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식재료 에세이”라는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브로콜리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한 팔로 양파 꼭지를 감아 쥐고있으면서 목에는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한 페이지 넘겨서 책 날개를 보니 작가 이용재님은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전공은 건축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전공 공부를 하다가 전공인 건축대신 음식과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었을까? 작가의 말 시작에 ‘벽돌과의 대화’라는 건축가 루이스 칸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 걸 보면 건축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듯하다.
작가는 무던한 식재료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의도에 걸맞게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재료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간간히 레시피도 실려 있지만, 레시피를 소개하는 요리책은 아니다. 요리에 앞서, 요리에 필요한 기본적인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이다. 공부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지 않은가. 무엇이든 기초가 튼튼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것을 쌓아갈 수 있기 마련이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요리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요리에 대해 없던 흥미도 생기게 해주고, 맛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을 다채롭게 알려주고 있다.
책은 식재료를 종류별로 묶어서 소개한다.
1장 향신료와 필수 요소
2장 채소
3장 육류와 해산물
4장 과일
5장 달걀과 유제품류
6장 곡물
7장 알아두면 좋을 식재료 이야기
챕터별로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들을 몇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1장 향신료와 필수 요소 중
얼음
좋은 얼음의 조건으로 강도와 투명도를 꼽으면서, 여기에 부합하는 얼음을 얼리기 위해 힘들게 집에서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얼음은 사서 쓰는 게 좋다. 물을 사 먹는 세상이니 얼음도 딱히 이상할 이유가 없다. (44쪽)
이런 점에 있어서 이책이 좋았다. 음식 관련 책이라고 하면 흔히 가능한 한 모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쉬운데 그렇지가 않다. 정확한 타협점을 제시하면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요령들을 알려준다. 나의노력에 부응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면 과감히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말라고 한다.
식초
‘간을 맞춘다’에 대해 설명하면서 짠맛만 신경 쓸게 아니라, 짠맛은 신맛과 맞물려서 고려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요리 전문가가아닌 나로써는 크게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이라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식초를 잘 쓰면 음식의 표정이 화사해지며 균형이 맞아 소금의 사용도 줄일 수 있다. (53쪽)
2장 채소
가지
가지를 잠재력이 엄청나면서도 까다로운 식재료라고 소개하면서 왜 다루기가 어려운 건지, 어떻게 하면 가지의 잠재력을 한껏펼쳐주는 요리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읽다 보면 역시 간단하다. 가지의 성질을 이해하면, 어떻게 해야 가지를 맛있게 먹을 수있을지 명확해지는 것이다. 가지가 충분히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밑준비를 마치면 그 어떤 채소보다도 폭넓게 사용할수 있게 된다. 반대로 가지에 대한 이해 없이 마구잡이로 요리를 하다 보면 요리를 망치기 십상이니 가지는 충분히 이해해주기로하자.
3장 육류와 해산물
연어
연어 염장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읽어보면 어렵지 않다. 코스트코에 갈때마다 커다란 연어 덩어리를 볼 때마다 망설여지는데, 연어를 염장하면 부피도 줄어든다고 하니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아침마다 먹는 베이글에 염장 연어를 올려 먹으면 브런치집 가고 싶다는 생각이 쏙 들어가지 않을까?
4장 과일
파인애플
손질하기 번거로운 파인애플을 칼질 연습하기 좋은 식재료라고 소개하다니. 작가님 머릿속이 확실히 궁금해지는 지점이었다.
5장 달걀과 유제품류
달걀
달걀을 까는 방법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봤는데 평평한 면에 달걀을 쳐야 깨끗하고 크게 금이 간다고 한다. 어쩐지. 그릇이나 후라이팬 가장자리에 달걀을 칠 때 달걀 조각이 같이 딸려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거다.
그리고 달걀흰자는 야들야들하게, 노른자는 보들보들해서 목이 메지 않게 삶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이건 바로 실행해 옮겼는데대성공이다. 최근 들어 삶은 달걀을 달걀 후라이 대신에 아침으로 먹곤 하는데 앞으로는 이 방법대로 달걀을 삶을 거 같다.
냉장고에 있는 흔한 식재료들에 대한 약간의 이해만으로도, 큰 수고로움 없이 본연의 맛을 끌어낼 수 있다고 하는데, 한번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매끼 채소를 일정양 먹으면서 식사를 시작하는 우리집.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날 오이, 날 토마토만 썰어 먹지 말고 똑같은 오이 토마토도 좀더 다채롭고 맛있게 먹어볼까 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