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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이것 좀 하고요 우리 친구 알폰스 2
구닐라 베리스트룀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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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점점 만나기 어려워진 <일상을 다룬 그림책>이어서 우선 반갑다. 일상그림책이 보여주는 그림책이 좋은 이유를 다섯가지만 들자면

1.팔딱거리는 생생함이 담겨 있음
2.나의 일상을 포착하게 됨
3.책 속으로 완전히 몰입할 수 있음
4.다양한 감정을 경험함
5.나의 일상을 이해하게 됨

#구닐라베리스트룀 의 일상그림책이 좋은 이유도 못지 않다.
1.전형적이지 않은 가족이 등장함
2.아빠의 엄마 노릇이 생생함
3.평생 반복되는 부모자식의 핑퐁이 재미남
4.아이와 어른의 보폭 차이를 실감함
5.5세부터 100세까지 공감의 폭이 넓음

지각할까 봐 1시간 전부터 재촉하는 아빠와
인형보기, 책보기, 상상하기 등 할 거 다 하며
"잠깐만요"만 반복하는 아이.
50년 전 스웨덴 아침 풍경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아서
낄낄거리며 보고 또 보게 된다.
일상 속 흔한 장면을 잡아채 세련된 구성에 버무리는 솜씨가 표지그림만큼이나 산뜻하다. 게다가 결말은 또 얼마나 익살맞고 귀여운지!
잔소리하던 아빠가 아이처럼 늑장을 피우더니
역지사지의 유머로 마무리하는 결말 마무리는 짜릿하다^^
아침마다 전쟁을 불사하는 숱한 부모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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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죽음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고정순 그림, 박현섭 옮김, 이수경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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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딱지만 했던 불안이 순식간에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또 순식간에 열기구만큼 커져 땅을 딛고 서있는 나를 훌쩍 들어올리는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불안에 끌려 원치 않는 세상 속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느니 차라리 영원히 눈을 감는 게 낫겠다는 절망도 품어 봤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읽었던<관리의 죽음>을 고정순작가님의 그림책으로 다시 만났다.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젊음이라는 가벼움 덕에 그럭저럭 명랑했던 그 시절엔, 주인공의 불안감을 개인이 지닌 섬약한 기질과 사회적 압박의 합작품이라고 정리했던 것 같다.

그림책 속 주인공 체르뱌코프는 불안 그 자체, 즉 불안덩어리다. 그의 머리는 아주아주 사소한 일조차 불안의 전조로 만들어버리기 위해 하루종일 분주하다. 그는 몸뚱이보다 월등히 큰 머리를 굴리며 내면의 불안을 고조시킨다.

😥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겠지?
😥내 사과를 의심하겠지?
😥내가 딴 의도를 갖고 있다 생각하겠지?
😥내가 놀린다고 생각하겠지?

그의 불안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질수록 사과를 받는 상대방의 답답함은 점점 고조된다

😐괜찮아요 괜찮아
😮‍💨허 정말 나는 벌써 잊어버렸다니까
😓거 무슨 쓸데없는 소릴 하는 거야
😤날 놀리자는 거야 뭐야 괜찮다고 했잖아!!

불안함과 답답함이 핑퐁게임을 하다가 마침내 한쪽이 게임을 끝낸다.

😠꺼져! 꺼지라니까!!

그 말은 그대로 주문이 된다. 체르뱌코프는 세상에서 '말그대로' 꺼.진.다. 더이상 불안을 감당하지 못하고 영원히 떠나버린다.

🎨
고정순 작가님의 펜은 체르뱌코프의 내면과 외면을 거침없이 여행한다. 주인공의 불안이, 덜 지워진 스케치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연명하는 동안, 날카롭고 예민하고 위태롭고 위험한 그의 일상이 내 것인 양 아팠다.

공연을 보며 행복했던 첫 장면을 빼면 그는 내내 엉거주춤 서 있거나 두리번거리거나 엎드려 있다. 불안이 너무 심해지면 두 팔로 머리를 감싼다. 어떡하든 묘수를 떠올려야 한다고 머리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것처럼..

펜으로만 그린 여백 많은 그림은 불안에 빠지면 아무것도 보거나 느낄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준다.
주인공의 표정과 몸을 따라 책장을 넘기면 불안에 영혼이 잠식당하는 과정을 똑똑히 볼 수 있다.

✔️세상과 조화를 이루려 안간힘을 쓰지만 자주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에
✔️머리가 불러오고 마음이 퍼뜨리고 몸이 드러내는 불안을 없애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머리가 왜곡하지 않도록
✔️마음이 흔들지 않도록
✔️몸이 힘빼지 않도록

속표지에 살포시 얹힌 작가님의 불안에 공감받고
면지에 선명히 얹힌 작가님의 사인에 힘을 내본다.

