 신작이다. 그래서 너무 기대되는 작품이다. 어떤 이야기가 이 속에 담겨 있을까?


이 소설의 초반을 읽을 때는 주인공 ‘진솔’이 다니던 회사를 사직한 후 처한 백수 상황과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유튜버로서 인생2막을 여는 것-이 주 골격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요즘 청년고용률, 실업률을 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기저효과와 기상악화 등의 영향으로 2021년 2월 이래 37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청년층 고용률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출처 : 한국경제(2024.4.12.) ‘사라진 코로나發 기저효과…3월 취업자 증가폭 37개월 만에 최소’


그래서 ‘젊은이와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더 읽다보니, 스토리가 좀 다르게 흘러가더라.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돈 아저씨’의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솔이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를 통해 돈 아저씨를 찾아 추적하면서 행방을 찾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나의 유튜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는 돈 아저씨를 찾는 공개방송이 될 것이다.”(p50)

그럼 ‘추리소설’인가?



실제로 대학시절 돈 아저씨의 절친 권영훈을 만나 아저씨가 학원가로 갔음을 알게 되고, 이를 추리하다가 같은 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던 동료를 만나고, 지인의 도움으로 아저씨가 입사한 출판사에서 일어난 일을 출판사 동료로부터 듣게 되고, 이후 영화감독을 꿈꾸며 시나리오 작업을 하였다는 소식에 검색과 분석, 잠복 등을 거쳐 영화제작사 대표를 어렵사리 인터뷰하면서 돈 아저씨가 시나리오 계약을 했고 실제 시나리오 작업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분노의 법정〉이라는 시나리오를 함께 작업하였던 영화사 피디와 같이 잠적했다는 소식까지 알게 되었으나 그 후의 행방을 알 길이 없었는데, 뜻밖에 당시의 피디인 ‘민주영’으로부터 이메일 연락이 왔고 유튜브 생방 인터뷰에 참여하여 이후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돈 아저씨는 영화감독을 포기하고 창작한 여타의 시나리오들을 판매하여 2억 6천만 원의 수익을 냈고 그간에 장발에 수염을 기른 살찐 아저씨가 되었으며 이후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고 전해주었다.



이렇게 추리하고 연관 있는 사람을 찾아 만나며 돈 아저씨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돈 아저씨의 청년시절부터 최근(2019년)까지 겪어온 삶을 알게 된다. 그럼 ‘액자소설’인가?


소설 《나의 돈키호테》는 형식상 ‘액자소설’이기도 하고, ‘추리소설’의 얼개를 빌려 서술하기도 하였지만, 그 기저는 따로 있다.


바로 추억의 힐링 소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돈 아저씨’와 ‘돈키호테 비디오’, 그리고 ‘라만차클럽’이 있다.


진솔이 중학생일 때인 2003년, 돈키호테 비디오에서의 진한 추억이 있다. 당시에 솔이는 ‘혼자’라는 고민을 하던 중2였다. 솔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솔이네 가족이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 오게 되면서 대전살이가 시작되었는데, 치킨집을 운영하느라 부모님은 바빴고 언니는 유학을 떠나 없었으며, 오빠는 고3이었기에 솔이는 늘 외톨이라 여겼다. 하지만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돈 아저씨와 일명 ‘라만차클럽’ 회원들-돈키호테 비디오를 아지트 삼아 뭉쳤던 솔이, 한빈, 성민, 대준, 새롬-과 함께 하면서 그 시절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보낸 시간이 대전에서 지내며 가장 즐거운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p27)


그리고 솔이는 대학 졸업 후 ‘노마드 엔터웍스’라는 여행 관련 영상콘텐츠 제작사에서 일하다가 피디로 승진하고 〈도시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는데 예상외로 인기를 끌게 되었으나 그에 관한 스포트라이트는 메인 피디와 제작사 대표가 받는 꼴이고, 실제 기획자인 솔이는 까임을 당하였고 퇴사하였다. 2018년 직장을 사직하고 대전으로 내려온 뒤, 백수가 되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추억 속의 돈키호테 비디오와 돈 아저씨는 솔이에게 유튜버로서 인생2막을 열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고 힐링이 되어주는 매개로 작용한다.


