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야 살 길이 보인다
김선호 지음 / 다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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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살 길이 보인다 / 김선호 / 다산북스 / 2012


  며칠 전 광화문 옛 문화체육관광부 부지에 신축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엘 다녀왔다. 조선시대의 문이 닫히고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라는 네이밍을 달고 지내온 반세기가 조금 넘는 스토리가 섹션별로 잘 구성되어 있었다. 그 역사의 흐름 속에 주인공은 지금의 베이비부버 세대, 그리고 그들의 부모 세대일 것이다. 이들을 부모로 삼고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게 앞선 세대의 삶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결과 같은 게 아니라. 필히 관심을 갖고 살펴야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지천명이 되어서야 삶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를 책 한 권에 정리해 담아 놓았다. 소위 젊을 때 잘나갔다는 시절부터, 자식을 키우고 나이가 들어 퇴직하고, 아내와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그 과정 곳곳에 상존하는 뭇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그는 곧 차가운 현실에 내동댕이쳐질 70만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경제문제에 대해 직설적으로 어필한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안 없이 피해갈 수도, 돌파할 수도 없는 오늘이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이를 <어느 노인의 후회>라는 글을 인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나는 65세에 직장에서 정년퇴직했습니다. 30년 전이지요. (중략) 나는 평생 후회 없는 삶을 살았기에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내가 20년 후인 95세 생일 때 자식들에게서 생일 케이크를 받는 순간 얼마나 내 인생에 대해 통한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덧없고 희망 없는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던 것입니다. (중략)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혹시 10년 후에라도 95세 때 공부를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p211


  세상을 반백년도 살지 않았지만, 요즘 세상에 ‘안정적’이라는 단어만큼 미래를 살아낼 이들이 경계해야 하는 단어는 없다는 생각이다. 단 2년 전만 하더라고 손 안의 작은 핸드폰으로 모든 인터넷 검색을, 쇼핑 결제를 하고, 각종 어플이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올 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예견할 수 있었을까. 변화하는 세태에 맞춰 변화의 적응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굳건히, 가만히, 제자리에 앉아만 있으려 하다니, 어불성설 아닌가? 고등 교육을 받고 공무원 엘리트 코스를 거쳐 교수 임직까지 경험하고 난 저자의 인생 후배들을 행한 최후통첩은 이와 같다. ‘젊은 직장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내 일을 해야 한다. 퇴직할 때 봐라. 30년 일하고 남는 것이라고는 그동안 먹고 산 것뿐이다. 한 10년 회사 다녔으면 경험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당신이라면 나는 당장 사표내고 내 일 시작한다. 그러지 못해서 초로의 나이에 내 모양이 이 꼴이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자기 것을 해라. 야채가게, 구멍가게가 우습게 보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돈도 있어야 하고 용기도 있어야 한다. 정년 없는 자기 일을 지금 시작하라”라고 말한다.’p133


  평생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이든 가치 있는 행동이든) 한, 두 가지만으로 국한되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자는 80 평생 그래프를 만들어 나이의 변화에 따른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해 본 다음, 수익성과 선호도를 지표로 하여 그 일들의 우선순위를 상정하는 Form을 마련하였다. 다만 그 가중치(계수)에 대해서는 상대적이라고 하면서. 개인적으로 이를 적용해 보고자 한다면 시기 적절성의 지표도 같이 포함하여 계산해본다면 지극히 내 중심적인 것이 아닌, 주변의 관계도 더 잘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60~70년대의 산업화, 80년대의 민주화 등 격변의 시기 주역이었던 우리네 지천명 세대들의 삶의 고찰이 깊어지면서, 서점 한 편에 비중을 더욱 높이고 있는 이와 같은 서적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이제 그만 눈을 돌려 세상이나 자식들, 와이프가 아닌 나 자신을 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상이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는데 우리가 세상의 눈치를 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왜 불안해하고 두려워해야 합니까. 내 손으로, 내 몸으로 직접 배우고 익혀서 낮은 자리에서, 정직하게, 당당하게, 무엇보다 기쁘게 새 인생을 살아봅시다.’p266 사람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이지 남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담화하기를 좋아하지만 그 안에 감정적 공감, 진정성까지는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아무튼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잠시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작자와 같은 노력을 비단 베이비부머 세대뿐만 아니라 20~30대 청년, 그리고 초등학생 까지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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