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공동체,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안병은 지음 / 한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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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안병은, 한길사


국가는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을 말로만 강조한다. 말로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내보내서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중증 정신질환자도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관리를 꾸준히 받으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대로된 병원 치료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P.53)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이어지는 글은 전반적으로 친절했고, 에세이 형식으로 쓰인 글이기에 이해하기 쉬웠다. 다양한 사례와 경험들, 조현병 당사자가 사회로부터 받는 낙인, 그리고 그러한 낙인으로 인해 자신의 아픔을 부정하게 된다는 점까지. 쉽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낙인으로인해 위험한 존재로 치부되는 존재들을 수용하여 ‘자신의 눈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이 이어져 온 이유는, 사회의 통제와 권위에 의해 파생된 것이라는 관점이 내게 유의깊게 다가왔다. 또한 조현병 대상자가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기원된다는 점이 안타깝고 씁쓸했다.


평범하지 않거나 부족하다고 해서, 아니 ‘평범해 보이지 않거나’ ‘부족해 보인다고 해서’ 정신질환이 있는 건 아니다. 독특하거나 보편적이지 않을 뿐이다. 평균에서 벗어나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반항적이고 튀는 행동이 비정상이라며 정신질환으로 진단 내리려는 지금의 시대가 ‘비정상’이다. (P.25)


평소에도 이분법적 잣대나 정상, 비정상의 구분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또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사자성이 결여되어 미처 알고 느끼고 듣지 못한 것이 많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문제의식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일이 쉽지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고민과 실천을 과감하게, 전문성을 남용하지 않고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며, 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저자의 삶이 빛나 보였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정신 건강학적으로 아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낙인으로부터 자유해지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며, 사회가 함께 품을 수 있는 준비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에 나 또한 지지와 연대를 표하며, 조금 더디고 늦더라도,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을 빚는 논의와 발걸음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작은 주변인들의 지지와 신뢰에 기반된 관계성에 있다. 정신 병원에 입원하는 행위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며, 수용되거나 갇혀서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 자신의 아픔이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나 근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때문에 머나먼 대상에 대한 실천, 삶이 아닌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어려움을 듣는 것으로부터 연대의 시작은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작게 느껴지는 실천에서 시작하여, 개인의 아픔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공동체적 보살핌과 책임으로 ‘함께함’을 체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보다 나은 연대와 공동체로, 제도로, 삶으로 실천과 실현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그렇게 다채로움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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