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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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신병원 한가운데에서 자라난 소년’이라는 소개를 보고 나는 이 책이 정신병을 가진 아이가 성장해 가는 치유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그런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책은 대부분 옴니버스처럼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형식이다. 조금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주인공 요아힘과 그런 요아힘을 놀리는 장난기 많은 두 형, 정신과 의사인 아빠와 조금 엉뚱하지만 다정한 엄마. 다섯 가족의 우습기도 하고 기묘하기도 한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솔직히 책의 초중반부는 지루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따라가기 어려웠고, 서구적인 이야기라 그런지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책은 후반부로 가며 분위기가 반전된다.
작은 형의 갑작스러운 사고와 반려견의 병으로 화목했던 가정의 모습은 점점 변화한다. 또 요아힘과 큰형은 집을 떠나고, 아빠와 엄마의 관계의 형태도 바뀐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요아힘은 과거를 받아들이는 법을 깨닫게 된다.

인상 깊었던 것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흔히 과거를 이미 끝난, 확정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요아힘은 오히려 과거야말로 다시 만들어지고 재구성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기억을 하나씩 풀어내며 과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갈 때 비로소 현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지만 공감되었다.

또한 마지막에는 요아힘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정신병원을 떠올리며 그곳의 사람들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무질서와 소란, 그리고 일상처럼 받아들여졌던 그들의 광기까지도 그에게는 하나의 세계였다는 점이 오래 남았다.

책의 초중반부를 읽으며 서평을 써야 함에도 여러 번 하차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그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다시 읽게 된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이 책을 이해하게 될 것 같다. 특히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인상 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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