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코, 네 이름 - 조금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너에게
구스티 지음, 서애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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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비정상, 장애 비장애의 기준을 논하는 그림책은 아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어느 아버지의 기록이라 보면 좋겠다. 어린 독자들은 그저 즐겁고 성인 독자들에게는 다른 시야를 열어주는 책이다. 이제 곧 부모가 될 모든 이들이라면 태어날 아기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건 그것을 버리게 만들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는 모든 아이가 부모의 기대만큼 자라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게 한다.

말코가 다운증후군을 지닌 채 태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딱 절반이었다. 자신의 작업처럼 다시 그릴 수 없고 고쳐볼 수도 없는 아이를 안은 작가의 심정은 헤아리기 어렵다. 다만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고백의 진솔함이 그 마음을 충분히 읽게 한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말코의 존재가 부모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 셈이다. 작가 구스티는 양육자로서 가져야 할 조건 없는 온전한 사랑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으로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여느 집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의 스케치는 즐겁다. 순간의 메모로 드러난 작가의 감정과 마음껏 그려낸 말코의 그림이 어우러져 이 가족의 역사가 되었다. 아빠는 힘들었으나 엄마로서의 자연스러운 수용을 바라보는 시선도 숨기지 않았다. 말코의 현재 상황은 알 수 없으나 행복한 날들을 살아갔으리라 짐작해본다.

구스티는 일상의 기록인 만큼 그릴 수 있는 거의 모든 도구를 활용했다. 무제한의 자유로운 시간을 아들과 함께하는 공간 안에서 함께 즐기며 표현한 흔적이 경쾌한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주로 드로잉북에 볼펜으로 그려낸 크로키들은 예측하기 힘든 말코의 움직임을 잘 보여주었다. 하루를 정리하거나 어떤 중요한 일화들은 시간순을 따른 만화기법으로 보여주어 거리를 두고 한발 물러나 읽게 된다. 독자들도 이즈음엔 한숨 돌리며 이들의 역사를 응원하게 된다. 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그런 식의 기록은 남길 수 있다. 지금 시작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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