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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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책을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포스팅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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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4. 수. PM 3:58.

<우주를 듣는 소년> 을
읽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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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4. 월. PM 2:02.

<우주를 듣는 소년을 읽고 기록>



우주를 듣는 소년이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 궁금함이 너무 커져 서평단 신청을 했다. 신비주의 이야기인가, 종교이야기일까, 아니면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의 이야기일까. 우주를 듣는다니 대체 소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라는 생각들이 머리에서 둥둥 떠다녔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과거 어느 한 시점에 ‘이명’ 이라는 불치의 진단을 받고 병증을 앓았던 경험이 있었다. 어느 날부터 귀 속에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들이 들렸고, 병원에 갔다. 새가 지적이는 소리,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끊임없이 들리는 벨소리, 핸드폰 울림 등 당시를 생각해보면 고통스러워서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명: 외부에서의 소리 자극 없이 귓속 또는 머리 속에서 들리는 이상 음감을 말한다. 즉, 외부로부터의 청각적인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상태이다. 완전히 방음된 조용한 방에서는 모든 사람의 약 95%가 20db(데시벨) 이하의 이명을 느끼지만 이는 임상적으로 이명이라고 하지 않으며, 자신을 괴롭히는 정도의 잡음이 느껴질 때를 이명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의사선생님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됐거나 기타 등등의 원인으로 이명이 생겼다고 했다. 뇌에서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나을 수는 없다고 하셨다. 그때 집으로 돌아오면서 느꼈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 나를 아프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날들이 생생히 기억난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다는 건 극심한 고통을 준다.


오늘의 나는 이명 증상을 모두 고쳤기 때문에 이명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다행스럽게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자 이명이 씻은 듯 나았고,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됐다. 알 수 없는 기타 등등의 원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혼자 듣는다는 건 어떤 면에서 엄청난 고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우주를 듣는다는 소년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궁금했다.

이제 우주를 듣는 소년, 그 기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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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中>

그땐 네가 누군지도 아직 몰랐어. 너무 이상하고 미친 소리 같았어. 알레프나 B맨에게도 말할 수 없었지. 그날 이후 그들을 본 적은 없지만 아무튼. 나를 따라다니며 내 인생을 묘사하는 책이 있다고 누구에게 말하면, 나를 영원히
병원에 가둬버릴까 봐 두려웠어.

우주를 듣는 소년 / 루스오제키/ 인플루엔셜 / 42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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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의 책 속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오제키는 이야기 주머니를 팡하고 터트리고 우리를 이야기 주머니 안쪽으로 이끈다.

소년의 이름은 베니다. 베니는 애너벨이라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편부모 가정의 아이다. 베니의 아버지는 어느 날 약물이 중독된 상태로 안타깝게 사망했다. 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것이었던 베니의 세상은 그 이후부터 깨진 유리처럼 조각이 났다. 그리고 남편이 죽자 애너벨 역시 저장강박증으로 보이는 증상을
겪고, 몸집이 점점 불어난다. 아름다웠던 애너벨은 이제 과거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됐고, 가난은 더 극심해진다. 홀로 베니를 키우고, 생활해야했던 애너벨은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어진다. 그 만큼 그들의 집은 더 많은 쓸모없는 물건들로 가득 채워지고, 정신없어진다. 그 물건들 속에서 베니에게 다가오는 소리는 더 많아지고, 더 많은 고독으로 찾아들어 가도록 만든다.

베니가 태어났을 때부터 무척 예민한 아이였다는 건 책 속 곳곳에서 보여 진다. 내 생각이지만 베니는 초예민자(엠패스, empath) 이거나, 예민자(HSP. Highly Sensitive Person)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엠패스에 속하는 내가 이 책을 읽다보니 베니에게서 많은 공통점을 느꼈다. 그리고 베니는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감각들이 살아있고, 확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고, 찾아보길 권한다.

나는 베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쩌면 베니의 상황이 ‘들음’을 유발한 것은 아니었는지 한참 생각했다. 아버지의 사고, 어머니의 정리 강박, 극도로
예민한 성격의 아이, 가난과 고독. 정신없이 복잡한 집 안, 모든 요소들이 아이의 증상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 역시 정신적인 증상으로만 봤을 때의 이야기다.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아이의 이야기일까 하고 한참 읽다보면 베니는 실제 이야기를 듣고 있고, 이야기는 진짜다. 아이를 따라다니는 책이 있고, 책은 드디어 자신과 연결된 베니라는 아이를 집요하게 따라다니고 놓아줄 줄 모른다. 아이는 책에 대해 설명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아 결국 입을 다문다. 약을 먹고, 병원에 입원해도 소리들이 계속되지만 이야기를 해 봐야 병명이 늘어날 뿐이다. 베니에겐 알레프와 슬라보이 만이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는 유일한 사람들이었을 거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지만 그 둘은 유일하게 베니를 이해하고, 인정해준다. 그들 역시 어쩌면 사회에서 소외되고, 각자의 증상들을 겪고 있는 한 인간들이기 때문에 베니를 더 많이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수많은 목소리들에 묻혀 베니는 고통 한 가운데서
더 많은 고독과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고통이 심화될수록 베니는 알레프를 통해 사랑의 감정과 해방을 느낀다. 모든 소리들이 그렇듯 모두가 중요하진 않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향해 끊임없이 뱉어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말들이 모두 중요하고 가치가 있진 않다. 베니에게 들리는 수많은 목소리 역시 그들에겐 중요하지만 베니에겐 소음과 고통이 될 뿐이다. 정신적인 증상일 뿐이었다면 더 가벼웠을지도 모른다.

