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바깥, 현실세계로 꺼내온 [헌법] 이야기를 다룬 「헌법의 상상력」.
시대별 상황과 더불어 그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헌법 조문에 대한 해석도 필요에 따라서 다루기도 하지만, 헌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헌법이 제정되거나 개정되기에 앞선 우리나라 근현대의 역사적 상황, 정치적 상황들과 함께 지금의 헌법이 된 이야기를 다른 나라의 근현대사와 비교하고 이와 연관된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이해를 돕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정치, 경제, 사회, 세계사 등등 다양한 분야들이 어우러진 헌법에 대한 이야기여서 한 번 읽고는 모두 이해할 수 없어, 박식하지 못한 나의 지식을 잠시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덕분에 새롭게 관심을 갖고 더 공부해보고자 하는 시작점이 되어 좋은 경험이었다. 물론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헌법은 국민이 만든 밥이며 한 나라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고 있는 문서입니다. 우선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 기본권이 우선이고 그것에 봉사하는 것이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p.20~21)"
"국민이 헌법을 만든다는 사실을 그저 교과서 속 구절로 치부해버리는 순간 위기가 시작될 것이며 반역과 패악이 우리의 모든 것을 할퀴고 망가뜨릴 것입니다. (p.322)"
"교과서 속 구절로 치부"하고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현실의 모든 곳에" 헌법이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정치인들의 주장에 휩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니 꼭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아,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에 '아차!' 싶고 뜨끔했다.
촛불집회 참석자들 가운데 아이들과 동반한 가족단위가 많은 것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자립하여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부모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혼란스럽고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걸음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그러고 보니, 텍스트로 앉혀 있는 헌법을, 우리가 숨쉬며 직면한 현실세계 속으로 꺼내어, 현실적인 이해에 도움을 주는 「헌법의 상상력」이, 바로 지금 이 시점에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 참으로 반갑다. 그리고 내가 읽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