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죽음을 연출해 타살을 일삼는 회사. 사람의 목숨을 구조조정하는 회사. 나는 이 회사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만드는 시나리오를 만든다. 내가 만들어낸 죽음이 하나하나 늘어감에 따라 나의 양심은 점점 줄어든다. 어쩔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마다 어떻게, 설마라는 의문들과 호기심들로 책장을 넘겼다. 살인을 계획하면서, 그것은 나비효과처럼 우리모두가 저지를수 있는 단순한 일인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에, 나도 주어진 상황에서 나의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는, '이건 이래서 안되.' '이건 어쩔수 없는 상황이야.'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했을걸.'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가게 되는, 주어진 상황에 무섭게 적응하는 모습을 나 또한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살인의 시나리오를 아무렇지 않게 써내려가고 그로 인해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살인이 진행되는 것을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단순한 업무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비판할 수만은 없었다. 그 모습이 내 모습이었으니까. 우리는 수많은 어쩔수없는 상황들을 만나게 된다. 그 안에서, 어쩔수 없었다라는 정당화의 말보다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현명함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