정신과에서 받은 약으로 증상을 효과적으로 누를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베니에게 들리는 소리들이 정신적 증상의 발현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베니의 소리들은 베니를 따라다니는 책을 통해 설명되고, 그려진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감각기관이 살아있는 베니에게 주변의 모든 것들은 우주에서 아우성치는 별들과 같다. 수많은 별들 속에 작은 존재인 베니가 소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괴뇌의 시간을 보냈을까. 그의 고통이 절절히 느껴졌다.


베니에게 우주의 소리는 종교적인(선불교)면, 실제적인 면, 정신적인 면, 신비주의 적인 모든 요소임을 그려내기 위해 책은 집요하게 그리고 설명한다. 베니와 책이 주고받는 형식으로 되어있는 책을 통해 책이 볼 수 없는 베니 만의 감정과 베니가 말하고 싶지 않은 내밀한 문제까지 책 안에 펼쳐진다. 물건과 자연의 모든 생물들이 서로 인연을 통해 삶을 이어간다는 것 또한 재미의 요소였다. 물건 속에서 무언가를 보고, 듣고, 까마귀라는 생물을 통해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어쩌면 우리 역시 베니처럼 우주를 직접적으로 듣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의 것들을 받아들이고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 속에서 너무 바쁜 나머지 어느 정도 차단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편의 다양한 감정을 표정과 분위기를 통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다른 감각기관이 느끼고, 듣는 소리일 거다. 약을 먹고, 병원에 입원을 해도 베니에게 들리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부르짖는 수많은 목소리들에 갇혀 말할 수 없고, 이해 받을 수 없는 소리들에 갇힌 베니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베니가 그들과 진짜 대화를 해 볼 수 있진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면서 읽었다.

일본나라의 선불교 스님이 된 아이콘 이야기와 그녀가 쓴 정리 책을 통해 베니의 어머니 애너벨이 연결되고, 아이콘의 책은 애너벨이 읽을 때까지 읽을 수 있도록 그녀를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이 모습은 베니가 실제 목소리를 듣는 책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결국 애너벨은 책을 읽게 되고, 아이콘이라는 스님과 까마귀라는 공통 장치를 통해 더 깊이 연결된다. 애너벨이 정리를 하게 되고, 어쩌면 스님과의 만남을 통해 완전한 정리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면서 읽었다. 그럼에도 내가 생각한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 주머니가 더 즐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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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中>

“...세상의 심장이며 영혼 없는 현실의 영혼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고 말했다네. 어쩌면 학교에서 이 유명한 말을 들어봤겠지.“

"아뇨."

“정말 불행한 일이군. 음, 방금 말한 것처럼 난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고, 사실 무신론자라네. 하지만 내가 책 쓰기를 거의 마쳐가는 지금, 나도 모르게 기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네. '친애하는 하느님, 부디 제가 책을 완성할 때까지 죽지 않게 해주십시오'라고 말이야."

나는 내 책이 작가의 에고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 생각했지만 그얘기를 꺼내지 않기로 작정했고, 대신 하느님에 대해 물었다. "아저씨가 하느님이 진짜라고 믿지 않는다면, 왜 하느님이 아저씨를 도와야하죠? 하느님이 진짜로 믿는 사람과 그냥 믿는 척만 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하느님은 이야기라네." 그가 말했다. "난 이야기를 믿고 하느님은 그걸 알지. 이야기는 진짜라네, 어린 친구 이야기는 중요해. 자네가자네 이야기에 대한 믿음을 잃는다면, 자네 자신을 잃게 되는 걸세.”

나는 이 말에 대해 생각했다. B맨에게 나의 책과, 그날 밤 책이 제본실에서 나에게 보여준 묶이지 않은 모든 것들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책이 내가 몰랐거나 잊으려 했던 나의 삶에 대해 들려준 모든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내게는 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내가 말했다. "그걸 잃어버리기 시작했는데, 나의 목소리들이 내가 기억하도록 도움을 줬죠."

"이야기들에 대한 진실은 그것이 우리의 전부라는 것이다. 토머스 킹이라는 체로키족 작가가 이렇게 말했지.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말하는 이야기라네, 베니 보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들어내지, 우리는 또한 서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네."


우주를 듣는 소년 / 루스오제키/
인풀루엔셜 / 67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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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읽고 난 지금, 나는 내 삶 역시 하나의 이야기 임을 느꼈다. 쓰여지고 있는 책, 쓰여진 책 우리는 자신 만의 이야기를 닮은 삶의 이야기를 써간다. 그리고 그 삶의 이야기들이 집요하게 우리를 따라다니며 설명한다. 우리 각자가 지닌 책들을 통해 우리는 베니의 이야기를 또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말 즐겁게 읽은 책이다. 정신적 증상 역시 어쩌면 하나의 성격적 성향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됐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베니의 책 이야기 뿐 아니라 그들의 책 이야기까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직접 읽어보길 권하는 책이다. 무엇보다 베니의 책과 소리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다. 당신도, 나도 내면에 있는 깊은 무언가와 연결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을 보내주신 인플루엔셜 출판사와 내면의 소리를 찾게 해 준 오제키 작가님꼐 감사함을 전한다.

행복하고, 즐겁고, 치열하고, 가슬가슬하고, 끈적하고, 끈끈한 시간이었다. 당신에게도 우주를 듣는 소년이 소중한 삶의 만남을 가져다줄 거다. 그럼 우리 또 책 안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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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책을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포스팅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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