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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7
은모든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경진은 과외교사다. 오랜만에 사흘의 휴가가 생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만 있고 싶었지만 첫날부터 그녀의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괴외 학생인 해미가 집에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게 된 경진은 걱정보다는 별일 없을 거라는 믿음으로, 휴가를 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그때부터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다가와 속사정을 털어놓는 사람들. 제목 그대로 모두 경진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앞선 두 수업에서 질리도록 입씨름을 하고 온 터였다. 빗길에 차가 막혀 저녁 식사마저 김밥 한 줄로 때웠다. 해미의 마음을 세세하게 살필 만한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바스락거리도록 뽀송뽀송한 광목 시트 위에 몸을 누인 경진은 큼지막한 베개를 휘감듯 끌어안았다. 질릴 때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려야지. 지금 이 순간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다들 그러더라고, 눈치 보여 못 할 게 뭐가 있냐고 말이야. 내키면 그냥 무조건 하래. 지금도 못 하는 일은 내년 내후년에는 더 못 한다면서. 게다가 우리도 관광지 가까이 사니까 좀 좋으냐고, 민망하면 남들처럼 관광 온 사람인 척하면 된다는 거야."
이 책은 한번 훑어볼 생각으로 펼쳤다가 끝까지 읽고 덮게 된 이상한 책이다. 경진과 산책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다. 자극적인 소재를 좋아하는 내가 잔잔한 이야기에 이렇게나 몰입할 수 있다니!!! 경진과 같이 산책하다보니 어느새 조급하고 여유 없던 마음이 힐링이 되었다.조으다조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