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미스터 타이거 ㅣ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평점 :
『안녕, 미스터 타이거』, 나혜림
1883년부터 1935년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외국에서 온 낯선 남자 노월과 기생 계손향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대의 로맨스처럼 자극적이기보다는 서로 조심스럽게 마음을 주고받는 모습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결국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던지는 말과 시선은 끝까지 여운을 남긴다.
겉으로는 로맨스를 중심에 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당시 여성들의 삶과 현실이 함께 담겨 있다. 여성은 가족 안에서도 쉽게 버려지고, 배움조차 필요 없다고 여겨지던 시대였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계손향은 노월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결국 ‘최초로 카메라 앞에 선 여인’이 된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한 여성의 성장과 선택을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같은 기생 생활을 함께한 계손향과 영월의 관계가 마음에 남았다. 노월의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계손향에게 영월이 건네는 말, 그리고 그에 대한 계손향의 대답은 두 사람의 감정과 삶을 깊게 보여준다.
“내가 좀 붙들었다고 돌아보니, 미련한 년. 돌아보지 않았던들 네 팔자가 천리만리 뻗쳐 갔을 텐데.”
“그럼 네가 내 팔자인가 보다.”
처음에는 단순한 옛날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읽을수록 시대 속 여성들의 삶과 선택,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더 크게 다가왔다. 무거울 수 있는 시대적 배경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 읽기 편하면서도 오래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단순한 연애 이야기보다 시대 속 인물들의 삶과 감정을 함께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