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처음 보고는 소설책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서울 이데아. 서울에서 무언가 참이자 실재의 원형을 찾을 것이라는, 그런 내용의 철학책일 줄 알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책이었다. 준서라는 스무 살의 청년이 한평생 엄마가 입혀 주는 삶 속에 살다가 자신이 찾지 못한 정체성을  '고향'이라는 '뿌리'를 통해 갈망하게 된다. 삶의 대부분을 모로코에서 산 준서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을 거의 알지 못하는 이방인이었다. 내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에서 언제나 외국인으로 살아야 했던 준서는 이제 자신이 태어난 나라인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K드라마 속 배경인 카페에도 가고 PC방에서 게임도 하며 서서히 한국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 아는 게 없기에, 고향인 이곳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게 되며 상상해왔던 것과 달리 차가운 한국의 모습에 점점 위축되고 만다. 서울에 대한 환상은 준서를 더 옭아매며 정체성의 혼란을 만들었다. 이런 곳이 내 고향이고 나를 당연히 품어줄 거라고 생각했기에 준서의 행동은 한국과 자꾸만 부딪히고 말았다. 준서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서울에 왔지만, 서울에서 찾은 것들은 준서를 성장시키는 재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마음의 뿌리를 내린 곳이 나의 고향이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이데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불완전하고 불안정했던 준서의 내면은 마치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방황하는 현대인의 공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떠한 공동체 속에서 마음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정체되 있는 이들과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는 관중의 모습처럼 차갑고 슬픈 감정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바라보는 고향을 찾아 낯선 곳에 발을 디딘 이들을 감싸는 것 또한 이미 뿌리 내린 이들의 강한 책임이었다. 

책을 읽는 모두에게 작가가 응원을 보내는 것 같았다. 이끌리는 곳으로 나아가 너만의 꽃을 피우라는 말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소설 중 주위의 인물들은 준서, 즉 우리에게 많은 조언을 건네주며 현대를 살아가는데 방향성을 알려준다. 꿈을 찾지 못하거나,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거나, 선택할 용기가 없는 모두에게 이 책이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