같은 라만차클럽 일원으로 항상 솔이와 티키타카하였던 한빈은 외적으로 밝고 명랑해보였으나, 사실은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돈 아저씨의 본명은 ‘장영수’이고 한빈은 ‘장한빈’. 즉 부자지간이다. 서강대 법대 출신이지만 학생운동으로 인해 취업이 마땅치 않았던 돈 아저씨는 결혼하고 한빈이 태어나 경제적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학원 강사로 일하였지만 학원 내 부조리에 맞서다가 강사일을 그만두고, 출판사로 옮겨갔으나 대리번역 사건을 고발하며 맞서 싸우다가 퇴사하는 등 일련의 일들로 인해 한빈의 부모는 이혼하고 한빈은 성장과정 중에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왔다고 한다.


대준이도 학창시절에 왕따를 당하였는데 돈 아저씨와 라만차클럽 덕을 많이 봤다고 한다. 이후 성인이 되어 부산에서 가정을 이루고 분식집을 경영하게 되었는데, 돈 아저씨가 자주 만들어주었던 일명 ‘돈볶이’ 레시피를 돈 아저씨에게서 받아 메인 메뉴로 내놓고 있다 했다.



그랬던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였는데, 그곳은 비었고 그 자리에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돈 아저씨도 없었다. 한빈의 말에 의하면, 돈 아저씨-한빈의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다. 건물 지하실에 비디오가게 간판과 집기들이 보관 중이었다. 그리고 라만차클럽 회원들도 ‘어떤 사건’을 계기로 모두들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그렇게 15년이 흘렀던 것.


솔이는 그때 그 시절 아저씨의 추천으로 읽어본 책과 보았던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였고, 동시에 행방을 알지 못하는 돈 아저씨를 찾는 과정이 ‘돈키호테 비디오’ 채널을 통해 송출되면서 흩어졌던 라만차클럽 회원들과 연이 닿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유튜브 채널의 초기 구독자 수가 증가하기도 하였다. 돈 아저씨에 관해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준 선한 증언자들-출판사 동료 김승아, 영화 제작사 민주영 피디-의 용기있는 행동 덕분에 혹여 끊길 수도 있었던 추적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노력들이 가상했던지, 처음에 유튜버 활동을 반대했던 솔이 어머니도 넌지시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돈 아저씨를 찾고야 만다!


그런데 왜 장영수는 돈 아저씨(돈키호테 아저씨)가 된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 주인이기 때문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숨은 뜻이 있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그 이유를 은연중에 발견할 수 있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아저씨는 왜 세상을 바꾸겠다고 애쓴 거예요?”(p313)


“난 그냥 약한 사람이 고통받는 게 싫었어.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엄마 때리는 것도 못 참았고, 돈 좀 있다고, 관에 빽 있다고 가난한 집 괄시하는 놈들도 못마땅했고. 그래서 대학 가서도 그런 데 나섰던 거 같아. ... 좋게 말하면 의협심 넘치는 투사고 나쁘게 말하면 현실감각 없는 몽상가였지. 그러다가 만난 책이 《돈키호테》였단다.”(p314)


이렇게 솔이와 돈 아저씨 간의 대화는 318페이지까지 이어진다. 이를 통해 돈 아저씨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고, ‘돈키호테’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돈키호테가 되고자 했던 돈 아저씨는 결국 새롭게 변신을 하고 자유공화국(República Libre) 바라타리아(Barataria)’을 이룩한다!(p267)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될 거다. 여기 바라타리아는 자유에 목마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될 거라고.”(p285)



《나의 돈키호테》는 총 5부로 나뉘어 있다. 돈 아저씨를 찾기까지 벌어지는 이야기가 1~3부까지이고, 4부 〈태양의 나라〉에서는 돈 아저씨의 주선으로 ‘라만차클럽’ 2기를 결성하여 스페인으로 떠나는 낭만적인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이고, 이해와 화합의 내용이며, 왜 이 소설이 ‘힐링 소설’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5부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는 4년 후 2023년의 상황을 그린 에필로그 성격의 마무리이다. 특히 돈 아저씨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잔잔하지만 가슴 뭉클하게 보여준다.





