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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세계의 전쟁이 만들어낸 소울푸드와 정크푸드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9월
평점 :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궁하면 통한다
군대를 갔다 온 일인으로서 추위 속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배고픔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 건빵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건빵이란 놈이 한 개를 먹어도 참 속을 든든하게 만드는 신통방통한 녀석이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경계근무를 서고 나면 라면봉지에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철사로 라면비닐을 꽁꽁 매어서 증기로 쪄서 라면을 먹었던 일명 '봉지라면'의 추억도 떠오릅니다. 무수히 많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었던 만두, 닭강정 등 냉동식품...
저는 전쟁을 겪은 적이 없기 때문에... 전투식량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보지 않았지만... 실제 전투를 수행하는 장수의 입장은 군사들을 제대로 먹이는 것이 승리의 초석임은 두말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것들이 건빵,카레라이스,커피믹스 등등입니다. 또한 전쟁통에 먹을 것이 없어서 먹었던 것들이 지금은 대중화되어 별미가 되었습니다. 아귀찜도 그 하나입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아귀가 한국에서는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고마운 생선으로 바뀌었다. 당시 인구가 졸지에 늘어난 부산에서는 먹거리가 귀해졌다. 그래서 예전에는 거의 버리다시피 했던 아귀도 먹어야 했다. 당시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물꽁이라고 불리던 아귀는 생선 중에서도 가장 저렴했다. 가진 것 없는 피란민들이 그나마 구해 먹을 수 있는 것 중 하나였다. 그들은 아귀를 손질해 무와 파를 넣고 시원하게 아귀탕을 끓이거나, 아귀를 삶은 수육을 양념장에 찍어 먹으며 전쟁의 고통과 피란살이의 시름을 달랬다.
이렇게 간단하게 간을 해 먹던 아귀의 담백한 맛에 익숙해질 무렵인 1970년대를 전후해 콩나물과 함께 갖은 양념을 한 후 쪄낸 마산 아귀찜이 유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 옛날에는 어부조차 버리던 아귀가 지금은 값이 만만치 않은 어종으로 바뀌었다.
---「4장_ 처절한 생존의 흔적」중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부대찌게도 사실은 한국 전쟁 이후 미국 부대에서 흘러 나온 햄과 소시지를 넣어 김치찌개를 끓여먹었던 것이 시초였습니다.
물론 부대찌개의 기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전쟁 후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이나 소시지를 한국식으로 김치찌개에 넣은 음식이다. 이 음식은 본래 '존슨탕'이라고 불렸으며 부대 고기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존슨탕이라는 이름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존슨에서 딴 것이다. 또 존슨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1963~1969년이고, 한국을 방문한 해가 12967년이므로 존슨탕이라는 이름도 그 무렵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부대 주변에서 부대 고기로 만든 찌개가 퍼진 것을 1960년대로 보는 이유다.---「4장_ 처절한 생존의 흔적」중에서
하지만, 어떤 음식은 시초가 우리가 지금 아는 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고추도 처음 임진왜란 중에 조선에 유입될 때만 해도, 양념의 용도가 아닌 전쟁 무기로 쓰였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 순조 때의 실학자 이규경은 고추를 무기로도 사용한다고 했다. 매운 고추를 따서 말린 후 가루로 만들어 무기로 사용했다는 얘기다. 적들과 대치하고 있을 때 독한 고춧가루를 주머니에 담았다가 적진에 던져 뿌리면 고추 폭탄이 터지면서 코에서는 재채기가 나오고,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 앞을 볼 수 없으니 견디다 못한 적들이 앞 다투어 도망간다는 것이다. ---「3장_ 유비무환도 때로는 병」중에서
또한 전쟁은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환타는 독일에서 전시 때 미국이 만든 코카콜라를 대신하여 만든 식품으로 개발된 것이었다고 한다.
환타는 미국 코카콜라 회사 제품이다. 그렇다면 폐기물인 우유 찌꺼기로 탄산음료를 만든 코카콜라가 악덕 식품업체였다는 말일까? 그렇지는 않다. 환타는 사실 우유 찌커기에서 만들어진 위대한 탄생이라고 한느 것이 더 적절하다. 환타는 2 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서 만든 탄산음료다. 전쟁 발발 직전까지 코카콜라는 적극적으로 독일 탄산음료 시장에 진출했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39년, 독일에는 모두 43곳의 콜라제조 공장이 있었고 공급처도 600곳이었다. 그러다 미국이 참전하면서 독일과 미국은 적대국이 됐고, 독일인들은 더 이상 코카콜라를 마실 수 없게 됐다. 원액 공급이 중단 됐기 때문이다. 그 대체품으로 나온 탄산음료가 바로 환타다.---「1장_ 전쟁에서 만들어낸 음식들」중에서
전쟁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먹을 수밖에 없는 음식들을 탄생시킵니다만, 역사의 아이라니는 그 음식들이 사라지지 않고 새롭게 재해석되고 우리들의 식탁에서 또한 역사를 이어 오며 소비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전쟁이라는 절대절명의 시간이 사람들에게 창조의 시공간이 됨을 읽게 됩니다.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흥미로웠습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가 제공하는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출판사서평]
문화와 역사, 철학을 한가득 담은 뜻밖의 뒷이야기
세계 각지의 전쟁은 다양한 필요에 의해 새로운 음식들을 탄생시켜왔다. 일본인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자주 찾는 카레라이스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골치를 앓게 했던 각기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음식이며, 오늘날 우리가 먹는 빨갛고 탐스러운 딸기는 18세기 첩보 활동의 산물로 태어난 과일이다.
