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꽃 시산작가선 7
이용환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갈대숲이 우-우 우는 것은 / 이용환

 

바람 부는 날

갈대숲이 우우-우 우는 것은 세상의 작은 비밀을 알고 있어서라 합니다

바위나 숲, 나무 같은 것은 마치 눈과 귀가 없는 것같이 편안함이 느껴져

세상 고민이 많은 사람들 저마다 찾아와

세상 소문 같은 것, 정치적인 비밀 같은 것, 심지어는

자신의 비밀에 관하여 발칙한 말들을 갈대숲에 남기고 떠났기에 갈대숲은 귀를 닫고 피할 길이 없어 우우- 울었다는 겁니다

 

 

  시인의 일은 갈대와 같다고도 하겠습니다. 태초에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던 매개자가 시인이었다면 그 이후 인간사회에서 약하거나 슬픈 인간을 대리하여 노래하고 울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것이 시인이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예전 시인의 역할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시인은 대상을 새롭게 보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대신하여 아픔을 노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새롭게 보고 새롭게 표현하기에 일반 대중과는 괴리감이 발생합니다.

 

  시의 효용은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가 문자를 매개로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문학의 한 양식이라면 시인의 시는 소통에 있어서는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꽃을 탐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수선화, 목련, 벚꽃, 진달래, 아카시아, 산목련, 달맞이꽃, 도라지꽃, 해바라기, 망초를 노래하고 그 꽃에 어린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시인도 '일은 저질렀지만 부끄럽'다고도 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하물며 인생이나, 그 인생을 대변하는 책을 펴내는 데는 아쉬움도 많겠지요. 당시에는 최선이었는데 살아오면서 축적된 경험과 지혜의 눈으로 보면 과거는 늘 부족한 것이 당연함에도 말입니다. 다음에는 더욱 더 좋은 시집을 기대합니다.

 

  세종 집에서 책을 가져온 날이 4월 14일, 일별하고 다시 읽은 게 4월 21일입니다. 청주-세종-원주-군포 거쳐 김포에서 제주로 내려오는 비행기 안에서 세 번째 읽고 졸가리는 잡았지만 술한테 시간을 양보한 탓에 간략하게 썼습니다. 총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릴 게 없어 버릴 것만 남았다
정진용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오창훈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독후감입니다. 오창훈 선생님은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하시고 30여년간 강의를 하면서 23종 90여 권의 저서를 펴내신 분입니다. 부족한 글에 감상을 보내주신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유채꽃과 제주 4․3

- 정진용 시집, 『버릴 게 없어 버릴 것만 남았다』 단상

제주도는 따뜻한 날씨, 바다로 둘러싸인 풍광, 비행기로 떠나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인해 최근 들어 관광지로 각광받습니다. 하지만 돌, 바람, 여자로 상징되듯 척박한 자연환경은 생존을 어렵게 만들었고, 역사적으로도 정치, 경제, 문화적 환경과 동떨어진 척박한 지역이었지요.

남들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시인은 직장에서 자원하여 제주 지사에서 근무하며 보고 느낀 걸 시로 표현하였습니다. <빌레왓 밭담에서>, <알작지 다이어트>, <안부>, <방생>, <일별 제주>, <달콤한 슬픔>, <곡비>, <곤을동>, <백비>, <비설(飛雪) 자장가>가 그렇습니다.

곳곳의 돌담마다, 돌담의 돌마다

이 땅 사람의 땀이고 눈물이고

때로는 비명 머금은 핏방울입니다.

그럼에도 돌담마다 바람길 냈으니

이 땅 사람이 마음 다스리는 법입니다. <빌레왓 밭담에서> 부분

해삼을 베낀 (<일별 제주>) 제주도의 봄은 유채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때맞춰 몰려 들어 한라산, 또는 바다를 배경으로 유채밭 속에서 활짝 웃으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데,

유채꽃 노랗게 혼절한 봄날

(중략)

잉잉 울음이 꽃인 줄

그리움 서린 꽃잎마다 죄다 울음인 줄 (<달콤한 슬픔> 부분)

차마 몰랐을 겁니다.

“밭이 참 앙증맞네요. 밭이 예뻐서 사진을 찍나요?” 묻는 중년 관광객에게

“밭이 아니고 집터예요. 4.3 때 마을이 불타고 집터만 남은 거“라고 말하면서 카메라 들고 있던 시인은 잠시, 그냥, 왠지, 쓸쓸했답니다. 바로 대표적인 학살의 현장인 <곤을동>이었거든요.

제주도에서는 1947년 3월 1일 시작하여 1954년 9월 21일까지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이 있었고,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의 막대한 희생이 있었습니다. 진상보고서에 의하면, 4·3사건의 인명 피해는 25,000∼30,000명으로 추정되고, 강경진압작전으로 중산간 마을 95% 이상이 불타 없어졌으며, 가옥 39,285동이 소각되었다고 합니다.

시인은 ‘4․3’을 놓고

봉기, 폭동, 항쟁, 사태 …

그 어떤 덧말도 없이 사실만 남겨라.

보는 사람마다 생각대로 비문을 쓰게 하라. <백비(白碑)> 부분

라고 합니다.

1949년 1월 6일 토벌작전 펼치던 군인들에게 쫓겨 두 살 난 젖먹이 딸을 등에 업은 채 피신하다가 총에 맞아 희생된 25세 여인 변병생(호적명 변병옥)이 있었습니다. 제주 4․3평화공원 한 구석에는 이 사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조각이 있는데, 4·3 당시 하얀 눈밭을 표현한 흰 대리석의 원형판 위에서 아이를 끌어안고 죽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했지요. 제주 해녀들이 옷 갈아입고 군불 쬐는 둥근 불턱과 제주 전래의 자장가인 ‘웡이자랑’도 음각했답니다.

이를 보면서 쓴 시는 독자로 하여금 저절로 눈물 짓게 합니다.

더는 못 가겠구나.

아가야,

아직 따뜻한

엄마 품에 잠들어라.

이놈의 꽝꽝 겨울 쯤이야

한잠 자고 나면 그만일 테니

아가야 어서 잠들어라.

엄마 품 식기 전에

어서 잠들어라.

펑펑 눈 꼭꼭 덮고

아가야…… 아가야…… <비설(飛雪) 자장가> 전문

동백꽃은 제주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2․3월이면 툭 하고 지상으로 떨어지는 새빨간 꽃송이는 마치 4·3 당시 희생당한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하지요. 이에 따라 제작된 동백꽃 배지도 4·3희생자를 추모하고 화해와 상생의 의미를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표지 <제주 동백>은 “빨간색은 꽃잎, 노란색은 꽃술 그리고…… 그날.”을 형상화 했다고 합니다.

시 한 편 제대로 읽기 …… 정말 쉽지 않습니다. <모순>

(2020. 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끔씩 죽어보기
조향순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멀리 문경에 계신 선생님께서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교정 볼 때 읽은지라 잘 넘어갑니다.

선생님의 글은 쉽게 읽힙니다. 그만큼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오래 생각한 바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문장을 깎고 다듬어 말을 제자리에 잘 앉혔다는 말씀이겠습니다. 기껏 알고 있는 어려운 것도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글 쓰는 이에게 요구되는 미덕의 하나라면 선생님은 그 사표이십니다. 이런 글을 기꺼이 보내주셨으니 어찌 안 읽을 수 있겠습니까. 책을 읽으면서 시상을 잡는다면 더욱 큰 보람이겠습니다.

   멀리 문경을 지키는 선생님께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더불어 더 좋은 책 쓰시기를 기원합니다. 총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