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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평점 :
▶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 ★★★★★ - 엄청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속에 숨겨진 진실은 조금 씁쓸한 그런 책! |
와아.. 대박이다. 말 그대로 대박.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한문장으로 표현하면,
" 유쾌하고, 재미있고, 한편으론 씁쓸한.. 그런 대박이라는 말만 나오는 책! "이라고 하고 싶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만나기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웃음이 계속 나오고, 빵빵 터진다고. 여러 책을 쌓아놓은 와중에 <여름, 어디선가 시체다>를 먼저 펼치라는 말도 참 많이 들었다. 어서 홍여사를 만나보라며 다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추천했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분명 미스터리 책인데 빵빵 터진다니? 어떤 책이길래 그럴까.. 점차 궁금증이 쌓여갔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뒤 생각했다.
"이건 대박이다. 정말 재밌다. 추천해주고 싶다!"

표지 속, 두 주인공이 험악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왼쪽은 손녀 강무순. 오른쪽은 할머니 홍간난 여사. 이 둘의 캐미가 정말 대박이다.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손녀 강무순의 말투는 너무 친근하고 재미있으며, 중간 중간 사건의 해결의 도움을 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홍간난 여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매력적이다. 강무순과 함께 사건을 파헤쳐가는 꽃돌이는 안타깝기도 하고, 다임개술로부터 실마리를 찾아가는 등 사건에 대한 엄청난 열정이 눈에 보였다.
어느 하루에 한번에 사라진 네 명의 소녀! 어떻게 하면 하루에 네 명의 소녀가 한번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한번에 같이 가출을 하기에는 어떠한 결함점이 딱! 하고 나오지 않는 네 소녀가 사라지니 사건은 오리무중. 오리무중인 상태로 15년이 흐르고, 강무순이 나타났다. 네 소녀중 한명인 유선희 집안에 양자로 들어온 꽃돌이와 함께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강무순은 유쾌하다. 유쾌하고 또 유쾌하다.
유쾌하면서도 우리의 강무순은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 … 지구상에 단백질이 처음 생겨나고, 생명체가 등장하고, 물속 생물이 육지생활을 시작하고, 원숭이를 거쳐 인류가 등장해 강무순에게 전달될 때까지 나의 DNA는 수억년을 무사고 배달된 셈이다. … 생존하는 모든 생물은 기적의 결과물이다! … ' - p173
지금까지 생물, 인간 등에 대한 생각은 많이 했지만 DNA가 거쳐온 세월, 세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강무순은 이를 일깨워줬다! 지금 모든 생존하는 생물이 있기까지는 엄청난 세월이 있었고, 어려움이 있었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가끔씩 던져주는 강무순의 몇마디 말은 머릿속에 쿵... 무언가를 던져주곤 했다. 유쾌함 속에서 생각까지 해주는 우리의 강무순! 정말 매력적이다.

띠지를 빼니 완전 반전인 표지. 분명 돌 위에 있는 사람은 두명인데, 발이 너무 많다. 그저 표지가 섬뜩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건 완전 스포다. 책을 다 읽고나면 깨달을 수 있는 표지의 의미, 책을 읽고나니 표지가 참 새롭게 보인다. 이렇게 표지에도 많은 걸 숨겨놓은 이 책은 계속 말하지만 너무 유쾌하다. 여름에 읽으면 딱 좋을 것 같은, 폭염에 힘들어할 때 시원한 바람을 보내줄 것만 같은 책이다.
사건을 푸는 데 꽤 큰 도움을 계속 주는 우리의 홍간난 여사도 주옥같은 말을 한번씩 한다.
" 왜, 이렇게 천지 사방으로 뻗어나가서 줄기마다 뿌리 내리고 그러는 지랄 맞은 풀 있잖어. 그게 처음 나왔을 때는 맨손으로도 쉽게 뽑힌단 말여. 그 때 뽑아줘야 되는데 실기하고 나믄 당최 어려운 거라. 뽑기도 어렵거니와 호미로 푹푹 파서 뽑아낸다고 혀도 고구마 줄기까지 다 상하지 않디? 바랭이풀이 꼭 거짓말 같어. 묵으면 묵을수록 털어놓기도 힘들고, 야중이 털어놓는다고 혀도 처음 같지 않고. " - p225
거짓말에 대해 말하는 홍여사. 바랭이풀이 꼭 거짓말 같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털어놓기도 힘들고, 털어와도 처음과는 같지 않다는 홍여사의 말은 참 와닿는다. 거짓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말하기 힘들고, 거짓말이 들통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어지곤 한다. 그런 점을 너무나 잘 찝어주는 홍여사의 말은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이렇게 중간중간 주옥같은, 너무나 공감되는 말을 하곤 하는 홍여사. 매력적이고, 그 말을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머릿 속에 쏙쏙 박히고, 계속 생각하게 됐다.
분명 이 책은 끔찍한 살인 사건이나, 엄청난, 무서운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쾌함 속에 생각할 문제들이 녹아있고, 끝에는 씁씁한 마음도 들었다. 이 책이 여름인 만큼 앞으로 봄, 가을, 겨울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런 책이 앞으로도 많이 출간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 속엔 계속 '대박', '완전 짱' 이라는 생각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