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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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위한변론> 책을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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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을 읽고 기록

<선녀를 위한 변론> 책은 박진감과 재미를 두루 갖춘 5개의 소설이 들어있다. 한 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다소 짧은 길이에 아쉬움이 생기지만, 이내 또 완전히 다른 세계로 금세 몰입하게 만든다. 오히려 5개의 이야기들에 완전히 매료되어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소설책으로 나는 송시우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됐고, 그 분의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지게 됐다.

1. 인어의 소송

‘원인을 알 수 없는 시간의 균열로 인하여 하이트 왕국 국민들에게 전격적인 관념의 비약이 생겼다.’ 라는 글로 시작되는 하이트 왕국 이야기는 국소적인 오류로 사법 분야에 영향이 생긴 왕국 이야기다. 과거와 현대의 조합으로 이세계물처럼(일본 애니메이션) 느껴지는 소설이다. 어릴 때 동화로 읽었던 인어공주가 등장하고 인어가 물거품이 되기 전 왕자가 살해되면서 피고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과정을 그렸다.

인물들의 특성이 모두 살아있어서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인어가 등장했을 뿐 실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인어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얼마 전 개봉했던 인어공주 영화와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냥 인어공주가 등장했을 뿐이다. 작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어공주를 등장시켜 그동안 꾸준히 억울하게 살아온 인어공주를 드디어 자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사법 체계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비극으로 끝나야했을 인어 공주가 자신의 권리를 찾고, 잃어버린 목소리 등을 찾게 되고,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어 공주는 왕자 살해범이라는 피의자 상태가 되지만, 코난 보다 더 코난스러운 몰트 백작 덕분에 피의자 신분을 벗고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종결된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도대체 피고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고, 각 인물들을 엮어가는 과정이 완벽하게 들어맞아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드디어 물거품으로 사라지지 않고 삶을 되찾은 인어공주를 만날 수 있어 고구마를 마구 먹어 목이 막히던 우리에게 진정한 ‘사이다’를 선사해주는 소설책이다. 즐겁게 읽었고 왕자는 어찌됐든 인어공주의 행복에 박수를 친 시간이었다.

2. 선녀를 위한 변론

동아시아의 작은 반도 국가에 관념의 격변이 일어나 사법 분야 만 비약적 발전을 이룬 고리아 왕국의 선녀 이야기다. 선녀 이야기는 동양의 동화로 아름다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셋 낳으면 본 집인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는 선녀의 이야기가 그동안 왜 안타깝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만든 현대식 동화다. 그동안 나는 선녀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주인공인 나무꾼 입장에서만 선녀가 하늘로 돌아간 후 이야기를 읽으면서 안타깝고 슬펐던 생각이 난다. 이 동화를 다시 읽으면서 선녀의 입장에서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납치를 당해서 어쩔 수 없이 나무꾼과 살면서 그를 사랑하며 사는 구도도 누가 심어준 건지 모르겠다. 하늘로 올라가버린 선녀가 나무꾼을 버리고 가버린 것이 슬펐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위험한 동화를 읽었었다는 생각을 든다. 납치범을 사랑하며 살려면 스톡홀름 증후군과 구원자 증후군 등을 앓아야하는데 그것 까지 다루기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어린이 동화라 무리가 있겠지. 어른이 되고서 <선녀를 위한 변론>책의 렌즈로 과거 어린이 동화를 살펴보니 가슴이 불타듯 뜨끔하다.

얼마 전 뉴스와 기사 등에서 중국 시골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사건들이 생각났다. 중국 시골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를 보고 며칠 잠들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났었다. 중국 시골에서는 결혼하지 못하는 나이든 총각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처녀를 납치, 감금해서 아이를 낳게 하고 시골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탈출하려고 해도 마을 사람 모두가 한 마음이 돼서 도망간 선녀<?>를 다시 잡아온다. 이전에 봤던 그 이야기들이 떠오른 건 사법 분야가 발전한 고리아 왕국에 있는 선녀를 만나고 나서다. 그때 봤던 기사와 영화 내용이 현대판 선녀 이야기처럼 느껴져서다. 겨우 탈출 한다고 해도 잃어버린 시간과 젊음, 얻게 된 마음의 병으로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어찌됐던 함께 낳게 된 아이들 때문에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날개옷을 빼앗긴 현대판 선녀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녀의 인권과 세계를 빼앗는 것도 모자라 시간과 젊음,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고도 나무꾼은 당당하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이웃집 친구에게 자랑하면서 나무꾼이 얼마나 파렴치한 인간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나무꾼과 그 어머니가 한 마음이 돼서 선녀의 뛰어난 능력의 산물인 옷감 짜는 능력으로 노동력을 착취해 먹고 사는데다, 강제로 아이를 낳게 하고 시골에 감금한다. 현대 사법 체계의 시선으로 선녀의 삶을 바라보니 이보다 더 피 눈물 나는 이야기가 있을 수 없을 정도다. 그동안은 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절절히 가슴을 울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였는지 다시 생각하게 할 정도다. 억울하고, 분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를 읽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과거의 선녀는 사법 혜택을 받은 선녀의 이야기를 보고 얼마나 부러울까 싶을 정도다. 물론 고리아의 선녀도 이미 빼앗긴 시간과 건강 등은 되찾을 수 없다. 정신적 위자료를 받기에도 나무꾼 어머니는 너무 가난하고, 자신 밖에 모른다. 하루 빨리 이 집구석을 벗어나는 것만이 답이다.

선녀 이야기 속에서 우연히 선녀 옷감에 튄 나무꾼의 피가 왜 묻게 된 것인지도 천천히 설명해간다. 옷감에 틘 피 때문에 피고인의 지위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지만, 퍼즐을 맞춰가며 선녀의 혐의를 벗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건 이미 찢어져버린 선녀 옷 때문에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비약적으로 발전해 있는 사법 제도 덕분에 살인 혐의도 벗고, 나무꾼의 집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세계를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선녀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능력, 좋은 배경, 젊음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지만 자신 만의 행복이 중요한 나무꾼 덕분에 세계를 파괴당한 선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살인 혐의는 벗었지만 그 이후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인어 공주 이야기처럼 선녀도 살인죄의 피고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이유들이 이야기 속으로 더욱 파고들게 한다. 그리고 선녀가 혐의를 벗어나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럼에도 나무꾼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꼼짝없이 베틀을 짜고, 아이를 낳고, 시어머니에게 구박 받고 살았던 선녀의 수동적인 성격이 안타까웠다. 선녀처럼 수동적인 성격의 사람은 나무꾼이 죽지 않는 한 자신의 상황을 바꿀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성격의 선녀가 나무꾼을 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처녀 납치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선녀의 어린 시절의 교육이 어땠는지 생각하게 됐다. 착한 아이, 성실하고 바른 아이로만 자라서 수동적으로 타인의 요구에 자신을 맞춰 살아왔던 선녀는 어쩌면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어렵고 아픈 환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오히려 착취당하면서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이 화가 났다. 언젠가 볕 뜰 날이 오겠지 라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선녀가 나무꾼의 죽음과 사법 체계의 도움으로 그 집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그 성격 그대로 살아가야한다면 또 다른 나무꾼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럽다. 다음 선녀 이야기가 나온다면 수동적 인간에서 능동적 인간으로 바뀌어가는 과정과 하늘로 돌아가지 못해 지상에서 살아야하는 선녀가 자신의 삶을 파격적으로 아름답게 바꿔가는 이야기도 보고 싶다. 그 과정에서 비약적인 사법 체계의 도움도 같이 그려간다면 진정한 해피엔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며 이야기를 덮었다.

3.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이 이야기는 인정 욕구를 파괴당한 추예나라는 사람이 벌이는 파괴적 성격과 행동을 볼 수 있는 것이 다소 재미가 있었다. 끊임없이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한번 망가진 거 그냥 될대로 되라지 라며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추예나의 행동이 오히려 위안을 주기도 했다.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추예나처럼 내 마음대로, 될대로 사는 사람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제거<?> 대상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시원한 면이 느껴진다. 나도, 이 책을 보는 사람들도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감추며 살아야하는 일을 수두룩하게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펭수라는 캐릭터가 할말 다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인기의 비결이 된 것처럼 추예나의 행동이 너무 과격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시원함을 주는 건 사실이다.

추예나는 머리가 좋은 인물이라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었을 때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사람이 임기숙이고, 임기숙의 반려견인 타미다. 임기숙은 추리에 능한 사람이고, 정신과잉 활동인이라고 할 정도로 생각이 많은 인물이다. 생각이 많아 생각을 거두기 위해 생각을 하는 인물이니, 추예나의 말과 행동을 깊게 추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임기숙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추예나라는 인물이다. 그러니 추예나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것도 사실은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추예나는 철저히 자신의 실익을 따져본 후 그런 행동과 말을 선택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업무 성과도 탁월하며, 개인 능력도 뛰어난데다, 사람을 보는 혜안도 가진 인물이 추예나다. 그런 인물이 과격한 행동을 선택한 건 추예나 만의 계산 법에 의한 결과일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읽었다. 그리고 추예나가 죽음의 위기에 닿았을 때 선택한 인물인 임기숙 역시 캐릭터가 분명한 사람이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등장한 인물, 반려견 타미까지 성격이 분명하다. 임기숙이 추예나를 구출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들과 말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이 글이 정말 짧게 느껴져 아쉬움이 있었다.