《나의 돈키호테》를 읽다가 기억에 남는 문구들이 있어서 인용해본다.


“이 좁은 공간에서 사지를 웅크리고 궁리한 끝에 도달한 결론은, 부주의가 부른 불운이 쌓이고 쌓여 불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쉼 없이 달려온 삶의 커리어가 한 방에 무너지고 나서야 내 것이 아닌 것에 최선을 다했다는 걸 깨달았다.”(p15-16)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했지 내 몫을 챙기는 데 부주의했고, 영악하게, 때론 고약하게 굴면서라도 나를 지켰어야 했다.”(p16)


“마침표가 되기보단 쉼표가 되겠다고.”(p16)


“자기 콘텐츠를 갖는다는 건 자기를 믿는 것이다.”(p30)


“누가 알아준다고 모험을 떠나는 건 아니란다. 나만의 길을 가는 데 남의 시선 따윈 중요치 않아.”(p47)


“‘너희들이 억압받고 상처받더라도 그건 너희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까 진짜 삶을 굳세게 살아라’라고 응원해 준 거라는 걸 저는 이제 깨달았습니다.”(p62-63)


“고행의 기회. 여러분의 고행의 기회는 언제였나요? 아니면 언제 그 고행의 기회를 잡을 건가요?”(p89)


“솔아. 너는 꼭 모험을 떠나길 빈다.”(p102)


“지식인은 많이 배운 사람이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세상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p180)


“솔아. 사람은 평생 자기를 알기 위해 애써야 해.”(p293)




《나의 돈키호테》를 읽어본 독자로서, 내가 만약 영화계 관계자라면 분명 《나의 돈키호테》를 영화화할 것 같다. 이 책 속에는 세대를 초월한 우정이 들어있고, 레트로풍의 소재와 설정들이 인상적이다. 수년전에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시켜주었던, 영화 《써니》가 그랬고 영화 《건축학개론》이 그랬으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랬다.


그리고 《나의 돈키호테》 속에는 젊음이 있고, 성찰이 있으며, 믿음과 사랑이 있다. 특히 ‘꿈을 갖고 도전하는 스토리’가 있다.



저자 김호연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다.

“요즘 다들 좀 움츠려 있잖아요. 돈에 찌들어 있기도 하고…. 돈키호테가 상징하는 게 바로 모험입니다. 돈과 상관 없이 꿈을 갖고 도전하고, 또 모험을 해도 괜찮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 시대에 이런 돈키호테의 정신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출처 : 연합뉴스(2024.5.1.) "'불편한 편의점' 성공이요? 후속작 부담감 어마어마했지요"

소설의 주요 배경은 ‘대전’이다. 대전의 유명 제과점 성심당을 비롯하여 유성온천, 엑스포 공원, 보문산, 장태산, 양지공원, 선화동, 갑천, 대전천, 두부두루치기 식당인 진로집 등 대전 구석구석의 여러 배경이 등장하여 소설의 현실감을 높여준다.


정말 이 소설이 영화화되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우리도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건드려 주면 좋겠다. 솔이가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멘트로 날린 말처럼 말이다.


“아미고(Amigo 친구) 여러분, 누구나 마음속에 돈키호테 하나씩은 있잖아요!”(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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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1~2 초판본 The World of Pooh 스페셜 박스 세트 - 전2권 classic edition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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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순진무구함, 어린아이다운 천진난만함, 너무도 자연스럽고 너무도 당연한 생각과 행동이 비쳐 보여서 기분이 무척 포근해져왔다. 어른들에게 잔잔한 경종을 울리는 것 같은 아름다바고 순수하며 맑고 재미진 이야기 퍼레이드. 소장하고 싶은 곰돌이 푸 초판본 스페셜 박스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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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1~2 초판본 The World of Pooh 스페셜 박스 세트 - 전2권 classic edition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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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곰돌이 푸’를 처음 알게 된 때는 1987년이었던 거 같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사주신 《계몽사 판 디즈니 그림명작 시리즈 60권 세트》였다. 그림이 예쁘고 귀여웠다. 스토리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책이 닳을 정도로 자주 보았고 책 속의 캐릭터를 갖고 싶은 마음에 그림으로 그려 보기도 했다. 그 중에 〈아기곰 푸와 호랑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제36권 책에 곰돌이 푸가 있고, 그때 푸를 알게 되었다. 지금도 이 책들을 소장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곰돌이 푸’는 디즈니 창작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작이 있다니!


