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꽃이 피었습니다 - 아이에게 읽어주다 위로받은 그림책
박세리.이동미 지음 / 이야기공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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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가까이에 나는 미완의 꿈을 위해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수년 전에는 그림책 공부도 병행했었다. 잠깐 그림책 강사로도 살았었다. 그림책을 나름으로 연구하다 보니 그 세계의 오묘한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아동문학의 한 갈래가 아닌 예술의 한 장르로 보기에 마땅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글 쓰는 습작생의 자리로 되돌아온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작년부터 나는 그림에세이도 공부하고 있는데 나의 기록을 남기고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야기 공간> 출판사의 “그림책 꽃이 피었습니다” 책 표지 색을 골라달라는 게시글을 봤다. ‘아이에게 읽어주다 위로받은 그림책’이란 부제가 퍽 마음에 들었다. 재취업과 퇴사 후 체력 이상으로 무너진 내면의 문제 때문에 꽤 오랜 기간 무기력에 젖어 있다가 정신 차리게(?!) 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터라 게시글의 내용 가운데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는 그림책 48권이 담겨 있는 책이라는 문구가 뭉클하게 했다.

끌림에 의해 나는 흰 표지로 선택한다고 댓글을 썼었다. 이유는 흔하지만 질리지 않고, 어른으로서 살지만 삶을 지탱하고 지켜가야 할 동심이 바랜 빛이 아니고 오롯이 희었으면 해서라고 글을 남겼다. 또 나름 편집 디자이너로 밥 먹고 살던 시절을 상기해 제목이 선명히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간만에 그림책 덕분에 몽글몽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 여자, 마흔의 인생은 내 삶과도 맞닿아있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읽다가 ‘사는 거 별로 다르지 않구나!(p191)’라는 대목에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48권 그림책을 단지 소개로 그치지 않고 삶으로 연결 짓고 풀어가는 게 좋았는데, 특히 생업으로 글쓰기를 하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불편함에서 출발해 그림책으로 소통의 창구를 얻는 과정을 진솔하게 그린 프롤로그부터가 퍽 인상적이었다.(p12) 교차 형식으로 편집된 두 사람 글의 느낌은 미세하게 달랐지만, 생각의 결이 비슷하게 흐르는 것도 놀라웠다.

그간 애쓰며 살아왔던 삶을 ‘그림책은 현실의 나를 되짚어보게 했다.(p135)’

‘버겁고 힘들 때는 잠시라도 쉬어가는 것이 맞다. 한발 물러나 침묵할 때 비로소 보이는 길도 있다.(p26)’며 토닥토닥 위로를 건넸다.

‘기대와 다른 결과 앞에서 우리 아이가 자신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부터 가르쳐줄 준비를 해야 한다.(p84)’라며 엄마로서 삶을 성찰하게도 했다. ‘부모도 아이와 보폭을 맞춰 함께 걷는다면, 아이가 자라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p99)’하는 파이팅을 실어.

더 나은 삶을 지향하며 ‘결국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더 나은 내가 되는 걸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p154)’는 응원과 ‘주먹을 뻗기 전, 먼저 너의 주먹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꼭 생각하라(p156)’는 메시지로 방향성을 잃지 말고 본인의 길을 걸으라는 격려도 담긴 따뜻한 책이었다.

삶이 버거울 때는 쉬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삶의 속도를 다시 맞춰보라고 박자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p161)’ 읽는 내내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모든 것은 어쩌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은 텍스트보다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요소가 많고, 글과 그림을 연결해서 나오는 시너지로 재생산되는 해석의 차이가 있다. 독자의 관점이나 처한 상황, 겪어 온 다양한 경험 등에 의해 무궁무진할 수 있고 견해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할 때 그림책이 읽고 싶어지고 공부가 더 풍요로워진다.

나는 해내야 하는 일 앞에서 마음이 동할 때 움직이지 않으면 다시 수행해야 할 근거를 못 찾다가 마감 시간에 맞춰 서둘러 마무리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러면서 적시에 미루지 않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지만, 매번 삶에서의 적용이 어렵다. 그렇지만 요즘은 이를 나의 ‘게으름’의 문제로 간주하고 자책하며 침잠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살다가 깨달은 것 중에는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느 정도만 해낼 수 있는 일이 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일도 있으며, 잘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전력 질주를 해서 인생의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다. 저만의 페이스로 완급을 조절하고 때로는 멈출 줄도 아는 게 중요하다.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하는 작품도 많지만, 뼈아픈 현실을 선연히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다시 그림책 섹션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48권 외 소개된 책들까지 찾아 읽어 보려고 한다. 나만의 밑줄을 긋고 미소를 지을 쉼표가 필요할 때, 때때로 버거운 삶에서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때 바로 떠오르는 책을 만나면 좋겠다.

또 옆에서 한숨짓고 있는 누군가를 보면 외면하지 말고 함께 걸어가자고 기꺼이 손 내밀 수 있는 이웃이 되려고 한다. ‘선한 영향력은 당장 결과물을 얻을 수는 없지만 언젠가 반드시 열매를 맺거나 꽃을 피운다고 믿는(p44)’ 믿음을 가지고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p136)’을 나만의 방식으로 실천하며 살 수 있기 위해서 계속 고민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마지막 장면처럼 ‘그래도 나무는 행복했습니다.’라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삶이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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