4. 모서리의 메리

모서리의 메리 덕분에 삶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서연씨의 이야기가 참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럽다. 반려 동물을 위한 카페의 반려견인 메리와 사장, 그리고 임기숙, 그곳에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보며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가진 사람들이 카페에 오고, 카페 사장님과 반려견 메리를 통해 이야기들이 재구성된다. 이 카페에는 반려견 타미와 임기숙이 또 등장한다. 정신과잉활동인이라고 부를 만큼 생각이 많은 임기숙은 이번에도 역시 부서져있는 반려견 과자와 건너 편 테이블 커플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혼자 추리해낸다. 모든 것을 다 알게 됐고, 알고 있지만 임기숙은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임기숙의 태도를 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고, 임기숙의 이야기를 뒤늦게 서연씨 편지를 받고서야 깨닫는 일반인인 카페 사장의 이야기도 재미가 있었다. 임기숙과 카페 사장의 성격이 나와 남편처럼 느껴져서 그들의 사고 과정을 보는 것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던 한 여자의 좌절이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남자의 죽음으로 이를 수 있었지만 모서리의 메리의 선량한 눈빛 덕분에 여자는 삶을 구원 받는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아주 작은 친절과 선량한 말과 행동이 누군가를 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삶이 팍팍하고 어려울수록 우리는 친절한 눈빛만으로 구원받기도 하고 버림받기도 한다. 그러니 타인을 대할 때 항상 말과 행동, 눈빛을 조심해야한다. 모서리의 메리를 보면서 나도 모서리의 메리처럼 따뜻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5.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요즘 세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가 드디어 나온다.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가 분간이 안 되는 요즘 정말 이 이야기 같은 현실이 우리 곳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살인 후 다중인격 인물 연기를 하는 김윤주와 그녀가 지키려고 하는 사이버 세계의 세실리아 황제인 윤다해의 끊겨진 접점이 이어지는 걸 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도대체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두 인물이 살인사건을 통해 연결되고 그 살인사건을 파헤치면서 그녀들의 진정한 접점이 드러난다. 인정욕구의 끝판왕<?>을 달리는 인물인 김윤주가 허벅지를 잘라 빵을 만들어 바칠 정도의 충성을 보이는 인물인 윤다해의 연결점이 도대체 이해가 안 되면서도 이해가 된다. 소속감과 인정, 사랑을 느끼고 싶은 김윤주는 세실리아 황제의 은총을 입기 위해서라면 모든 일이든 불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미 현실세계를 잃어버린 김윤주가 가상의 사이버 세계의 충성도 모자라 현실에서까지 윤다해에게 집착스러운 충성을 이어간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살아갈 수 있는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사람과 살아있기 위해 누군가의 인정이라도 받아야하는 목마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두 인물 모두 애정이 결핍되어있는 사랑에 목 마른 사람들이다. 둘은 서로의 채워지지 못하는 마른 샘을 채워줄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로서 기능한다. 그들의 기능이 결국 살인으로까지 이어져서 안타깝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한번 더 나를 불편하게 했다. 10명 중 1-2명이 소시오패스라고 심리학자들이 분석하는 만큼 세상에 진짜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참 사람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건강해야 건강한 사람들을 삶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서로가 병적으로 끌어들이는 둘의 이야기가 결국 사회의 병리현상을 가져오는 이번 이야기는 오히려 아픈 느낌으로 다가왔다. 소설이지만 과하게 몰입하게 돼서 신나게 읽으면서도 힘든 내용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소설에서만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번 이야기를 덮었다.

6. 이야기를 모두 읽고

5편의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서 송시우 작가님의 이야기에 다시금 감탄했다. 단순히 이야기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들 속에는 다양한 사회 문제, 심리문제 등이 들어 있다. 그래서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소설책이다.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깊게 생각해볼 수 있어 더 재미있었다. 작가님의 필력이 너무 좋아 순식간에 읽은 책이다. 그럼에도 담긴 것이 너무 많아 생각하느라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짧은 이야기들의 후속편들이 또 나와주면 좋겠다. 각 이야기들이 여기서 마무리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야기들이다.

<선녀를 위한 변론> 책을 보내주신 래빗홀 출판사와 송시우 작가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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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 열정 가득한 막내의사의 성장 이야기
작문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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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을 작문의(김민호 작가님) 저자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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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8. 목. PM 9:42.

완독 후 기록.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작문의 지음

미다스북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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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독자는 누가 될 것인가

책을 읽는 동안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의 독자는 누가 될 것인가 생각했다.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은 의사가 꿈인 어린 꿈나무, 의사가 되고 싶어 수능을 준비하는 중 고등학생, 의사의 길을 알려주고 싶고, 알고 싶은 학부모, 늦깎이로 의사를 꿈꾸는 청, 장년 분들, 의과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 인턴을 앞두고 있는 의과대학 학생, 성실함과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완성한 한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일반 독자까지 다양한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과거에 정신이 완전히 망가져서 다시 일어서야 했을 때 인간에 대한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 의사(정신건강의학과)를 꿈꾸게 됐고(아주 잠깐) 의사가 되신 분들의 도서를 찾아봤다. 그랬기 때문에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되고 필요한 책인지 안다. 그때 읽었던 책 중 30대의 나이로 오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기 위해 의사의 길을 걸었던 분의 책을 우연히 발견해 읽었다(외국 분이었음). 그분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기 위해 겪었던 병원 생활들을 빼곡히 글을 통해 남겼고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책으로 엮어냈다. 책을 읽으면서 그분의 말씀처럼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의사가 되는 길은 굉장히 힘들고, 체력적으로도 지치고, 어려운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저자는 정신의학과 의사가 되기 위해 혹독한 과정을 거치면서 겪게 되는 체력적인 한계와 면허를 가진 후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 등이 있기 때문에 독자에게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 저자의 책을 읽고 헛된 망상 <?>에서 돌아섰다. 의사가 되는 길을 걷기로 마음먹는다고 해서 자기가 원하는 과를 선택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별들의 전쟁 안에서 살아남는 것만도 다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로스쿨 생활에서 거쳤던 삶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겪어야 하는 과정이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깜냥 <?>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고, 바로 내려놨다.

그 후 체력과 정신력(번아웃이 온)이 바닥난 내가 인간에 대한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러다 현재 심리상담사로 활동하신 분이 쓰신 책을 발견했다. 그분은 심리학을 공부하려면 얼마가 들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실제로 전공을 살려 상담사가 되어 사는 사람이 얼마나 적었는지, 수입은 얼마나 더 적은 지를 낱낱이 책에 적어놨다. 크게 망하려면 사업을 하고, 조용히 망하려면 심리상담사가 되라는 저자의 말이 참 오랫동안 마음을 울렸다.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두 분의 책을 떠올린 건, 의사를 꿈꾸는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 주는 선배의 실제 삶과 조언이 곳곳에 있으니 이 책은 의사 꿈나무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다.

2. 인생이 드라마라면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은 어린 시절부터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의사가 되기 위해 재수를 하고, 의대에 들어가서 겪어야 할 과정을 드라마 한 편을 보여주듯 서술한다. 저자의 기록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면서 진짜 의사의 삶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진하게 느꼈다. 저자의 삶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고, 저자의 담담한 문체와 어조 덕분에 편안하게 술술 읽혔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체력, 정신력, 과정을 걸으려면 재정능력, 성실함, 노력, 정신력, 밝지만은 않을 수 있는 미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글을 읽으면서 더 깊게 생각했다. 저자의 인턴기는 들었던 것보다 더 혹독했고, 소중한 사람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게 느껴졌다.

책 속에서 엿본 의사의 길은 막연히 남들이 다 하고 싶어 하니까 나도 한다라고 선택해서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는 걸 알게 됐다. 불 수능을 거쳐 상위 그룹에 드는 것을 시작으로, 6년에 거쳐 이뤄지는 교육, 그리고 시험 후 다시 시작되는 1년 동안의 체력전(육체와 정신)과 실전 경험, 틈틈이 해야 하는 공부, 또 이어지는 시험과 면접, 전공과 선택, 선택 후 레지던트 과정을 살펴 보고서야 의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건 10년(혹은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 체력, 정신력을 투자할 만큼 정말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이 책은 의사 꿈나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꿈이 없는 청소년들이 막연히 어른들의 기대에 맞춰 평생 직업으로 선택하기엔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말에 의사가 되지 말고, 의사 부인이나 자식이 돼라. 는 웃픈 말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의사가 되기 위해 걷는 길은 쉽지 않다.

예전에 의과대학에 다녔던 지인분들이 일상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다. 일주일 내내 끝없이 이어지는 쪽지시험과(화장실도 못 가게 한다고..), 쪽지시험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통과할 때까지 시험을 본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의사가 되기 위해 학생으로서 거치는 과정은 고3 수험 생활을 6년 동안(최소) 거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중에 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모를 수익만을 생각하면서 견디기엔 치러야 할 대가(시간, 에너지, 정신력, 재정)가 생각보다 정말 클 수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여실히 볼 수 있었다(역시 빠른 포기를 한 게 신의 한 수였구만. 싶었다.). 그리고 막상 의사가 되고 나서도 모두가 드라마처럼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3. 기록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없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잊히고, 묻히는 법이다.' - 6쪽]

이 책은 막내의사(인턴)가 되기 위해 거쳤던 이야기들을 시간순서대로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글을 매우 잘 쓰시는 작가님 덕분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가볍게 의사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작가님이 하루하루 충실히 살면서 꾸준히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오늘의 소중한 책이 탄생했다는 생각을 했다. 기록 덕분에 저자의 생생한 삶을 간접체험할 수 있었고, 기록 덕분에 저자를 만날 수 있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매일 기록을 남기는 일을 충실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은 기록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몸소 보여주신 귀한 책이다.

4. 꿈 조각의 완성과 꿈꾸던 의사가 된다는 것

[열심히 공부했지만, 학년이 높아지면서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더욱 실감했다. 내신과 수능을 양손에 들고 3년 내내 외줄을 타는 것 같았고, 한쪽이라도 부실해지면 외줄에서 떨어져 의과대학 입학을 포기해야 했다.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고군분투에 지쳐갈 무렵, 내 성향과 잘 맞는 '선생님'이라는 또 다른 직업이 매력적인 후보로 떠올랐다.... (중략) "그럼 의사 선생님을 해" - 20쪽]

의사 선생님을 최종 꿈으로 선택하기까지 고3 수험생이 겪었던 내, 외적인 상황들이 잘 기록되어 있는 장이었다. 아픈 어머니를 따라 병원에 다니면서 의사의 꿈을 갖게 되었지만, 성적이 부족해 포기할까 꿈꾸던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친구의 한 마디가 꿈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했다. 글을 보면서 나의 고3 수험생활을 떠올렸다. 나는 안타깝게도 집안 사정과 집안 어른들의 말에 수험 생활을 포기했다. 집안 어른들 중 한 분이 내게 '너는 내가 반드시 대학에 못 가게 할 거야. 갈 생각조차 말어.'라는 말을 했고(누구도 반박하지 않음), 이미 마음이 부서진 상태였던 나는 꿈의 마지막 조각까지 부서졌다. 그래서 고 3 수험 생활 내내 책상 위에 엎드려서 잠을 자며 보냈다. 열 살 무렵부터 꿈꿨던 아나운서 꿈의 조각나자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생각이 매일 나를 뒤덮었다. 다행히 내신 성적은 그나마 좋아 지방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과거의 경험 덕분에 나는 청소년기에 무심코 던져진 말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성적이 부족해서 의사를 포기하고 선생님이 될까 하던 차에 친구가 그럼 의사 선생님이 되라고 했던 말이 얼마나 귀한지 그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친구를 곁에 둔 저자가 참 부러웠다.