‘곰돌이 푸’는 영국의 작가 A. A. 밀른(Alan Alexander Milne)이 집필한 동화 《WINNIE-THE-POOH》가 원작이고 무려 1926년 작이다. 그리고 ‘곰돌이 푸2’에 해당하는 속편 《THE HOUSE AT POOH CORNER》가 1928년에 출간되었다. 이번에 《곰돌이 푸 1-2 오리지널 초판본 스페셜 박스 세트》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곰돌이 푸가 이토록 오랜 기간 사랑받아왔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 밀른과 아들 크리스토퍼는 런던동물원을 자주 찾았는데, 아들이 유독 위니(Winnie, 캐나다 흑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밀른은 위니를 모델로 아들이 가진 테디 베어 인형에 이름을 붙였고, 아들에게 읽어줄 잠자리 동화를 지었다. 이후 친구인 일러스트 작가 E. H. 쉐퍼드(Ernest Howard Shepard)에게 삽화 그림을 부탁하여 1926년에 책으로 펴내면서 곰돌이 푸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한다. 그렇게 곰돌이 푸 동화가 유럽에서 크게 성공하자, 디즈니 사의 월트 디즈니는 이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어 하였다. 그래서 디즈니는 1961년에 원작 판권을 획득하고는 단편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와 꿀나무〉(1966년)를 발표하였는데 크게 흥행하여 미국 어린이들이 곰돌이 푸에 열광하게 되었고, 두 번째 단편 〈곰돌이 푸와 폭풍우 치던 날〉(1968년), 세 번째 단편 〈곰돌이 푸와 티거〉(1974년)까지 흥행하게 되었다. 이후 디즈니 사는 세 개의 단편을 엮고 몇 몇 장면들을 추가하여 1977년에 장편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의 모험(The Many Adventures Of Winnie The Pooh)〉을 개봉하였다.




이렇게 A. A. 밀른의 ‘곰돌이 푸’는 동화로도, 미디어 믹스로도 성공을 거둔 세계적인 캐릭터로 발돋움하였고, 지금껏 오래도록 사랑받는 최고의 인기 콘텐츠가 되었다.




이번에 새로 발간된 《곰돌이 푸 1-2 오리지널 초판본 스페셜 박스 세트》는 곰돌이 푸 시리즈 책 2권과 그림 포스터 2종, 삽화 스티커 2종이 함께 들어 있는 구성이다. 책은 1, 2권 모두 하드커버에 크라프트지(kraft紙) 소재의 겉표지가 인상적이다.


이제껏 나는 ‘곰돌이 푸’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동화 원작의 원제는 《WINNIE-THE-POOH》였다. 크리스토퍼 로빈의 테디 베어 인형에 ‘위니(Winnie)’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경위는 알게 되었으나, ‘푸(Pooh)’는 어떻게 해서 이름에 넣은 걸까?


제1권 《WINNIE-THE-POOH》를 펼치고 읽다보니, 첫 번째 이야기에 그 이유가 나왔더라.


꿀을 좋아하는 푸는 커다란 떡갈나무 꼭대기에서 시끄럽게 윙윙거리는 소리에 꿀벌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여, 꿀을 먹으려고 나무에 오르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져서 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로빈’의 도움으로 풍선을 붙잡고 나무 꼭대기 근처 6미터 높이까지 올라갔다.


-푸 “나 어떻게 보여?”

-크리스토퍼 로빈 “풍선에 매달린 곰처럼 보여.”

-푸 “아… 파란 하늘에 뜬 조그만 먹구름처럼 보이지 않고?”

