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 - 개혁군주 정조의 78가지 질문
정조 지음, 신창호 옮김 / 판미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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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는 1776년부터 1800년까지 재위했던 조선의 22대 왕으로 학자 군주인, 정조의 문집인『홍재전서』에 실려 있는 「책문」을 독해한 것이다. 책문(策問)은 최고지도자가 학자와 관리, 예비관리 등 여러 신하들을 상대로 국가의 정책에 관한 질문을 하며 대책을 요청하는 공론의 장이다.

5개의 분야로 나누어 우리말로 쉽게 정리된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부. 올바른 정치를 향한 소망> 올바른 정치를 시행하는데 요구되는 핵심 원리와 원칙에 대한 고민
<2부. 지도자의 열정과 그에 걸맞은 인재등용> 조선 후기 현실 사회의 시대정신에 맞는 인재의 발굴과 등용을 위한 노력과 고민
<3부. 문예부흥으로 빛나는 문명국가 건설> 자연과 인간, 사회가 어울려 즐거운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냉철한 역사의식, 세련된 언어생활 등 풍성한 국민 생활의 제고를 통한 국가의 부흥을 위한 노력과 고민
<4부. 정치지침서를 통한 리더심 함양> 독서와 강의 통해 국가 운영에 필요한 지혜를 경전 속에서 찾으려 노력하고 이를 정치에 응용하려는 노력과 고민
<5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노력> 조선시대는 백성을 정치의 근본으로 인식한 민본(民本)에 기초한 사회였던 만큼, 지도자와 백성 사이에 민생과 복지를 고민하고, 지역사회의 지리적 특성과 지역사회 분위기의 틍성을 살려 민생을 챙기려는 노력과 고민

학자군주이자 개혁군주였던 정조의 78가지의 질문을 하나하나 읽는 동안, 현실과 견주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정치지도자와 국민 사이의 신뢰, 정치적 의사소통(언로), 국가의 규모와 본보기, 정치의 원리원칙, 부정부패와 연결되는 사치에 대한 경계, 능력과 재능을 바탕으로 한 인재등용,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날인 '인일(人日)제', 공직자의 역할과 기능, 공직자들에 대한 근무평가, ... 하나하나가 지금의 국가와 국민, 그리고 정치·사회·문화·경제의 이슈와 닿지 않는 부분이 없어, 200여년 전의 군주가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고 지도자인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같아선 국민을 대표하여 선출된 정치인들이 모두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한 책이다.
부끄럽게도 배경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책의 중간중간 인용되고 있는 옛 서적과 인물들과 같은 내용들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정조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역자는 정조가 내놓은 책문 속의 수많은 질문은 '질문을 능가하는 질문 위의 질문', 즉 '초질문'이라 표현한다. 나는 이 표현에 감히 동감한다. 정조의 질문은 처음에는 최고지도자인 자신에게 향하면서 무엇이, 왜 문제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의 방향을 찾아감에 있어, 신하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고자 다시금 질문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기다린다. 내가 무엇을 아는가 모르는가를 인지하는 것이 '초인지'라는 맥락에서 정말 최적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선택으로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한 지 한달이 다 되어 간다. 대통령의 한달 간의 행보를 보면서, 국민들은 많은 위안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숨쉬는 공기가 달라진 것만 같다. 그리고 나라가 나라다운, 국민이 국민답게 위함을 받고 받고 있는 것 같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과 손을 맞잡고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고, 함께 웃고 기뻐하는 지도자의 모습에 국민들은 진정 살맛나는 세상을 꿈꾸고 그 꿈에 한걸음한걸음 다가서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 같다.

200여년 전 정조의 치열하고 진실하고 간절했던 고민과 노력의 연장선 상에, 우리의 새 지도자도 새로운 국가를 자신에게 그리고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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