고3 수험 생활 당시 담임 선생님은 앞 뒤로 앉아 잠만 자는 한 친구와 나를 보며 전교 1, 2 등(문과)이 잠만 자면 어쩌냐는 이야기를 쉬는 시간마다 하러 오셨다. 그 친구도 나름 이유가 있어 고3 생활을 적당히 <?> 포기했고 나도 그랬다. 그러니 앞뒤로 앉아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잠만 잤다. 그때 우울하고, 무기력한(무능감, 자존감 결여, 자기애 없음, 우울증, 무기력함 등) 수험생활을 했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 과외와 봉사를 하면서 만난 청소년 아이들에겐 내가 그때 듣고 싶었던 말들을 양껏 해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저자도 누군가의 꿈의 조각을 완성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책을 집필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파괴하는 사람이 아닌, 꿈의 조각을 완성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저자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을 통해 저자는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라고 마음대로 생각해 본다.

5. 인생은 혼자서 걸어갈 수 없다.

혹독한 의과대학 생활을 마치고, 국가고시를 본 후 면허증을 들고 인턴을 시작한 저자를 보며 마음이 설레었다. 사회 초년생으로 처음 발걸음을 시작했을 때 저자는 어땠을까. 저자가 하루들을 기록으로 남겨놨기 때문에 저자의 마음과 생활을 고스란히 독자가 경험할 수 있다.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거의 못 자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안고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 의사가 눈앞에 서 있었다. 인턴의사의 하루들을 읽으면서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피곤함에 찌들어 보이는 의사 선생님들이 그려졌다.

오직 의사가 되기 위해 초, 중, 고등학교 생활을 몽땅 <?> 바친 것도 모자라 대학 6년까지 혹독하게 보내고 나니 또 멘땅에 헤딩하는 꼴이 벌어진다. 게다가 인턴을 하는 1년 동안 최소 인간으로서의 권리(먹고, 자고, 씻고)도 보장되지 않는다. 의사가 되신 분들 모두 당연하게 같은 과정을 버텼기 때문에 저자의 인턴 생활도 혹독하다. 병원에서 거의 떠나지 못하고, 얕은 잠을 자며 콜을 보고, 2만 보가 넘게 매일 뛰어다니는 저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 참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고, 특히 나 같이 저질 <?> 체력인 사람들은 견딜 수 없는 생활이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

저자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기도하고, 고통 속에서 성장과 발전의 기쁨을 찾아간다. 그런 저자의 모습을 글을 통해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기특하고, 뿌듯한 마음이 생겨났다. 작은 성장이라도 매일 이뤄내고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는 예쁜 발걸음들이 책 곳곳에 그려져 있어 그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보는 일들이 참 즐거웠다.

저자는 의사가 되어도 의사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모두가 합주를 하듯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 과정과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에게, 독자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관계 안에서 감사하고, 다양한 형태의 우정을 쌓아가며, 함께 도와 하루들을 쌓아가는 삶이 참 아름다웠다.

다양한 일화들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화 중 하나는 환자의 소중한 부위에 관장을 하는 막내 의사의 이야기였다. 저자가 변비에 걸린 환자의 소중한 부분에서 술기를 하면서 쌓아지는 똥 무더기를 탑돌처럼 생각하며 기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의사를 만나려거든 기도하는 의사를 만나라고 했었는데 여기 그 의사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했다.

다양한 인연들을 만나고, 바쁜 인턴생활 속에서도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환타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지만 감사함을 잃지 않는 저자가 책 곳곳에 있다. 이 책은 삶의 과정들이 참 아름답고 귀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6. 저자의 문파는?

[비단 내과뿐만이 아니다. 정형외과 선생님들은 정형외과 선생님들끼리, 마취과 선생님들은 마취과 선생님들끼리 분위기가 비슷하다. 마치 무협지에 등장하는 문파들이 문파마다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나는 하루에 매일 읽어야 할 양을 정해두고 틈이 날 때마다 읽을 만큼 무협지를 좋아하는데, 이 취미 덕분에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무협지와 비교해 보는 비밀스러운 취미가 있다...(중략).. 도를 닦는 도사이면서 속가적인 성향이 강하고, 쾌속하고 화려한 검술을 사용하는 화산파는 성형외과를 연상케 한다. 담대하고 낭만 있는 백색의 검사들, 명예를 중요시하고 우직한 남궁세가는 외과와 어울린다. 명석한 두뇌와 지략으로 전쟁의 판세를 제 손위에 올려놓는 제갈세가는 영상의학과, 호탕한 성격에 거침없고 날카우론 패도의 길을 걷는 하북팽가는 흉부외과, 부처의 말씀을 바탕으로 중생을 어여삐 여기지만 대의를 위해서라면 강력한 무위로 적을 섬멸하는 소림은 정신의학과 맹독과 외상의 절대강자인 사천당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응급의학과를 떠올리게 한다. - 202쪽 - 203쪽]

중국 드라마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시간이 나면 중국 드라마를 조금씩 쪼개 본다. 그중 무협 중국 드라마는 정말 재밌다. 저자가 무협지 문파들과 의국의 과들을 연결시켰을 때 정말 재밌게 읽었다. 매체들에서 본 의사 선생님들의 모습과 중국 무협영화에서 본 문파들의 모습이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자는 어느 문파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블로그를 봐도 얼굴이(사진에서) 전부 가려져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알 수 없어서다. 글을 쭈욱 읽어가다 보면 A인턴 점수를 받고, 과 선택을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저자는 성형외과를 선택한다. 그러면 저자는 화산파? 읽으면서 저자가 가진 화산파 느낌이 궁금했다. 성형외과 선생님들이 어떻게 생기셨더라?라는 생각을 하며 즐겁게 읽었다.

7. 우리는 함께라서 걸을 수 있다.

[어떻게든 내과 근무를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모두 동기들 덕분이에요. 오프인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병원에 나와 저를 도와주었어요. 제가 동의서를 받고 있으면 술기를 대신해주기도 하고, 드레싱을 해주기도 했죠. 커피를 사러 갈 시간이 없는 저를 위해 병동까지 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고 가기도 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는 걸 인턴을 하면서 배울 수 있었어요. - 230쪽]

책에는 저자 주변 분들(인턴의사 선생님)의 인터뷰 글들이 있다. 이 글들을 보면서 한 사람의 뛰어남 만으로는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과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다시 알게 된다. 초 엘리트라고 불리는 의사 선생님은 뭐든 혼자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들인데도 좋은 사람과 함께 걸어가야 함께 성장하고 걸을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 삶에서 고마운 인연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걷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한 부분들이었다. 저자의 글뿐 아니라, 다른 인턴 선생님들의 삶의 자세와 모습들도 살펴볼 수 있어 참 좋았다. 인생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점수가 나올 때까지 자기가 어떤 점수를 받을지 모른다는 것과 받고 나서도 왜 이 점수를 받게 됐는지 모른다는 것), 삶의 과정 과정이 진짜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라는(취미생활을 찾고,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선택하는 일들) 것을 다시 깨달았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걸어가고, 그 안에서 만난 인연들을 소중히 대하고, 감사하며 걸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나도 평생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인연을 소중히 대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인생을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을 덮었다.

책을 보내주신 저자 작문의(김민호)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걸음의 기록을 또 기대하며 책을 덮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성장과 발전의 기쁨이 있는 삶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미다스북스
#작문의
#의사로한번살아보겠습니다
#열정가득막내의사성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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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 열정 가득한 막내의사의 성장 이야기
작문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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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을 작문의(김민호 작가님) 저자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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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8. 목. PM 9:42.

완독 후 기록.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작문의 지음

미다스북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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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독자는 누가 될 것인가

책을 읽는 동안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의 독자는 누가 될 것인가 생각했다.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은 의사가 꿈인 어린 꿈나무, 의사가 되고 싶어 수능을 준비하는 중 고등학생, 의사의 길을 알려주고 싶고, 알고 싶은 학부모, 늦깎이로 의사를 꿈꾸는 청, 장년 분들, 의과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 인턴을 앞두고 있는 의과대학 학생, 성실함과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완성한 한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일반 독자까지 다양한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과거에 정신이 완전히 망가져서 다시 일어서야 했을 때 인간에 대한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 의사(정신건강의학과)를 꿈꾸게 됐고(아주 잠깐) 의사가 되신 분들의 도서를 찾아봤다. 그랬기 때문에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되고 필요한 책인지 안다. 그때 읽었던 책 중 30대의 나이로 오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기 위해 의사의 길을 걸었던 분의 책을 우연히 발견해 읽었다(외국 분이었음). 그분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기 위해 겪었던 병원 생활들을 빼곡히 글을 통해 남겼고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책으로 엮어냈다. 책을 읽으면서 그분의 말씀처럼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의사가 되는 길은 굉장히 힘들고, 체력적으로도 지치고, 어려운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저자는 정신의학과 의사가 되기 위해 혹독한 과정을 거치면서 겪게 되는 체력적인 한계와 면허를 가진 후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 등이 있기 때문에 독자에게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 저자의 책을 읽고 헛된 망상 <?>에서 돌아섰다. 의사가 되는 길을 걷기로 마음먹는다고 해서 자기가 원하는 과를 선택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별들의 전쟁 안에서 살아남는 것만도 다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로스쿨 생활에서 거쳤던 삶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겪어야 하는 과정이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깜냥 <?>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고, 바로 내려놨다.