저자는 그 밖에 인도에서 영국,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건너온 카레라이스 같은 요리들의 기원과 변천사를 추적하는 한편, 스팸이나 건빵, 팝콘, 땅콩버터처럼 전쟁을 통해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온 먹거리들의 역사 또한 되짚는다. 팝콘은 원래 영화 볼 때 먹는 간식이 아니었다. 심지어 극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었다. 싸구려인 데다 지저분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설탕이 품귀현상을 겪자 초콜릿, 과자, 탄산음료처럼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극장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영화 볼 때는 팝콘’이라는 공식이 생겨난 데 전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또 음식을 둘러싸고 병사들의 사기를 드높이거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정치인과 지휘관들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리더십에 필요한 철학과 덕목을 살펴보기도 한다. 기원전 2세기 중국 한나라의 명장 곽거병 장군은 황제가 하사한 술 한 병을 우물에 부어 병사 5만 명과 나눠 마시며 사기를 북돋아 연전연승을 이끌었다. 반면 광해군 때의 전라도 병마절도사 유승서 장군은 왜군이 쳐들어온다는 뜬소문을 믿고 각자 미숫가루와 짚신을 준비해두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전라도를 일대 혼란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파면을 당하고 말았다.
50여 가지 음식에 담긴 시대상과 인간상으로
풍미를 더하다
이 같은 이야기들 속에는 식사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뿐 아니라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만들어낸 세상의 변화상 또한 담겨 있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곱씹어볼 만한 처세에 관한 교훈도 녹아 있다. 임진왜란에 큰 공을 세운 용장 한효순은 광해군에게 맛있는 더덕 요리를 만들어 바친 덕에 출세하여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 아이젠하워는 전선의 사병들이 먹는 소꼬리 수프를 함께 먹으며 국민적 인기를 얻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어떤 음식은 시대적인 필요에 의해 탄생하고 발달해간다. 전쟁과 같은 극한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50여 가지의 스토리와 에피소드를 통해 늘 맛으로만 먹던 음식에 담긴 여러 가지 시대상과 인간상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모처럼 맛보는 별미에도, 습관적으로 먹는 먹거리에도 더욱 풍성한 맛과 의미를 더해줄 것이다.
[예스24 제공]
목차
서문_ 극한 상황에서 태어난 최고의 음식들
1장. 전쟁이 만들어낸 음식들
건빵, 빵인가 과자인가
별사탕, 그리고 달곰씁쓸한 침략의 역사
각기병 치료제 카레라이스
어른을 위한, 어른에 의한 분유와 연유
모짜렐라와 체다 슬라이스가 짝퉁 치즈?
참호 속 작은 행복, 커피믹스
위기를 기회로 만든 단맛들
독일군 각성제 초콜릿 쇼카콜라
젤리가 된 포도주
비상식량은 맛이 없어야 제맛
2장. 장군의 식탁
술이 솟는 샘
콩밥으로 본 항우의 리더십
군신 간 신뢰는 밥 한 그릇이면 충분
인기의 비결은 소꼬리 수프
양파 없이는 전투도 없다
전장에 날아든 요리책
넬슨제독의 마지막 레몬주스
네 밥이 곧 내 밥, 처칠 레이션
탱크 잡는 몰로토프 칵테일
3장. 유비무환도 때로는 병
지휘관의 호들갑과 미숫가루 파동
300년 동안의 금식, 복어 요리
버터가 조선시대 병역기피 수단?
도루묵과 잡채에 담은 백성의 원망
임진왜란의 영웅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임진왜란의 화생방 무기 고춧가루
식빵을 자르지 마라?
4장. 처절한 생존의 흔적
하늘에서 빵이 내린다면
아침에 순무, 점심에 순무, 저녁에도 순무
부대찌개는 세계 곳곳에 있다
남북전쟁이 만든 새해 음식 호핑 존
케이준은 원래 요리가 아니었다?
가난의 상징에서 명물 요리로, 아귀찜
총알보다 무서운 굶주림
포탄 대신 떨어진 초콜릿 사탕
5장. 음식에 깃든 국난극복 의지
전사자에게 생강을
남한산성을 지켜준 녹두죽
소족발로 보는 리더십의 타이밍
거북선과 과메기
쌀 100만 석과 16세기 쇄빙선
일본 경제를 되살린 상추 한 포기
스위스를 지켜낸 단합의 퐁뒤
당근이 저지한 런던 대공습
승리의 정원에 심은 시금치
베이컨 기름과 도토리 모으기 운동
6장. 식탁에 남겨진 전쟁
‘애국 음식’에서 ‘쓰레기 메일’로
접시 위의 초밥 두 개
쌀국수와 보트피플
영화와 팝콘, 그리고 태평양전쟁
냉전이 낳은 이름 키위, 스파이가 만든 딸기
한국전쟁의 숨은 주역 주먹밥
중공군 반찬 자차이
땅콩버터, 환자식에서 전투식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