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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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다는 것은 타자를 통해 나를 돌이켜 보는 행위가 될 것이다. '나'라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모순적인 존재를 타자를 통해 조금은 객관화시키는 과정이 결국은 읽는다는 행위가 가지는 목적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황정은 작가의 < 작은 일기> 는 작년 12월3일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공적인 기록이 아니다. 지극히 내밀한 개인적 공간인 일기 속에 그것도 작은 일기 속에 기록하고 있다. 일기라는 것이 가지는 개인성은 내용적으로 소소함과 친근한 감정만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황정은의 작은 일기는 작지도 않고 내밀한 개인적인 일기도 아니다. 평범한 개인이 마주한 역사의 한 순간을 기록하며 사회가 만들어 낸 무관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인의 불편함에 대해 외치는 전장연의 소리, 해고되고 불의함에 맞서는 노동자, 성소수자의 권리 주장 등 우리는 내 삶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즉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연대와 공감의 마음을 가지지 못했다. 작년(2024년) 12월3일에 있었던 일은 누가 보더라도 말이 안되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란이며 내란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명백히 잘못된 일에 대해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긴 것일까? 세상을 살아 오면서 우리가 배웠던 교과과정과 상식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이 역사적 사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문제일까? 황정은의 작은 일기를 통해 12월3일 이후 온 생각을 짓누른 갑갑함에 대해 조금 위로를 얻었다. " 말할수록 말하고자 하는 것이 가벼워지고 하찮아지는 것 같았냐고 묻자 어떻게 알았냐고 반문한다. 나도 겪곤 하니까. 그 무서운 일을. 내게 너무나 중요한 그것이 당신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목격하는 일, 사람의 무언가를 야금야금 무너뜨리는 그 일을." (p41) 작년 계엄 이후 탄핵의 과정을 겪으면서 가졌던 알 수 없는 열패감의 실체가 결국 연대와 공감의 마음을 갖지 못했던 나 자신으로 부터 생겨난 것은 아닌지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 법과 대학생에게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3분의1을 선출하는 나라가 어디냐고 물으면 아프리카의 나라 중에 하나이거나 남미의 나라 이름을 댄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 있었던 역사적인 일이라고 하면 놀란다고 한다. 경제력이 세계 순위권에 들며 민주주의 성숙도도 많이 향상된 우리나라에서 쿠테타가 일어났다. 세월호의 참사, 이태원 참사도 일어났다. 황정은 작가의 마음이, 쿠테타 이후 우리 모두를 걱정한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절절히 와 닿는다. 함께 행동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이 밀려든다. 광장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개인적인 일기를 읽으며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깊은 울림을 듣는다. " 하루에 일어난 일을 당일에 기록하지 못하는 날이 늘었다. 요즘은 늘 어제 일기를 쓴다."(p43) 이제 황정은 작가도 당일의 일들에 대해 당일 일기를 쓸 수 있는 날들이 계속되기를 소망해 본다. 아니 우리 모두 '나' 가 아닌 '우리'의 일기가 행복해지길 소망해 본다.

창비로부터 가제본책을 제공받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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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 실버스타인 지음, 김목인 옮김 / 지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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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그림은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한다. 생각의 전환 그리고 기발한 발상...거기에 따뜻함이 묻어 있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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