그 후 체력과 정신력(번아웃이 온)이 바닥난 내가 인간에 대한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러다 현재 심리상담사로 활동하신 분이 쓰신 책을 발견했다. 그분은 심리학을 공부하려면 얼마가 들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실제로 전공을 살려 상담사가 되어 사는 사람이 얼마나 적었는지, 수입은 얼마나 더 적은 지를 낱낱이 책에 적어놨다. 크게 망하려면 사업을 하고, 조용히 망하려면 심리상담사가 되라는 저자의 말이 참 오랫동안 마음을 울렸다.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두 분의 책을 떠올린 건, 의사를 꿈꾸는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 주는 선배의 실제 삶과 조언이 곳곳에 있으니 이 책은 의사 꿈나무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다.

2. 인생이 드라마라면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은 어린 시절부터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의사가 되기 위해 재수를 하고, 의대에 들어가서 겪어야 할 과정을 드라마 한 편을 보여주듯 서술한다. 저자의 기록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면서 진짜 의사의 삶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진하게 느꼈다. 저자의 삶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고, 저자의 담담한 문체와 어조 덕분에 편안하게 술술 읽혔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체력, 정신력, 과정을 걸으려면 재정능력, 성실함, 노력, 정신력, 밝지만은 않을 수 있는 미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글을 읽으면서 더 깊게 생각했다. 저자의 인턴기는 들었던 것보다 더 혹독했고, 소중한 사람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게 느껴졌다.

책 속에서 엿본 의사의 길은 막연히 남들이 다 하고 싶어 하니까 나도 한다라고 선택해서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는 걸 알게 됐다. 불 수능을 거쳐 상위 그룹에 드는 것을 시작으로, 6년에 거쳐 이뤄지는 교육, 그리고 시험 후 다시 시작되는 1년 동안의 체력전(육체와 정신)과 실전 경험, 틈틈이 해야 하는 공부, 또 이어지는 시험과 면접, 전공과 선택, 선택 후 레지던트 과정을 살펴 보고서야 의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건 10년(혹은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 체력, 정신력을 투자할 만큼 정말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이 책은 의사 꿈나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꿈이 없는 청소년들이 막연히 어른들의 기대에 맞춰 평생 직업으로 선택하기엔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말에 의사가 되지 말고, 의사 부인이나 자식이 돼라. 는 웃픈 말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의사가 되기 위해 걷는 길은 쉽지 않다.

예전에 의과대학에 다녔던 지인분들이 일상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다. 일주일 내내 끝없이 이어지는 쪽지시험과(화장실도 못 가게 한다고..), 쪽지시험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통과할 때까지 시험을 본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의사가 되기 위해 학생으로서 거치는 과정은 고3 수험 생활을 6년 동안(최소) 거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중에 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모를 수익만을 생각하면서 견디기엔 치러야 할 대가(시간, 에너지, 정신력, 재정)가 생각보다 정말 클 수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여실히 볼 수 있었다(역시 빠른 포기를 한 게 신의 한 수였구만. 싶었다.). 그리고 막상 의사가 되고 나서도 모두가 드라마처럼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3. 기록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없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잊히고, 묻히는 법이다.' - 6쪽]

이 책은 막내의사(인턴)가 되기 위해 거쳤던 이야기들을 시간순서대로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글을 매우 잘 쓰시는 작가님 덕분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가볍게 의사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작가님이 하루하루 충실히 살면서 꾸준히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오늘의 소중한 책이 탄생했다는 생각을 했다. 기록 덕분에 저자의 생생한 삶을 간접체험할 수 있었고, 기록 덕분에 저자를 만날 수 있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매일 기록을 남기는 일을 충실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은 기록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몸소 보여주신 귀한 책이다.

4. 꿈 조각의 완성과 꿈꾸던 의사가 된다는 것

[열심히 공부했지만, 학년이 높아지면서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더욱 실감했다. 내신과 수능을 양손에 들고 3년 내내 외줄을 타는 것 같았고, 한쪽이라도 부실해지면 외줄에서 떨어져 의과대학 입학을 포기해야 했다.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고군분투에 지쳐갈 무렵, 내 성향과 잘 맞는 '선생님'이라는 또 다른 직업이 매력적인 후보로 떠올랐다.... (중략) "그럼 의사 선생님을 해" - 20쪽]

의사 선생님을 최종 꿈으로 선택하기까지 고3 수험생이 겪었던 내, 외적인 상황들이 잘 기록되어 있는 장이었다. 아픈 어머니를 따라 병원에 다니면서 의사의 꿈을 갖게 되었지만, 성적이 부족해 포기할까 꿈꾸던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친구의 한 마디가 꿈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했다. 글을 보면서 나의 고3 수험생활을 떠올렸다. 나는 안타깝게도 집안 사정과 집안 어른들의 말에 수험 생활을 포기했다. 집안 어른들 중 한 분이 내게 '너는 내가 반드시 대학에 못 가게 할 거야. 갈 생각조차 말어.'라는 말을 했고(누구도 반박하지 않음), 이미 마음이 부서진 상태였던 나는 꿈의 마지막 조각까지 부서졌다. 그래서 고 3 수험 생활 내내 책상 위에 엎드려서 잠을 자며 보냈다. 열 살 무렵부터 꿈꿨던 아나운서 꿈의 조각나자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생각이 매일 나를 뒤덮었다. 다행히 내신 성적은 그나마 좋아 지방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과거의 경험 덕분에 나는 청소년기에 무심코 던져진 말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성적이 부족해서 의사를 포기하고 선생님이 될까 하던 차에 친구가 그럼 의사 선생님이 되라고 했던 말이 얼마나 귀한지 그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친구를 곁에 둔 저자가 참 부러웠다.

고3 수험 생활 당시 담임 선생님은 앞 뒤로 앉아 잠만 자는 한 친구와 나를 보며 전교 1, 2 등(문과)이 잠만 자면 어쩌냐는 이야기를 쉬는 시간마다 하러 오셨다. 그 친구도 나름 이유가 있어 고3 생활을 적당히 <?> 포기했고 나도 그랬다. 그러니 앞뒤로 앉아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잠만 잤다. 그때 우울하고, 무기력한(무능감, 자존감 결여, 자기애 없음, 우울증, 무기력함 등) 수험생활을 했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 과외와 봉사를 하면서 만난 청소년 아이들에겐 내가 그때 듣고 싶었던 말들을 양껏 해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저자도 누군가의 꿈의 조각을 완성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책을 집필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파괴하는 사람이 아닌, 꿈의 조각을 완성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저자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을 통해 저자는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라고 마음대로 생각해 본다.

5. 인생은 혼자서 걸어갈 수 없다.

혹독한 의과대학 생활을 마치고, 국가고시를 본 후 면허증을 들고 인턴을 시작한 저자를 보며 마음이 설레었다. 사회 초년생으로 처음 발걸음을 시작했을 때 저자는 어땠을까. 저자가 하루들을 기록으로 남겨놨기 때문에 저자의 마음과 생활을 고스란히 독자가 경험할 수 있다.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거의 못 자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안고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 의사가 눈앞에 서 있었다. 인턴의사의 하루들을 읽으면서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피곤함에 찌들어 보이는 의사 선생님들이 그려졌다.

오직 의사가 되기 위해 초, 중, 고등학교 생활을 몽땅 <?> 바친 것도 모자라 대학 6년까지 혹독하게 보내고 나니 또 멘땅에 헤딩하는 꼴이 벌어진다. 게다가 인턴을 하는 1년 동안 최소 인간으로서의 권리(먹고, 자고, 씻고)도 보장되지 않는다. 의사가 되신 분들 모두 당연하게 같은 과정을 버텼기 때문에 저자의 인턴 생활도 혹독하다. 병원에서 거의 떠나지 못하고, 얕은 잠을 자며 콜을 보고, 2만 보가 넘게 매일 뛰어다니는 저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 참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고, 특히 나 같이 저질 <?> 체력인 사람들은 견딜 수 없는 생활이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

저자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기도하고, 고통 속에서 성장과 발전의 기쁨을 찾아간다. 그런 저자의 모습을 글을 통해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기특하고, 뿌듯한 마음이 생겨났다. 작은 성장이라도 매일 이뤄내고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는 예쁜 발걸음들이 책 곳곳에 그려져 있어 그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보는 일들이 참 즐거웠다.

저자는 의사가 되어도 의사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모두가 합주를 하듯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 과정과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에게, 독자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관계 안에서 감사하고, 다양한 형태의 우정을 쌓아가며, 함께 도와 하루들을 쌓아가는 삶이 참 아름다웠다.

다양한 일화들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화 중 하나는 환자의 소중한 부위에 관장을 하는 막내 의사의 이야기였다. 저자가 변비에 걸린 환자의 소중한 부분에서 술기를 하면서 쌓아지는 똥 무더기를 탑돌처럼 생각하며 기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의사를 만나려거든 기도하는 의사를 만나라고 했었는데 여기 그 의사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했다.

다양한 인연들을 만나고, 바쁜 인턴생활 속에서도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환타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지만 감사함을 잃지 않는 저자가 책 곳곳에 있다. 이 책은 삶의 과정들이 참 아름답고 귀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6. 저자의 문파는?

[비단 내과뿐만이 아니다. 정형외과 선생님들은 정형외과 선생님들끼리, 마취과 선생님들은 마취과 선생님들끼리 분위기가 비슷하다. 마치 무협지에 등장하는 문파들이 문파마다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나는 하루에 매일 읽어야 할 양을 정해두고 틈이 날 때마다 읽을 만큼 무협지를 좋아하는데, 이 취미 덕분에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무협지와 비교해 보는 비밀스러운 취미가 있다...(중략).. 도를 닦는 도사이면서 속가적인 성향이 강하고, 쾌속하고 화려한 검술을 사용하는 화산파는 성형외과를 연상케 한다. 담대하고 낭만 있는 백색의 검사들, 명예를 중요시하고 우직한 남궁세가는 외과와 어울린다. 명석한 두뇌와 지략으로 전쟁의 판세를 제 손위에 올려놓는 제갈세가는 영상의학과, 호탕한 성격에 거침없고 날카우론 패도의 길을 걷는 하북팽가는 흉부외과, 부처의 말씀을 바탕으로 중생을 어여삐 여기지만 대의를 위해서라면 강력한 무위로 적을 섬멸하는 소림은 정신의학과 맹독과 외상의 절대강자인 사천당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응급의학과를 떠올리게 한다. - 202쪽 - 203쪽]

중국 드라마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시간이 나면 중국 드라마를 조금씩 쪼개 본다. 그중 무협 중국 드라마는 정말 재밌다. 저자가 무협지 문파들과 의국의 과들을 연결시켰을 때 정말 재밌게 읽었다. 매체들에서 본 의사 선생님들의 모습과 중국 무협영화에서 본 문파들의 모습이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자는 어느 문파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블로그를 봐도 얼굴이(사진에서) 전부 가려져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알 수 없어서다. 글을 쭈욱 읽어가다 보면 A인턴 점수를 받고, 과 선택을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저자는 성형외과를 선택한다. 그러면 저자는 화산파? 읽으면서 저자가 가진 화산파 느낌이 궁금했다. 성형외과 선생님들이 어떻게 생기셨더라?라는 생각을 하며 즐겁게 읽었다.

