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파란 -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47
유지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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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맞닿는 지점에 서본 적이 있다.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며 진로를 탐색하는 청소년기는 특히나 그 지점을 맴돌이하는 시기이다. 심해수영 학생 선수로 활동하는 심해종 청소년 모파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청운시로 온 고산종 청소년 수림의 이야기는 여러 입장에서의 맴돌이를 잘 보여준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류가 심해종과 고산종으로 분화한 미래가 배경이지만 청소년기 진로 탐색 과정에서 방황하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우수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제법 준수한 성적을 내는 심해수영 선수였던 모파는 어느 순간부터 하락하는 기록에 압박을 받고, 잠을 줄여가며 연습하느라 컨디션이 안 좋아지다 보니 또다시 기록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급기야 훈련 도중 물살에 떠밀려 가벼운 부상을 입고 코치에게 2주 간 훈련을 쉬라는 권고를 받는다. 몸도 마음도 지친 채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청운 타워 전망대로 향한 모파는 그곳에서 고산종 또래, 수림을 만난다.


수영도 못하고 아가미호흡도 못하면서 이리저리 부딪혀가며 청운시 외곽까지 잠수복을 입고 온 수림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카페와 아이스 클라이밍, 농장과 가죽 공방 등 여러 곳에서 경험을 쌓았지만 계속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지 못했었고, 이곳 심해에서라면 그런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적잖은 돈을 들여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열심히 해왔던 심해수영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모파는 자신을 스토킹하는 SNS 계정을 알게 되고 친구들과 이를 추적한다.


열아홉이라는 나이는 성년이 머지 않았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의 갈피를 찾기를 요구받는 때이기도 하다. 심해수영 선수 생활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는 운하, 유일과 자신의 기록을 비교하며 모파는 불안과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오히려 나를 더 괴롭힌 건 내 머릿속의 스토커였다. 시시때때로 나를 따라다니면서 나의 무능을 쉽게 비난하고, 나의 크고 작은 수치를 낱낱이 파헤치고, 내가 뒤처질 때마다 끔찍한 말로 날 몰아붙이고 함부로 대하던 그는, 누구보다 나의 얼굴을 더 많이 닮아 있었다.>(149쪽)


작품의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스토커와 대면하고 나서 모파는 자신을 옭아매던 부정적 감정을 직시할 수 있게 된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소모된 심신을 돌보지 못하고 오로지 잠을 줄여 훈련 시간을 늘리는 걸 유일한 돌파구로 삼았던 모파는 너무 조이다 끊어지기 전에 다행히 친구들의 도움 속에서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불안하지 않았다.>(244쪽)처럼 말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


미래학자들이 백세인생 중 여러 차례 직업을 바꾸며 살아갈 거라고는 하지만 정작 인생 이모작, 삼모작보다는 사회 진출 후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지 결정하기를 요구하는 사회에 살다 보면 진로에 대한 압박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나름 재능을 보이는 영역에서도 한계를 느끼고 고민하는 모파의 모습은 오늘날 고등학생들과 겹쳐보인다. 희망 분야, 학과에 따라 선택과목을 정하고 수행평가 주제의 방향을 설정하며 학교 수업 외에도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수능 공부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모파처럼 정작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게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모파와 수림의 이야기를 학생들과도 머리 식힐 수 있는 2학년 2학기 학기말에 함께 읽고 실패해도 괜찮다, 또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급여와 근무환경, 안정성 등 여러 면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몇 가지 길 말고는 모두 패배자 취급하는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기만으로 들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조금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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