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맨 앞줄 - 학교에 관한 장르 단편집 꿈꾸는돌 29
김성일 외 지음 / 돌베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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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움과 아련한 향수, 또 지긋지긋함까지 함께 생각나게 한다. 내가 몇 살 일 때, 내가 몇 학년 때가 아닌 학창 시절이라고 그 시절을 통틀어 부르는 나이가 된 지금까지도 학교 이야기는 비슷한 듯 하면서 또 새로움이 있다.

<교실 맨 앞줄> - 학교에 관한 장르 단편집은 그래서 제목만으로 주는 반가움과 그리움에 손이 바로 가게 되었다. 장르라는 것에서 여고괴담급의 학교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을 펼쳤는데, 제일 첫 단편의 제목이 도서실의 귀신이다. 소풍이나 운동회마다 비가 오는 이유가 학교터가 공동묘지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처럼 이번에는 도서실 귀신의 무서운 활약을 기대해 보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교실 맨 앞줄’, ‘백 명의 공범과 함께’, ‘해골성 가상 캠프’, ‘공녀님은 기사가 되고 싶어서’, ‘아발론’, ‘과학상자 사건의 진상’, ‘거리두기 2063’ 의 전개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체를 포괄한 장르가 아닌, ‘학교라는 단어를 괴담이나 경쟁이라는 단어 속에 가두다 보니 저도 모르게 조금 더 잔인한, 허탈한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책 속 이야기들은 현재 우리 사회,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닮아 있다. 현재의 상황이 미래에도 이어지기도 하고, 지금 고민하는 것들을 또 끄집어내다.

하지만 이 속에는 부정적인 미래도, 나와 아이들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도 없다. 꼼짝도 할 수 없던 교실 맨 앞줄도, 벗어나고 싶은 곳도 아닌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보는 SF 속 학생과 미래의 선생님, 팬데믹 시대에도 정을 나누는 친구들이 등장한다.

그래, 학교는 이런 곳이어야지. 어른들의 역할은 이런 것이어야지. 성년이 되기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학교가, 지금은 이런 모습이 되어야겠지.

재미로 시작했다가 책장을 넘길수록 학교와 아이들, 사회를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따스한 시선에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악당이 버티는 소굴일까 친구가 기다리는 놀이터일까

언제나 벗어나고 싶다가도 때때로 숨어들고 싶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우리들의 이상한 학교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귀신, 90년대 하이텔 통신에서 만나던 판타지 소설, 어쩌면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싶은 아이들의 가상체험 등 다양한 이야기는 향수와 더불어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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