7. 우리는 함께라서 걸을 수 있다.

[어떻게든 내과 근무를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모두 동기들 덕분이에요. 오프인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병원에 나와 저를 도와주었어요. 제가 동의서를 받고 있으면 술기를 대신해주기도 하고, 드레싱을 해주기도 했죠. 커피를 사러 갈 시간이 없는 저를 위해 병동까지 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고 가기도 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는 걸 인턴을 하면서 배울 수 있었어요. - 230쪽]

책에는 저자 주변 분들(인턴의사 선생님)의 인터뷰 글들이 있다. 이 글들을 보면서 한 사람의 뛰어남 만으로는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과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다시 알게 된다. 초 엘리트라고 불리는 의사 선생님은 뭐든 혼자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들인데도 좋은 사람과 함께 걸어가야 함께 성장하고 걸을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 삶에서 고마운 인연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걷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한 부분들이었다. 저자의 글뿐 아니라, 다른 인턴 선생님들의 삶의 자세와 모습들도 살펴볼 수 있어 참 좋았다. 인생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점수가 나올 때까지 자기가 어떤 점수를 받을지 모른다는 것과 받고 나서도 왜 이 점수를 받게 됐는지 모른다는 것), 삶의 과정 과정이 진짜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라는(취미생활을 찾고,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선택하는 일들) 것을 다시 깨달았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걸어가고, 그 안에서 만난 인연들을 소중히 대하고, 감사하며 걸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나도 평생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인연을 소중히 대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인생을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책을 덮었다.

책을 보내주신 저자 작문의(김민호)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걸음의 기록을 또 기대하며 책을 덮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성장과 발전의 기쁨이 있는 삶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미다스북스
#작문의
#의사로한번살아보겠습니다
#열정가득막내의사성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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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 나를 갉아먹는 관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해방 심리학
라마니 더바술라 지음, 최기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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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책을 RHK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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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0. 수. PM 3:00.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라마니 더바술라

RHK 출판사

출판사 지원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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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실물로 마주할 스승이 계셨다면 그분이 내게 말씀하셨을 것이다. "이제 하산하도록 하여라."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책은 내게 스승님 같은 책이었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이제 나르시시스트라는 단어와 곁에 없어도 항상 존재해서 숱하게 쉐도우 복싱을 하게 했던 나르시시스트와의 시간들을 마무리한다. 지난 3년 간 고통 속에 머물면서 고통의 원인을 찾게 됐고, 이유를 찾기 위해 공부를 하고,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또 공부했고, 나중엔 치유하기 위해 공부했던 수많은 시간들을 이 책을 통해 최종 마무리했다. 책을 읽었던 2주 동안 고마웠고, 행복했고, 멋진 시간을 보냈다. 책을 보내주신 RHK 출판사에 감사함을 전하며 서평을 시작한다.

1. 치유의 여정으로 떠남

[이 책은 나르시시스트와의 '비수인적' 관계, 즉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한 서러움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 자체가 아니라 치유의 여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처음에는 나르시시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나르시시즘의 개념을 다루지만, 주된 초점은 당신을 '위한' 그리고 당신에 '관한' 경험 그리고 상처를 회복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26쪽]

나르시시스트라고 할 법한 사람과 언제 처음 만났을까를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태어나면서부터였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 3년 간 나는 방구석 폐인(?)이 되어 내가 만난 나르시시스트들을 쫓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나르시시스트라는 개념도 몰랐을 때, 나는 왜 내가 죽음을 원하는지, 그리고 왜 망가졌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드디어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됐을 때, 더 많이 알고 싶고, 알아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3년을 보냈다.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된 건 아주 우연한 발견 덕분이었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최소 10년) 시험에 최종 낙방한 후,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건강마저 잃었을 때 드디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당시 내가 한 일은 유튜브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듣는 일이었다. 마침 나르시시스트라는 주제의 영상들이 유행을 타고 있었는지 알고리즘이 나르시시스트를 주제로 한 영상들을 지속적으로 추천했다.

당시 나는 글자도 볼 수 없었고, 우는 일 밖에 할 수 없을 만큼 몸도, 마음도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다. 이때 정신과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도 10년 동안 거의 동거동락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지냈던 나르시시스트 덕분이다. 오늘에 와선 그분께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화가 난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분 덕분에 깨닫게 된 것들이 많고, 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함께 있으면 분노 버튼이 눌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불안과 환희 속에 살았던 지난 10년 동안 나는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행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행복이라고 착각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나르시시스트와 돌봄 중독자가 가득한 집에서 자랐고, 자라서는 내가 돌봄 중독자가 돼서 끊임없이 돌볼 상대를 찾아 삶에 들였다.

내가 돌봄 중독자라는 것, 코디펜던트라는 것, 구원자 증후군, 스톡홀름 증후군 등을 앓고 있었다는 것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사실 스스로가 문제 있는 인간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내 정체를 알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힘들던지, 몇 달 동안 정신을 놓을 정도였다. 내가 문제가 있어서, 나와 반대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인생에 끊임없이 들였다니. 내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가해자가 아니라, 스스로가 가해자였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밤마다 천국에 데려가 달라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었다. 죽음을 원한다는 사실도 모른 체 끝없이 하나님께 다음 날이면 천국에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기도를 하면서도 나는 스스로가 선한 기도를 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이 모든 것들이 끝난다고 생각했던 때였다. 그리고 어느 날 나를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게 했던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꿈을 꿨다. 그 상대는 내게 천사 같았고, 악마 같았고, 환희, 두려움, 불안에 중독시켜 두려움에 갇히게 만들었다. 함께 있으면 행복했고, 불안했고, 두려웠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상대가 나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점점 그분의 모든 것들에 맞추는, 맞출 수 있는 완벽한 AI 로봇이 되어갔다. 내 감정은 완전히 버려두고 상대 만을 위해 완벽히 기능이 맞춰진 로봇이 되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나를 미워하면서, 그분을 끝없이 미워했다. 상대를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부하면서 알았다. 그만큼 감정을 느끼는 감각까지 완전히 마비됐었다. 상대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꿈에서 깨어나면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덕분에 그분에게 더 최선을 다해 맞춤형 인간이 되어 드렸다. 그렇게 대가를 치러야만 죄의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치유 과정 단계를 밟으면서 알았다.

치유의 과정을 밟아야만 살 수 있게끔 만드는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으니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분 덕분에 나는 나의 바닥을 봤다. 그리고 인생에서 바닥이라고 할만한 좋은 경험을 했다. 덕분에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야만 했다. 무기력했고, 자기애를 잃었으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내가 그분 덕분에 오늘의 내가 됐으니 아이러니하게 고맙다.


2. 치유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한 치유의 여정을 따라갔다. 결국 나는 피하고 피했던 지난 10년 동안 겪었던 아픔들을 종이에 적었다. 현재 55개를 적었고(A4 10쪽 분량) 지금도 적어가는 중이다. 저자는 반드시 적어놔야만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 적어놓은 글을 읽고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나르시시스트는 상대를 관계에 중독시키기 위해 극단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준다. 노예도 죽을 만큼 때리기만 하는 주인을 만나면 반드시 도망갈 거다. 그러나 노예를 이따금씩 죽기 직전까지 때리긴 해도, 행위가 끝난 후엔 최고의 약을 발라주고, 따뜻한 집과 음식, 필요를 모두 채워주는 주인을 두고 도망가는 노예는 없을 거다.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는 그런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고통의 기억(망각의 축복이 가끔 망각의 저주가 된다.)이 지워지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게 된다. 그러면 상대에게 돌아가고 싶어 진다. 그럴 때 피해자는 반드시 상대와 겪었던 일들을 적은 글들을 읽고 각성해야 한다. 돌아가지 않을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받고 그대로 따라 했다. 종이에 겪었던 일들을 적으면서 그동안 내가 피했던 것이 트라우마가 가져올 아픔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따뜻한 기억이 떠오를 때 나는 내가 적고 있는 (현재 55가지 항목) 글을 천천히 읽는다. 그렇지 않으면 변하지 않을 상대와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변할 거라고 믿고 싶은 건 욕심일 뿐, 상대는 변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 바뀌어야 하는 건 나였다. 상대가 변하지 않고, 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나였다.

나르시시스트의 자존감 배터리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끊임없이 상대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대상에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상대가 주는 인정과 잘못된 사랑에 의존하고, 그런 나를 배터리 삼아 정신적, 육체적으로 의존하는 나르시시스트와 시간을 걸어왔다.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베풀고, 나누는 행동이 의존의 형태라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나르시시트와 한 번이라도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 그 길을 걷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동안 치유의 길에서 단계마다 밟아왔던 길들을 책을 통해 되짚어가면서 돌아봤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르시시트와의 동행으로 시간과 열정, 꿈들을 잃으면서 인생을 낭비할 수 있는 사람, 소진된 사람들에게 더 이상 낭비되지 않고, 치유된 행복한 생존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3. 중등도 나르시시즘이란

[특히 스펙트럼의 중간에 있는 '중등도 나르시시즘'이 가장 보편적 유형으로, 그들의 컨디션에 따라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기분이 나쁜 날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기분이 좋은 날에는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매력에 깊이 빠져든다. 이 책도 '중등도 나르시시즘'을 중심으로 그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39-40쪽]

대부분 우리가 만나는 나르시시즘 인간 유형은 중등도에 속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악성의 경우 유해함이 완벽히 드러나서 피해가 극명해 알기 쉽고, 약한 정도의 나르시시즘의 경우 상대를 파괴할 만큼 영향을 주진 않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나 역시 대부분 경험한 나르시시즘이라고 할 법한 사람들이 중등도에 속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날은 천사 같았고, 나쁜 날은 악마 같다고 느꼈다. 기쁨과 불안, 두려움을 번갈아가며 극과 극을 오가는 느낌은 겪어본 사람 만이 안다.

