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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신 1 - 누구의 인생도 닮지 마라 ㅣ 경영의 신 1
정혁준 지음 / 다산북스 / 2013년 1월
평점 :
경영의 신 1권 / 정혁준 / 다산북스 / 2013
지난 한국 근대 경제기의 역사 속 인물 3명을 꼽으라면 단연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 LG의 구인회가 꼽힐 것이다. 시대는 변해도 가치, 즉 진리는 변함이 없다. 이들 세 사람은 근대 격동기의 경제개발 견인차 역할을 해오면서 그러한 가치를 삶으로 보였던 인물들이다. 각 인물들에 관한 책은 시중에 넘치지만 저자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이들을 통합적으로 조명했다. 1장에서는 그들의 젊은 시절을, 2장에서는 반전이 난무한 인생을, 3장에서는 그들의 차별성을, 4장에서는 그들이 이룬 신화적 성공을,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 후세에 남겨져 전해지는 그들의 정신을 정리해 놓았다. 이러한 편집 구성 때문에 각 사람의 일대기를 집중적으로 시간적 순서에 따라 읽는 데에 익숙해진 독자는 조금은 낯선 구성에 어색함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각 장에서 통합적으로 조명하는 그들의 삶은 색채는 다르지만 같은 가치를 뿜어내는 공통점이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많은 인문계 학생들이 경영의 꿈을 키우며 경영학과에 진학을 하지만, 실제로 사회에서 배우게 되는 ‘real 경영’은 사업의 가장 마지막 단계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경영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들의 삶을 통합적으로 보면서 알게 된 한 가지는 절대로 이들이 처음부터 성공한 경영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현실과 상식에 갇히길 거부했던 정주영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뚝심의 경영인으로 회자되지만 실제로 그는 창의력과 상상력,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관점에서 문제들을 풀어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그로 하여금 현장형CEO의 롤모델이 되게 한 것이다. 정주영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이 뒷받침된 뚝심이 있었다면, 이병철에게는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자료 조사에 기반을 둔 통찰력이 있었다. 정주영에 비해 훨씬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중퇴로 얼룩진 학업의 끈을 충분히 연장시켜주고도 남을만한 통찰력이 있었다. 무역업에서 제조업으로 업종 전환이 될 때에도, 설탕 판매로 시작했던 소비재산업의 경우에도 같은 업종에서 시작했지만 잘못된 품목 선정으로 실패했던 구인회와는 대조적인 사업 진출의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삼성전자를 이끄는 반도체사업 역시 무모한 도박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고 치밀한 사전 준비 작업을 통해 시작된 것이었다. LG의 창업자 구인회의 삶을 한 단어로 요약해 보자면 ‘최초’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금성사로 시작된 전자업계, 그리고 지금의 LG생활건강의 시초였던 락희, 칼텍스와의 파트너십으로 일궈낸 지금의 GS칼텍스 등 그의 경영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기존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외의 파트너십으로 표현될 수 있다.
각 인물들의 삶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전자는 그들의 10대, 20대 어린 시절의 삶을 말한 것이고, 후자는 청년시절부터 수많은 실패와 좌절로 얼룩졌지만 끝끝내 일어서고 성공한 삶을 말하는 것이다. 각자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특징적인 에피소드들을 꼽아보면 이렇다. [1952년 12월 아이젠하워가 한국을 방문할 당시, 부산 광안리 UN군 묘지에 푸른 잔디를 심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내한한 아이젠하워가 그곳을 참배하고자 하는데 주위가 너무 황량하다는 이유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다. ‘한겨울에 푸른 잔디라니,,,’ 그러나 정주영은 이렇게 생각했다. ‘풀처럼 파랗게 나 있으면 된다!’ 그는 실제 공사비의 세 배를 요구하고 계약을 맺었다. 그 길로 트럭 30대를 사방에서 끌어 모아 낙동강 일대 보리밭을 통째로 샀다. 그러고는 파란 보리 포기를 떠다 묘지에 심었다. 살벌했던 묘역이 순식간에 푸른빛으로 변했다.]p112 정주영은 상식에 갇힌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항상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창의력과 직관의 힘을 보여줬던 것이다.
[“어떤 사업이든 실패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처음부터 실패 여지가 있다는 불안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감이 없어 100% 전력투구 하지 않는다. 배수진을 치고 백척간두에서 단호하게 결행해도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겨 고생하는데, 처음부터 망설이며 출발하면 될 일도 안 된다.”]p184 이병철의 통찰력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의 치밀한 분석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삼성 비서실의 세(勢)가 지금도 정부의 조직보다 강력하다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 부터의 배경이 무관치 않을 것이다.
[“안 깨지는 뚜껑 좀 만들어내지 못하나? 누가 그거 한번 연구해볼 수 없나?”]p201 구인회가 내뱉은 이 한마디는 한국에서 플라스틱 산업이 태동하게 되는 시작점이 된다. 일견 다소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의 남다른 직관력을 엿볼 수 있다. 고객의 니즈를 예측하는 데에 뛰어난 직관력을 가지고 있던 그였기에 플라스틱 사업과 전자사업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영의 뜻이 있다면 절대 이 책이 담고 있는 세 종류의 삶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변했고 또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저히 가려서 배워야만 하는 것은 그들의 삶에 투영된 경영의 가치들이다. 삶에 녹아져 있는 열정, 통찰력, 직관력 등은 변화의 세태와 상관없이 그 힘이 강력한 가치들이다. 전부를 따라서는 안 되지만 일부는 절대로 따라야 하는.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바로 대한민국 경제 부흥기의 기치를 들고 전진했던 선구자 모델이기 때문이다. “따르라! 청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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