-크리스토퍼 로빈 “그다지.”(p29)



나무 꼭대기에서 벌을 맞닥뜨린 푸는 꿀벌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고는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총을 쏘아 풍선을 맞춰달라고 요청하였고, 방아쇠를 당겨 맞춘 풍선에서 바람이 피식 새어나가 푸는 둥실둥실 땅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오랫동안 풍선 줄을 잡고 있었더니 푸의 두 앞발이 굳어버려 일주일도 넘게 두 앞발을 번쩍 든 채로 지내야 했고, 파리가 푸의 콧잔등에 앉으면 입으로 바람을 푸푸 불어서 쫓아내야 했다.(p18-36)


“아마도 말이지, 그게 푸가 푸라고 불리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어.”(p36)


두 번째 이야기는 땅에 작은 구멍 출입구를 낸 집에서 살고 있는 ‘래빗’의 집에 푸가 방문하여 꿀과 연유를 대접받아 맛있게 먹고는 집에 돌아가려고 들어왔던 구멍으로 나가려고 몸을 집어넣었는데, 너무 많이 먹었는지 그만 구멍에 끼어버렸다는 에피소드이다.(p41-50)


이럴 때 보통의 어른이라면 아마도 여럿이 모여 온힘을 다해 강제로 푸를 뽑아내든가 아니면 장비를 이용해 구멍을 좀 더 파내는 등의 인위적인 방법을 모색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로빈은 이렇게 말했다.


“그럼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푸가 홀쭉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해.”(p51)


홀쭉해질 때까지 밥도 못 먹고 구멍에 낀 채로 약 일주일 동안 있게 되어 우울해진 푸를 위해, 크리스토퍼 로빈은 책을 읽어 주었다. 일주일 뒤에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의 두 앞발을 꽉 잡고 그 뒤로 래빗, 래빗의 친구들과 친척들이 줄줄이 붙들고 서서 힘껏 잡아당겨 푸를 자유의 몸이 되게 해주었다.



세 번째 이야기는 푸가 우연히 발견한 동물 발자국을 따라잡을 때까지 뒤쫓는 데 ‘피글렛’이 합류하였고 점차 발자국의 주인이 두 마리로, 세 마리로, 네 마리로 늘어나기까지 하자 두근거리고 초조해져 불안이 엄습하게 된다는 〈푸와 피글렛의 우즐 잡기〉이고, 뒤이어 나이든 회색 당나귀 ‘이요르’의 잃어버린 꼬리를 푸가 함께 찾아주기 위해 뭐든 잘 아는 친구 ‘아울’에게 도움을 청하는 네 번째 이야기, 미지의 생물 히파럼프를 잡기 위한 소동 이야기, 생일을 맞은 이요르를 위해 푸가 준비한 꿀단지와 피글렛이 준비한 풍선에 얽힌 이야기, ‘캥거’와 아기 ‘루’가 등장하는 〈캥거의 집에서 피글렛이 목욕을 하게 된 이유〉 이야기, 크리스토퍼 로빈과 친구들이 펼치는 북극 탐험에 얽힌 이야기 등이 연이어 펼쳐진다.



몇 몇 에피소드에서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를 지칭하여 하는 말이 있다.


“암튼 바보 곰이라니까.”(1권 p31/50/69/180/224)


이 말은 푸가 ‘정말 바보 곰’이라고 놀리는 게 아니다. 크리스토퍼 로빈이 많이 좋아하는 푸에게 장난스럽게 혹은 다정하게 하는 말이다. 어쩌면 ‘정말 순수한 곰’을 뜻할 수도 있고, 크리스토퍼 로빈만이 푸를 지칭하는 애칭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를 많이 좋아하고 위한다는 걸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푸와 피글렛의 우즐 잡기〉에서 푸가 자책한다.

-푸 “나 멍청하게 착각하고 있었어. 나 정말 머리가 나쁜 곰이야.”

-크리스토퍼 로빈 “넌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곰이야, 푸.”

-푸 “정말?”(p69)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 히파럼프를 잡기 위해 구덩이 속에 미끼로 놓은 꿀단지의 꿀을 푸가 핥아 먹으려다가 단지에 머리가 끼어버린 푸를 보고 크리스토퍼 로빈이 깔깔 웃었지만, 그래도 푸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p114)


특히 아홉 번째 이야기 〈홍수에 갇혀버린 피글렛 구출작전〉에서, 고립된 피글렛을 구하기 위해 푸가 ‘꿀단지가 물에 뜬다’는 아이디어를 내어 ‘둥실 곰 호’를 만들었고, 여럿이 타야하는 상황에서 푸는 또다시 ‘우산을 타고 가면 된다’는 똑똑한 생각을 해내자… 크리스토퍼 로빈은 “푸가 정말 용감하고 똑똑한 곰이구나.”(p223-224) 싶었고 우산 배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난 이 배를 ‘푸의 천재적인 지능 호’라고 부르겠어.”(p225)