극에 닿은 경험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정신적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결국 무기력하게 만든다. 자기애적 공급원이 필요하고, 자기중심적인 데다, 일관되게 감정 기복이 심하고, 평정심 없이 들뜬상태에, 과대망상이 두드러지고(스스로를 최상의 인간으로 생각하고 상대에게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강요한다), 여러 가면을 바꿔 쓰는 데다, 특권의식이 강하고, 내면이 불안정하며, 비판에 예민한(그 외에도 많다. 40-51쪽 참고) 그들과 함께 살다 보면 반드시 생존자는 그들의 필요를 맞추는 인간이 된다. 그들과 함께 시간을 걸으면 정신외상을 입고 다양한 정신적 질병을 얻는다. 스톡홀름 증후군, 구원자 증후군, 돌봄 중독자, 우울증 등 평생 치료해야 할지도 모를 다양한 외상을 입고,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도 모른 체 나르시시스트의 배터리로 살아간다.

피해는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알게 된다면 피해자가 완전히 파괴된 상태가 되어야 할 거다. 나르시시스트도 새로운 피해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가 파괴돼서 각성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돌봄과 학대의 사이클을 맞춤형으로 반복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공부해 왔던 나르시시스트와의 경험과 이론들을 완벽히 정리했다. 그리고 책은 치유에 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천천히 독자들을 이끈다. 피해자가 치유되는 데는 가해를 당한 시간과 깊이만큼 단계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책 전반에서 그런 배려와 사랑이 느껴졌다. 피해를 겪어보면 알게 되는 분명한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두둔한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되는 나르시시스트가 권력과 힘, 돈을 가진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배터리가 있으니 그들을 양분 삼아 잘 되기 얼마나 쉽겠는가.) 피해자가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가해자의 목소리보다 언제나 작고, 약하다.

4. 나르시시즘이 나쁜 것일까?

나르시시즘의 영상들과 글들을 읽을 때 가끔 나르시시즘이 매우 나쁜 성격 특성처럼 비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르시시즘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좋은 점이라는 걸 깨닫는다. [나르시시즘 다시 보기]라는 책 속에서 나르시시즘의 긍정성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인간이 가혹한 환경과 경험 속에 머물 때 [나르시시즘 다시 보기] 책은 절망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성격과 성향이 나르시시즘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나르시시즘을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악성, 중증도, 약함 정도의 나르시시즘을 가졌다고 할만한 사람들이 보이는 성격적 특성들도 누구나 보일 수 있다. 나르시시즘 환자라고 할법한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 성격, 성향을 일부 사람들이 잠깐 보인다고 그 안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이야기할 수 없다.

결함을 가진 나르시시즘이라고 판단하려면 전문가의 심도 깊은 판단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누구나 나르시시즘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있어야 자기애와 자긍심, 자존감을 가지고 인생을 자기 것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힘들 때 나르시시즘의 부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주변에 부정적 나르시시즘의 형태를 보이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나르시시스트인가?라고 판단하기 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상대가 보이는 행동이 지속적인지, 어느 한 시점과 구간에 보이는 일시적인 것인지를 봐야 한다. 과거와 최근에 극히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인다면 현재 매우 힘든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나르시시즘을 공부하면서 나도 나르시시즘 환자가 아닌가 라는 생각에 고통스러울 때가 있었다. 지금은 나르시시즘 덕분에 인생에서(내 인생 기준) 가장 힘든 구간을 건강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르시시즘 자체는 좋고 나쁨이 없다. 편향돼서 누군가를 파괴해야만(자존감 충전용 배터리로 삼아야만) 살 수 있는 나르시시즘을 보이는 사람이 문제일 뿐이다.

5. 초반에 나르시시스트 판별하기

[치료사조차도 내담자의 자기애적 성격 패턴을 확실히 이해하는 데 몇 달이 걸리므로, 관계를 정리하면서 왜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는가?"로 지나치게 자책하지 않길 바란다. 러브바밍 애정 공세를 받을 때 감동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을 때 해주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애정을 갈망하고 로맨틱한 행동에 고마움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러브바밍에 흔들리는 자신을 비하해서는 안 된다. 관계가 건강하지 않게 변했을 때, 러브바밍 때문에 관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관계를 유지해야 하거나, 관계를 정당화하는 경우가 바로 러브바밍이 위험해지는 순간이다. -115쪽]

나르시시즘 가해자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가해자를 탓하기 전 피해를 입은 자신을 탓하게 된다. 그 선택을 한 사람도 자신이고, 상대의 문제를 알아보지 못한 것도 자신이기 때문에 자책하느라 더 깊은 정신적 외상을 입는다. 그러나 책에서 말한 것처럼 전문가들조차 자기애적 성격 패턴을 이해하고 판단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일반인인 사람들이 정체를 감추고 가면을 매일 바꿔 쓰는 그들의 피해를 입지 않기는 정말 어렵다.

한 번이라도 마주하게 되면 반드시 피해를 입게 된다. 피해를 줄이려면 피해를 당한 사실에 대해 슬퍼하고, 분노하고, 스스로를 보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도 피해를 입은 자신을 탓해서는 안 된다. [거짓의 사람들]을 쓴 전문가 스캇 펙 역시 악성, 중등도 나르시시즘 인간들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바꿀 수 있는 자신을 보듬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피해 입은 스스로를 안타까워하며 다시는 그런 관계에 놓이지 않게 하겠다는 분명한 다짐과 실행이 필요하다.

그러니 초반에 판단하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나르시시스트와 관계를 맺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몸이 먼저 반응하는 징후를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분노와 불안, 자책과 수치심, 절망과 우울증, 공황 발작, 약물 사용, 급성 및 외상성 스트레스에 이르기까지 자기애적 관계가 생존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명한다. 자기애적 행동을 견디는 데 따른 고통과 혼란은 당연하다. 감히 말하건대 "이러한 상황에서는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점, 이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치유의 첫 단계다." -141쪽]

6. 수치심에 대한

[자기애적 가정환경에서 아무리 잘해도 "이것밖에 못 해?"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가족 간에 비밀과 거짓말이 난무하고, 가정에서의 고립감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수치심이 매우 일찍 찾아온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거짓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자기 가족을 다른 사람들에게 정상으로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느라 파김치가 된다. 평소에 고립감을 느끼고, 집에 친구를 데려오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또래나 이웃의 화목하고 건강한 가족을 마주할 때 수치심을 느낀다.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가족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상처를 입어야 하는 사람도 자신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애적인 사람이 느껴야 하는 수치심을 자신이 가져와 내면화하는 순간, 자기애적인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결국, 을은 갑의 수치심을 보관하는 저장소인 셈이다. -160쪽]

자신의 수치심까지 타인에게 떠 넘기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수치심과 죄책감을 수시로 떠넘기는 상대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삶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 된다. 그런 사람이 가족 내에 있다면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갖게 되고, 인생은 원래 불행한 것이라는 생각이 기본 값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불안과 고통을 기본값으로 삼고, 삶의 고난과 고통을 친구 삼아 살아가야 하는 삶은 듣고, 보기만 해도 고통스럽다. 그런데 실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경우 아주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나르시시스트의 피해자로 살아가야 하는 삶은 삶 자체가 고난의 행군이 된다. 가끔 한 번씩 건빵(빵 부스러기)을 주며 굶어 죽지 않게끔 행군을 시키다 보니 피해자는 그것마저도 은혜와 감사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은혜를 내려준 상대에게 고마워하지 못하는 마음 한 구석에 작게 존재하는 감정을 불편해하며 수치심을 느낀다. 그러니 피해자는 생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가해자가 주는 부스러기에 대한 은혜와 사랑을 되뇌고 또 되뇐다. 그래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 누구도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되고, 대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난 삶들을 생존자로 살아오면서 나는 가해자들이 준 수치심과 불안, 고통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덕분에 자기애가 낮고, 자긍심이 낮으며, 자아존중감이 없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에게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인정과 애정을 구걸했다. 그것이 성인기에도 그대로 이어져 나를 학대할 만한 가정을 선택해 결혼했다는 것도 나중에 깨달았다. 정말 행복해 보였고, 수많은 시간 기도해서 선택한 새로운 가족이었지만, 돌아보니 더하고, 덜했을 뿐 원가정과 비슷한 모습을 가진 가정이었다. 그때서야 나는 심리학이 왜 학문이 됐는지 깨닫게 됐다. 심리학에서 말하던 원가정의 재 반복이라는 통계가 완벽히 내 삶에 완성된 것이다. 원가정에서도 나는 스케이프고트였고, 선택한 새로운 가정에서도 스케이프고트가 됐다. 그걸 10년 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오자 기존에 입었던 정신적 외상을 더 깊게 만들었다. 그러니 오늘의 내게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에게도 말하고 싶다. 수치심은 당신 것이 아니라고. 당신은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말이다.

7. 취약성 사랑하기

[생존자는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해결사를 지칭하다. 낙관주의와 긍정적인 마음이 타고나다. 끝없이 용서한다. 자기애적 가족과 지내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다. 이별이나 낯선 환경에 놓이다. 조급하게 결정한다. 트라우마, 배신 등의 상처가 있다. 186-200쪽 소제목들]

나르시시스트를 삶에 끌여들였다는 건 나르시시스트가 좋아할 만한 특성들을 생존자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아무나 붙잡고 자존감 배터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취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생존자가 모든 에너지와 삶을 소진하고 나르시시스트로부터 버림받으면 치유되지 않은 생존자의 경우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유해한 인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니 처음부터 나르시시스트의 먹잇감이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미 희생자가 됐다면 자신의 취약점을 보듬고 사랑하며 치유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생존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생존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생존자가 되어 스스로를 파괴하며 살아갈 때 치유의 단계를 밟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생존자들의 영상, 강의, 책, 자료들을 만났다. 그리고 정말 멋진 생존자와 연결되기도 했다(썸머의 사이다 힐링 등). 그러면서 나도 치유된 생존자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난날들을 다시 정리하고 바라볼 수 있었다. 정말 지금도 감사하고, 이 책에도 감사한다.

