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코의 날
미코 림미넨 지음, 박여명 옮김 / 리오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 빨간 코의 날 - ★★★☆

-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을 직업처럼 하게 된 그녀. 외로움을 벗어나는 대화.




 평소에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생각해보면 달가워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점차 이웃과 소통하는 일이 줄어들고, 개인 혹은 가족, 지은들의 문제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회 속에서 낯선 사람의 등장은 의문을 가지게 하고, 거리를 두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낯선 사람이 길을 가다 말을 걸면 간혹 경계심을 가지게 되고, 반사적으로 거리를 두게 된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빨간 코의 날>에 나오는 이르마는 그저 화분을 무료로 받으러 갔다가 다른 집으로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모든 일이 새롭게 시작되게 된다. 낯선 사람들과의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내가 인터넷을 싫어하는 것은 단순히 나 자신이 멍청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들의 말마따나, 'www'로 시작되는 인터넷 공간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낸 공간 가운데 이토록 작고 외로운 곳이 또 있을까. -p28


 이르마는 인터넷 속 세상이 가장 작고 외로운 곳이라 말했다. 인터넷 세상은 외로운 곳일까?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러다보면 현실이 아닌 온라인 소통을 열심히 하게 되니 점차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기에 외로운 곳이라 말한 것일까? 이르마의 생각에도 동의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오가고, 소통을 하며 사람을 알게되기도 하기 때문에 엄청 외로운 곳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르마는 외로움을 느꼈다. 이르마의 이러한 외로움이 모르는 사람의 집 초인종을 누르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연히 잘못 들어간 집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가계 조사'라는 거짓 명목을 걸고, 다른 집들을 방문하며 대화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대화를 할 때는 외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에.

  



 전화가 갑자기 끊기거나 대화가 중단되었을 때 찾아오는 침묵. 그 침묵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바로 그 감정. 한순간 이 세상에 나만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그 고독의 감정. 오늘은 특히나 이상하게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p366


 소리가 들리던 와중에 갑자기 생긴 정적. 이건 정말 외로움이 극에 달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평소에 못느끼다가도 갑자기 확 느껴지는 정적은 외로움을 극에 달하게 하고, 괜시리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적, 외로움을 이르마는 싫어했다.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가계 조사'를 명목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했지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여 기분이 좋기도 하고, 두려움을 가지게 되기도 했다. 이르마는 이르야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이 편해지고, 괜시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며, 대화를 하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전박대를 하는 사람이나, 적개심을 겉으로 마구 들어내는 사람들을 만나며 두려움을 가지기도 하고, 공포를 가지기도 한다. 낯선사람을 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태도는 모두 이해가 되었고, 내가 낯선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땠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누가 됐든 대화가 하고 싶었다. -p365


평소 외로움이 느껴지거나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하곤 했다. 그만큼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 외로움을 치유하고, 행복함을 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대화의 힘은 이토록 큰 것이다. 이르마가 낯선 사람의 집에 방문하고, 낯선 사람들의 반응에 시시각각 대처하고, 그러한 일들에 대해 생각을 하는 과정이 너무나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그 상황을 생생히 느낄 수가 있었다. 상황을 표현해내는 문장들이 세세하고 확 와닿았으며, 그 상황에 몰입해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이르마와 함께 생각하게 되곤 했다. 이 책은 '대화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으며, 외로움에 대해서도, 외로움을 푸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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