제2권 《THE HOUSE AT POOH CORNER》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첫 번째 〈추운 이요르를 위해 푸 모퉁이에 지은 집〉은 눈 내리는 겨울에 집이 없어 머무를 곳이 없는 이요르를 위해 푸와 피글렛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소나무숲의 ‘푸 모퉁이’라는 곳에서 나뭇가지로 된 이요르의 집을 지어주는 이야기로, 푸와 피글렛의 착한 마음씨에 내 마음이 따뜻해졌고 다소 엉뚱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웃음보가 터졌다. ‘티거’가 첫 등장하는 두 번째 이야기에서 친구들은 티거의 먹을거리를 찾아 함께 도와준다. 이어서 래빗의 친구들과 친척들 중 하나인 ‘꼬마’가 안보여 수색대를 편성하여 찾는 과정에 일어난 에피소드, 나무 위에 고립된 티거와 루를 구출하기 위해 크리스토퍼 로빈의 외투를 친구들이 팽팽하게 잡아 당겨 외투 위로 뛰어내리게 하여 구하는 이야기, 아침마다 크리스토퍼 로빈이 집 문 앞에 안내문을 붙이고 집밖으로 나가서 뭘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푸가 만든 ‘푸 나뭇가지’ 게임으로 다 함께 놀기, 일곱 번째 〈티거가 콩콩 뛰지 않으려면〉 이야기, 가을날 아침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 푸와 피글렛이 아울 집을 방문했는데 강한 바람에 집이 쓰러져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 피글렛이 ‘아주 대단한 일’을 해낸 이야기와 새로운 집이 필요한 아울을 위해 친구들이 나서서 돕는 이야기,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 마법의 공간으로 향하다〉라는 최종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특히 〈티거가 콩콩 뛰지 않으려면〉 이야기에서 래빗이 이렇게 말을 했다.


“티거가 요즘 콩콩 뒤는 게 심해졌잖아. 우리가 티거에게 교훈을 줄 때가 됐어.”(p169)라면서 “티거를 데리고 긴 탐험을 떠나. 티거가 가본 적이 없는 곳으로. 거기서 일단 티거를 길 잃어 버리게 하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티거를 찾아내. 그러면… 티거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거야. … 겸손한 티거가 될 테니까.”(p173)


그렇게 해서 래빗, 푸, 피글렛, 티거가 안개 낀 추운 날 탐험을 떠나게 되었는데, 래빗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상황이 전개돼 뜻밖의 반전과 뭉클함으로 인해 매우 흥미로웠다.(p179-193)


그리고 아홉 번째 〈새로운 집이 필요한 아울을 위해!〉 이야기에서 어려움에 처한 아울을 돕기 위해 친구들이 나서고 뒤늦게 “내가 그 애를 위한 집을 찾아냈어.”(p237)라며 이요르가 나타난 이후 웃어야 할지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지만, 오히려 눈물겨운 우정(?)이 빛을 발하는 훈훈한 결말(p240-241)을 맺는다.


열 번째 이야기에서 왜 떠나는지 어디로 떠나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크리스토퍼 로빈이 떠나게 되면서 모든 친구들과 인사하고, 마지막으로 숲의 맨 꼭대기 마법의 공간에서 푸와 이야기를 나눈다. “나… 나 이제는… 푸! 더는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을 하지 않을 거야. …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을 하지 않는 동안에 네가 가끔 여기로 와줄 수 있어?”(p264-265)

그렇게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는 약속을 하고, 함께 걸었다.


‘둘이서 어디로 가든, 도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었어. 이 숲 꼭대기 마법의 공간에서 꼬마 남자아이와 친구 곰은 언제까지나 함께 놀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p266)


이렇게 《곰돌이 푸 1-2 오리지널 초판본 스페셜 박스 세트》의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책을 덮고 나니, 내 마음이 너무도 따스해져 왔다. 이 책을 읽은 동안 마치 어린아이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고, 옛 기억들이 간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내 아이가 어렸을 적에 장난감과 인형들을 가지고 놀던 모습들이 알알이 생각나기도 하여 감회가 새로웠다.