8. '끔찍한 사건 목록' 만들기와 나 자신을 수용하기

[근본적 수용을 실천하는 데 '끔찍한 사건 목록'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는 관계에서 일어난 모든 끔찍한 일들의 목록이다. 이 사람이 내게 했던 잔인한 말, 모욕, 불인정(무시), 배신, 거짓말, 조종, 망쳐버린 특별 이벤트, 온갖 가스라이팅을 적는다.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기억은 계속 떠오를 것이다. 이를 본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그들도 이 목록에 추가할 수 있다. 나는 상담자들이 내게 들려주었던 사건과 상대의 행동 혹은 내가 바라본 그들의 경험 과정을 토대로 이 목록을 작성하도록 도와주었다..... (중략).... 심리치료를 받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끔찍한 사건 목록이 그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다.... 자신이 머무는 관계의 나쁜 점을 모두 나열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이 목록은 자책감을 막고 현실적인 기대와 근본적 수용을 강화하여 상대의 조종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좌절시킨다는 내담자들도 있다. 힘든 감정이 욱하고 올라올 수 있어서 충분히 이해한다. 이 목록을 천천히 작성하라. 치유란 항상 자신의 리듬과 편안함을 존중하는 것이다. 258-260쪽]

이 책을 만나고 나는 드디어 끔찍한 사건 목록을 만들었다. 그동안 트라우마를 대면하기 힘들어서 생각만 하고 있다가 드디어 마음먹고 작성했다. 종이에 적고 다시 읽어보면서 나는 상대가 줬던 애정이 더 이상 그리워지지 않게 됐다. 애정 후 반드시 덮쳐올 조종과 고통을 인정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르시시트와의 경험이 내게 많은 유익점을 가져다줬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누구에게도 맞출 수 있는 성격, 삶을 바라보는 통찰력 등을 얻었고, 진정한 내 목소리를 알게 됐다. 그래서 더 이상 나는 과거처럼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얻기 위해 나를 희생하지 않는다. 인정과 사랑이 필요하면 언제든 스스로가 줄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이 점은 나르시시스트와의 경험을 통해 나에게 생긴 멋진 점 들이다.

그리고 전갈과 백조 일화를 읽고 내가 경험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받아들였다.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대신 그 시간 동안 나를 더 들여다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나를 바꾼다.

9. 용서 안 해도 된다.

[나는 자기애적 학대를 당한 생존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할 때 용서를 적극 권하지 않을 것이다. 용서를 선택하는 생존자와 그렇지 않은 생존자를 모두 존중하고 응원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습적인 가해자를 계속 용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어느 쪽이 더 좋거나 나쁘지는 않다. 각자가 치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것은 선택의 문제고, 마찬가지로 용서도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405-406쪽]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자유함을 주는가. 용서할 대상은 가해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그러면 진정한 해방을 얻게 된다는 걸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치유를 위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을 제시한다. 실제로 따라 해보니 치유에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이제 나르시시스트라는 단어와 드디어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의 삶에서 나는 생존자로서 나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갈 생각이다. 생존자로 살아가면서 나의 삶의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해방을 얻게 해 줄 수 있다면 더 없는 기쁨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기록을 남긴다.

책을 덮고, 나는 이 책이 반드시 중, 고교 학생들의 교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본 이론부터, 사례, 치유까지 전체를 통합적으로 묶어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에서 반드시 나르시시스트를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배우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삶을 걷느냐에 따라 인간의 인생은 망가질 수도 있고,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 그러니 생존자든, 아직 경험이 없는 사람이든 반드시 이 책을 만나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정리를 제대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0명 중 1명. 5명 중 1명은 반드시 나르시시스트라고 심리학자들이 말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 우리는 반드시 그들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삶의 소진과 낭비를 줄이고,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멋지고 귀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나르시시스트와 이별한다. 이제 더 이상 과거에 적어놓은 글들을 봐도 화가 나지 않는다. 적어놨기 때문에 계속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가벼워졌다. 언제든지 글을 찾아 읽으면 어제처럼 기억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상대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받아들였기 때문에 기대가 없다. 그러니 용서할 것도 없고, 화가 날 것도 없고, 내 길만 걸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매일을 산다. 전갈에게 전갈이 아닌 것처럼(독침을 쏘지 말라고) 살라고 말한 들 그렇게 될 리 없으니 말이다.

내 인생은 내 것으로, 당신 인생은 당신이(나르시시스트) 알아서.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내게 끊임없이 당신의 인생 빈 공간을 내 인생을 통해 채워 넣어야 한다고 말했던 인간들을 이제 떠나보낸다. 이젠 진정한 해방이다. 그 해방의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나르시시스트 관련 도서로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책을 만나서 행복했다.

RHK출판사님 고맙습니다.



#나르시시스트
#나르시시즘
#가스라이팅
#정서적학대
#갑질
#인간관계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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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연기처럼
이시헌 지음 / 좋은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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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연기처럼> 책을 이시헌 작가님으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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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 5. 수. AM 10:04.

<인생, 연기처럼>

이시헌

좋은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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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헌 작가님의 <인생, 연기처럼> 책이 드디어 출간됐다. 이 책은 작가님의 두 번째 책으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이시헌 작가님의 이전 작품인 <인생을 쇼핑하는 남자> 책을 읽고 서평을 썼기 때문에 작가님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작가님의 첫 번째 작품을 읽고 두 번째 작품이 왠지 모르게 기다려졌다. 그래서 두 번째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인생, 연기처럼> 책은 이시헌 작가님이 뮤지컬을 관람하면서 뮤지컬 안에서 삶과 인생을 발견해 기록한 기록물이다.

<인생, 연기처럼> 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불굴의 의지를 가진 주인공의 성장과 발전을 담은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인생, 연기처럼> 책을 '뮤지컬은 내 마음을 뛰게 해 주었고 책은 꿈을 갖게 해 주었다.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두었다. 뮤지컬은 내면의 세계를 여는 'key'이다.' 라며 소개했기 때문에 이 문장들을 기반으로 책을 읽어갔다. 책을 통해 이시헌 작가님의 생각을 이해하고,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인생이라는 뮤지컬 무대 위에서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나도 인생의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있는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에선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가진 개성과 장점을 봤다. 현재의 환경과 형편에 무너지지 않고, 그 안에서 희망을 노래하며 앞으로 걸어가는 주인공이 눈앞에 그려졌다. 작가님이 그려낸 책 안의 캐릭터는 작가 자신이면서 인생 무대 위에 서 있는 주인공이다. 나는 성장과 발전을 주제로 한 영화와 소설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설 속 인물을 만나는 것처럼 책을 읽어갔다. 매일 조금씩 읽으면서 뮤지컬 무대 위에 서 있는 젊은 청년 한 명을 눈앞에 그렸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작가님 내면의 이야기와 가족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뭉글해졌다. 어머니는 왜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어머니 손을 강제로 놓아야 했을 어린아이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어머니가 떠난 날 로봇을 사달라며 용돈을 받았던 아이가 평생 동안 가져야 했을 수치심과 죄책감은 얼마나 깊고 무거울까. 읽으면서 마음이 조여왔다. 그럼에도 아이는 자라서 바른 청년이 되었고, 좌절에 굴하지 않는 건강한 성인이 됐다. 참 기특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돌을 던지고, 욕을 내뱉는 사람들에게 악을 돌려주지 않고, 그들의 악을 오히려 내면을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삼았다. 좌절과 실패를 겪으면서 자갈들이 가득 뿌려진 길을 맨 발로 걸어왔을 것 같은 주인공이 눈앞에 살아 움직였다. 그래서 응원하고, 또 응원했다.

뮤지컬 무대 위 인물들이 그려낸 인생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한 작가는 누구나 가슴을 떨리게 하는 무언가로부터 인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에겐 그것이 뮤지컬이었고, 책이었고, 글이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왔던 작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언젠가 봤던 책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책 안에서 무엇이든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면 좋은 책이라고 했다. 작가의 책을 읽고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라는 답을 얻었다. 그러니 이 책은 내게 있어 참 좋은 책이다. 고맙고,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뮤지컬과 책, 작가의 삶이 가득 녹아있는 <인생, 연기처럼> 책을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1. 뮤지컬은 내면세계를 여는 'Key'

[배우들의 뜨거운 열정과 헌신을 바라보며 절실한 마음이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멋진 삶을 살기 위해선 시도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히 공연히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두었다. 18쪽]

작가의 첫 책을 읽고 서평을 쓴 독자로서 두 번째 책을 펼쳐 들기 전 전작과 얼마만큼 달라졌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했을까 라는 기대감이었다. 언젠가 봤던 글쓰기 책에서 그랬다. 글을 쓴다는 것과 그 글을 세상에 보인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인 글을 써낸 사람들도 출판 후엔 태평양에 떠 있는 작은 조각배에 타고 있는 심정이라고 했다. 그만큼 누구든 글을 쓰고, 그 글을 세상에 펼쳐 보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작가가 용기를 내서 첫 책을 내고 지금까지 다시 읽어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글을 쓰는 것도, 책을 내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그럼에도 작가는 첫 책을 완성해서 세상에 내 보였고, 두 번째 책을 써서 또 내 보였다. 그리고 전작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으로 독자인 내게 찾아왔다. 작가는 엄청난 의지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고, 그의 용기는 내게 와서 희망이 되었다.

2. 미완성을 두려워하지 말 것

[<레퀴엠> 작품은 모차르트가 남긴 유일한 미완성 작품이며, 그이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곡을 완성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로 미완성된 부분이 많을 것이다. 미완성은 열려있는 결명을 하나씩 채워나갈 수 있다. 인생은 마치 악보를 보는 듯하다. 아름다운 곡을 만들기 위해 음표를 하나하나 새기다 보면 다음 페이지로 넘길 수 있다. 음악에서 악곡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속도를 기호로 나타낼 때 다양한 기호가 있는데, 비보(Vivo) 기호를 내 삶에 새겨 본다. 힘차고 빠르게. - 48쪽]

미완성이기 때문에 어쩌면 인생은 더 살만한 게 아닌가. 그런 말이 떠오른 장이다. 미완성을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 그 유명한 모차르트도 작가처럼 일단 해 보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미완성으로 끝을 맺었더라도 일단 만들어내지 않았겠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두려움에 떨기보다, 미완성이 되더라도 일단 해 본다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한다면 이시헌 작가처럼 두 번째 책을 써낸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누가 아는가 우리가 세계적인 음악가인 모차르트처럼 될지.


