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는 그보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는 이야기, 그래도 괜찮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들. 하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의 무언가가 미세히 변했음을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변화 없음? 지우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다만 거기에는조금 다른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지우는 그 과정에서 겪을 실망과 모욕을 포함해 이 모든 걸 어딘가 남겨둬야겠다 생각했다. 그런 뒤 저쪽 세계에서 혼자 외롭고 두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엄마와 용식에게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래전 엄마가 자신에게 늘 그래줬듯이. 활짝 펼친그림책 앞에서 한 손으로 자신의 눈썹을 꾹 누르며 "빛이 나왔습니다" "낮이 생겼습니다"라고 해주었듯이, 아무리 같은줄거리가 되풀이돼도 항상 새롭게 놀라는 척해주었듯이 말이다. - P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