푸, 피글렛, 이요르, 래빗, 아울, 캥거, 루, 티거, 크리스토퍼 로빈… 외모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며 생각도 다르고 행동도 다른 이들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들만의 순진무구함, 어린아이다운 천진난만함, 너무도 자연스럽고 너무도 당연한 생각과 행동이 비쳐 보여서 기분이 무척 포근해져왔다. 그리고 주변 환경과 상황, 인간관계 등에 얽매여 손익을 따지고 실질적인 것을 위해 신경 쓰고 몸부림치는 어른들에게 잔잔한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곰돌이 푸 1-2 오리지널 초판본 스페셜 박스 세트》 속에는 피식~ 웃음 짓게 하는 유머 코드가 꽤 많이 눈에 띈다. 또한 읽다보면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들도 많다. 기억에 남는 내용들을 인용하면서, 책 소감 및 서평을 마치도록 한다.


이요르가 말했어.

“노래하는 거야. 쿵작쿵작 쿵쿵작. 다 같이 나무 열매와 산사나무 꽃을 따러 간다네. 그렇게 즐기면 돼.”(1권 p122)


푸는 캥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했어.

‘나도 캥거처럼 점프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누군가는 할 수 있어도 누군가는 할 수 없는 일도 있는 거지. 세상일이 다 그렇지.’(1권 p164)


이요르가 고개를 들더니 입안의 풀을 우물거리며 말했어.

“…앞으로 다들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서 남을 배려하는 태도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고.”(1권 p193)


푸와 피글렛은 각자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집으로 가는 길을 같이 걸었지.

-피글렛 “푸, 너는 아침에 눈 뜨면 무슨 생각을 제일 먼저 해?”

-푸 “‘아침 뭐 먹지?’하는 생각, 피글렛 너는?”

-피글렛 “‘오늘은 또 무슨 신나는 일이 일어날까?’하는 생각.”

-푸 “둘이 똑같은 거다, 그치?”(1권 p248)


“이렇게 약간의 수고만 들인다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야. 첫째로 머리를 써야 하고 그 다음부터는 열심히 노력해야 해.”(2권 p36)


-피글렛 “나 또토리 심는 중이야. 참나무만큼 키우려고, 그러면 집 바로 앞에서 또토리를 잔뜩 얻을 수 있잖아. 또토리 구하러 멀리까지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푸?”

-푸 “음, 그럼 우리 집 앞에 벌집을 심으면 벌통으로 자라겠네.”(2권 p96)


숲에서 흘러나가는 시내는 숲의 바깥쪽에 다다를 때면 많이 불어나 있었어. 거의 강처럼 보였지. 그렇게 불어난 물은 작은 시내일 때처럼 힘차게 흐르며 물결치거나 물방울이 막 튀지는 않았어. 그 대신 물살이 전보다 천천히 움직였어. 이제는 어디로 갈지 알기 때문에 이렇게 혼잣말을 하지. “서두를 것 없어. 우린 언젠가는 그곳에 도착할 테니까.”(2권 p143)


“(친구들을) 모두 다 만나러 가자. … 목요일이니까 우리 모두에게 아주 행복한 목요일이 되길 빌어주러 가자.”(2권 p198)


-크리스토퍼 로빈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뭐야, 푸?”

-푸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은 피글렛이랑 같이 널 보러 갔더니 네가 ‘뭐라도 조금 먹을래?’하고 물어보고, 나는 ‘음, 조금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너는 어때, 피글렛?’하고 말하는 거야. 바깥을 보면 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은 날씨이고 새들도 지저귀지.”

-크리스토퍼 로빈 “나도 그거 좋아해. 근데 내가 정말로 가장 좋아하는 일은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이야.”

-푸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은 어떻게 하는데?”

-크리스토퍼 로빈 “우리가 지금 하려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일과 비슷해. 그냥 길을 걸으면서, 잘 들리지 않는 온갖 소리에 귀를 기울여. 굳이 애쓰지는 말고.”(2권 p256-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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