3. 때론 시련을 혼자 넘어서야 한다.

[남들보다 잘하는 영역에서 실패하게 되면 좌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모차르트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음악적 천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강압적인 교육보다 남작 부인의 믿음으로 파리로 향했으나 길거리 공연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음악적 천재에게도 시련은 피할 수 없었다. 때론 홀로 쌓아 올린 성벽을 넘어서야 한다. 쌓아 올린 성벽에 자신을 가두어선 안 된다. 현재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던 배우처럼 행동하려 한다. 내가 가진 능력과 잼재력을 발휘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사람마다 꿈의 크기는 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초라한 꿈은 없다. - 80쪽]

인생에서 좌절과 실패는 필수적인 관문처럼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니 좌절의 문턱 앞에 서 있다고 모든 것을 놓아버릴 필요는 없다. 작가의 글을 보면서 지난날을 회상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가 아니라.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벽을 넘어왔던 날들을 떠올렸다. 삶에 찾아왔던 실패와 좌절 앞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같은 길을 걸어간 사람들을 따라 천천히 멈추지 않고 걸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드시 걸어야만 하는 길 위에 놓인 자신을 뮤지컬 주인공처럼 생각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것도 작가의 글을 읽고서였다. 스스로를 칭찬하고, 위로하고, 함께 걸어주는 친구가 되어준다면 우리는 어떤 길이든 걸을 수 있고, 삶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슬픔도 어쩌면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장을 읽었다.

4. 실수를 하더라도

[오늘 하루가 완벽할지라도, 내일은 조금 엉성할 수 있다. 오늘 무대는 어제와 같을 수 없다.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객석에 앉아 배우들이 긴 대사를 실수하지 않고 연기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일까? 이 무대를 위해 매일 연습했을 것이다. 어제 무대가 조금 아쉬웠을지라도 오늘 오르는 무대에서 완벽하게 연기를 하면 된다. - 84-85쪽]

오늘 하루가 엉성하더라도, 내일 하루는 오직 오늘뿐. 지금, 여기에 존재하자는 말을 매일 되뇐다. 실수를 많이 하는 성격인 데다, 잘못들을 곱씹는 성격이라 오늘을 온전히 살기 힘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실수를 하더라도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하루들을 온전히 살아가자는 작가의 말이 위로가 됐다.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매일을 오직 오늘로 살아갈 수 있는 건 엄청난 능력이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그렇게 하루를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5. 글을 쓴다는 것

[인생이란 무대에서 1막 후반부를 달리고 있다. 1막 후반부는 중요한데, 2막 개연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오거나 실패를 맞이한다. 실패가 아닌 성공이란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어떤 일이든 해 봐야 했다. 사업을 해 본 적이 없기에 영업을 해 본 적이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책을 홍보하는 역할도 하는 시대였다. 책이 출판되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작가들을 볼 수 있었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직접 책을 팔기 위해 책을 포장하여 길거리에 나선 적이 있었다. - 115쪽]

이시헌 작가님을 인스타그램에서 글을 통해 자주 마주한다. 그는 매일 글을 통해 스스로를 기록한다. 그의 글을 마주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누가 뭐라 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과감하게 걷는다. 어떤 우여곡절이 있어도 쉽게 좌절하는 법이 없다. 그러려니 하고, 그의 길을 걷는다. 좌절과 실패 앞에 쓰러지지만 결국 일어서서 나아가는 뮤지컬 무대의 주인공 같다. 그래서 어쩌면 그가 뮤지컬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뮤지컬이라는 극 안에서 보이는 인물들 이야기 속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삶에 적용한다. 그래서 결국 그는 무엇이든 해 낸다.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선 그의 일화가 너무 대단해서 놀랐다. 이시헌 작가님의 첫 번째 책을 읽고 작가님을 유튜브에서 찾아본 적이 있다. 영상 안에서 보인 그는 정말 내향인처럼 보였다. 그래서 거리의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는 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이 10(십)의 용기를 내야 거리로 나설 수 있다면 그는 어쩌면 100(백) 이상의 용기를 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캐릭터를 현실에서 만나다니. 그리고 그의 성장과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 정말 멋지다. 그가 내면의 에너지를 증폭시켜 해내는 숱한 일화들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나도 할 수 있으니, 너도 할 수 있다고. 이번 책은 전작을 더 뛰어넘는 것들이 가득 담겨있다. 그는 그의 삶에서 주인공처럼 살고 있고, 내게도 주인공처럼 보였다. 참 멋있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6. 문화생활에 대한

한 심리학 강연에서 심리학자가 말했다. 인생에서 인간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것은 취미생활이라고. 그러니 자신을 즐겁게 해 줄 취미생활을 찾으라고 했다. 취미생활을 통해 인간은 자긍심과 자기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레저, 문화, 예술, 여행 등 우리는 각자에게 맞는 취미 생활을 찾을 수 있고, 찾아야만 한다. 그래야 자기 자신과 즐겁게 살아갈 수 있고, 나아가 주변 타인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취미생활을 찾았고, 그 안에서 인생과 삶을 발견한다.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볼 때마다 새롭게 깨닫고,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겨 나와 같은 독자에게 기꺼이 나눠준다. 취미 생활을 통해 자신을 이롭게 하고, 나아가 타인까지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사상이 떠오른다. 작가가 책 서두에서 날개가 생기면 필요한 사람에게 날개를 떼어 달아주고 싶다는 글을 책에 담았고, 그 글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날개가 꼭 생겨서 날개를 떼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날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깊은 절망을 불굴의 의지로 뛰어넘는 인생 캐릭터를 책 속에서 발견했고, 주인공을 적극적으로 오늘도 응원하고 있다.

7. 도전하는 사람

그는 도전하는 사람이고, 도전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 그 도전 중 하나가 어쩌면 두 번째 책을 세상에 과감히 내놓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글을 남에게 보이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매일 블로그 등에 글을 남기면서도 누군가 내 글을 평가할 게 두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같은 글을 반복적으로 읽고 또 읽는다.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두려워하는 중이다. 그런데 작가는 내가 두려움 뒤에 숨어 있는 사이 두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얼마나 멋있는지 박수가 나온다. 깊은 절망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절망과 어둠에 머물 법도 한데 작가는 절망의 깊이만큼 희망을 노래한다. 그리고 뮤지컬이라는 무대 위에 서 있는 주인공처럼 각자 인생을 주인공처럼 살 수 있다고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삶의 어두움에 깊이 잠겨본 사람은 어둠이 깊은 만큼 희망을 노래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 왜냐하면 두려움과 수치심, 죄책감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려움을 거쳐왔다는 사람들 치고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은 더한 것도 겪어봤다고, 현실은 원래 가혹한 거라며 현실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자신이 현실에 살고 있지 않다는 걸 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작가처럼 희망을 노래하고, 자신의 삶을 통해 타인을 고무시키는(격려하여 더욱 힘을 내도록 하다./ 네이버백과사전) 사람은 전체 중 10%도 안될 것이다. 세상에 작가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장을 읽어갔다.

8. 인생은 뮤지컬

[직접 몸으로 부딪쳐 봐야 배움을 얻을 수 있었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해 보는 것이 중요했다. 글을 쓴다는 건 한 페이지씩 채워 가는 것이고, 책을 쓴다는 건 한 페이지씩 줄여 나가는 과정에서 깨닫는 부분이 있었다. 인생은 퍼즐처럼 하나씩 맞추는 과정에서 성장이란 걸 하게 된다. 그러나 퍼즐 조각을 잘못 맞추게 되면 뒤집어엎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초기화되는 건 아니다. 인생이란 무대에서 나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두려운 마음으로 곡괭이로 날마다 깨부수며 나 자신과 싸우고 있다. 앞으로도 인생이란 무대에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할 계획이다. 새로운 배역을 맡았기에. - 180쪽]

인생이라는 뮤지컬 위에서 당당하게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작가를 만나서 참 좋았다. 전작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은 정말 더 좋아졌다. 문장도 훨씬 좋아졌고, 글의 구성도 좋아졌다. 내용도 풍성해졌다. 단 1mm 라도 성장한다. 먼지만큼이라도 성장한다는 말이 참 어울리는 작가다. 성장과 발전을 멈추지 않고, 기어이 해 내는 작가가 참 멋지다. 그래서 나도 작가를 응원하기로 했다.


9. 작가에게 있어 글은 숨이다.

[어떤 글이든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배경에 따라 글을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성격은 목소리와 글만으로 완벽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어떤 감정으로 글을 썼는지 예측할 수 있다. 아팠던 상처를 글로 녹이고 있다. 이런 글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었다. - 220쪽]

숨을 쉬듯 글을 쓴다는 것이 작가를 보니 이해가 된다. 노래를 하고, 글을 쓰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작가를 보고 나도 오늘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글들에 녹아있는 감정과 경험들이 마음에 흘러 들어온다. 아름다운 노래를 듣는 듯, 그의 삶이 아름답게 조각되고, 흘러가길 기도하며 책을 읽어갔다.

10. 평생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

[배우처럼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작가는 평생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며 평생 투고를 하게 된다. 출판사에 퇴짜를 맞았다고 해서 글을 멈추지 않는다. 뮤지컬 오디션에 합격하여 기쁨을 만끽하는 배우처럼 출판사에 연락이 오게 되면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타고난 글솜씨가 없더라도 평생 글을 쓰는 사람은 될 수 있다. 글은 누구나 한 번쯤 써 볼 만하다. - 211쪽]

매일 배우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나아가 평생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가 참 멋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평생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진짜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평생동안 할 거야.라는 마음이 든 부분이다. 공부도, 글 쓰기도, 취미생활도 나 역시 삶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작가처럼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 깊은 절망과 어둠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해 나눠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언젠가 작가에게 작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랗고 아름다운 날개가 달리길 기도하고, 생길 거라고 확언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두 번째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시헌 작가님. 항상 응원합니다.

#이시헌작가
#좋은땅
#인생연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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