"내 안의 불안에게"
"우리 꺼지지 말아요"

🧑불안과 단짝인 청소년
🧑‍🦰불안에 스며든 청년
🧑‍🦱불안에서 못 벗어난 어른

불안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거장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그려내는 고정순작가님의 그림책을 적극 추천한다. 우리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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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새 날개달린 그림책방 51
마일리 뒤프렌 지음, 테레사 아로요 코르코바도 그림, 이슬아 옮김 / 여유당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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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그림책 소개글을 바로바로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 만나듯 책을 만나서 그런가 보다.

처음 눈인사 나누고 몇 마디 주고받고 통한다 싶으면 궁금한 거 묻고 내 얘기도 하고...그러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런데 오늘은 받자마자 보자마자 느끼자마자 당장 소개하고픈 그림책을 만나버렸지 뭔가..

<롤라의바다> 로 잘 알려진 <테레사 아로요 코르코바도>의 <나무와새>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표지그림에서 풍기는 첫인상이 강렬해서 받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말로~~^^

그래도 차분하게 인사를 나누려고 천천히 책장을 넘긴다. 아...펼치자마자 황홀하다. 선명하면서도 수줍은 듯한 컬러가 페이지 가득 넘실댄다.
노랑과 연둣빛 얇은 이파리를 매달고 저보다 훨씬 큰 우뚝한 나무들 곁에 서 있는 아기나무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네가 주인공이구나?"

나무는 땅 속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선 오는 손님 안 막고 가는 손님 못 붙잡으며 살고 있다. 철마다 찾아와 세상 곳곳 풍경을 전해주는 제비가 부러운 나무.

"나도 너처럼 날개가 있다면!"

붙박이로 사는 나무의 아쉬운 마음을 어찌 이해 못할소냐.
하지만 나무는 곧 생명들이 꿈틀대는 숲의 매력에 곧 빠져든다. 수많은 것들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 과정이 어찌나 생생하고 아름답게 그려졌는지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무와 하나가 된다.

여우가 내 곁을 지나가고
사슴이 내 몸통에 몸을 비벼대고
다람쥐가 내 안에 둥지를 틀고
올빼미가 찾아와 쉬어갔다.

깊은 잠에 빠져든 다람쥐의 작은 떨림을 느끼며
다람쥐가 겁먹지 않도록 숨을 죽이는 나,
새들의 퍼드덕 날갯짓 소리와 사슴이 눈밟는 소리, 햇살이 쏟아지는 소리를 모으고 있는 나,
제비의 이야기를 들으며 먼 남쪽나라의 황금들판과 포도나무를 상상하는 나,

온화하면서 풍성하고 더없이 아름다운 그림 덕에
숲 속에 사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페이지마다 오래 머물며 깊은 숨을 들이쉬게 된다.
다음번엔 한 마리 새가 되어 머물러야지.😉😉

✔️머무는 나무와 날아오르는 새를 통해
미시와 거시를 이야기할 수 있고
✔️나무의 뿌리와 새의 날개를 통해
세상 살아가는 방식을 이야기할 수 있고
✔️나무가 본 세상과 새가 본 세상을 통해
삶의 풍성함과 공존을 이야기할 수 있고
✔️나무의 생애를 통해 인생의 한살이를 되짚어볼 수 있다.

🧒어린이에게는 자연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어른들에게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심어주리라 확신한다.
💁‍♀️자연생태, 인문철학 등에 두루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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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생이 될 거예요 우리 친구 알폰스 5
구닐라 베리스트룀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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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가면 🐶고생!! 십몇 년 전 어느 광고에서 만난 도발적 카피가 만 일곱 살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자마자 시작된 나의 개고생을 상기시켰다.

직장에 출근한 엄마 대신 할머니 손을 잡고 입학식에 갔던 나는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 안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암담함을 느꼈다.

매서운 봄바람이 부는 운동장에서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들을 때부터 시작된 요의가 교실에 들어설 때쯤엔 걷잡을 수 없게 심해졌던 것이다.

담임 선생님은 무척 상냥해 보였지만 70명 가까운 아이들을 통솔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 틈을 뚫고 "오줌이 마렵습니다. 변소가 어디에 있을까요?"라고 질문할 배짱이 내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알퐁스의 불안을 충분히 이해한다. 아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모든 일곱 살을 이해한다.
아이들은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이어진 여태의 집단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체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걸 잘 안다.

아이에겐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면서도 곳곳에서 걱정을 멈추지 않는 어른들, 유치원시절과는 비교도 안된다며 경고성 조언을 베푸는 누나오빠들이 어디에나 있으니까.

✅️#나는초등학생이될거예요 는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한 전 세계 일곱 살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다.
✅️50년 전 스웨덴에서 탄생해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우리친구알폰스 의 주인공 알폰스 오베리가
✅️일곱 살 어린이들을 대신해 입학을 준비하고 불안을 겪고 배앓이도 해준다.

과연 알폰스의 불안과 배앓이가 해소될 수 있을까?
작가인 #구닐라베리스트룀 은 어른들의 손에 열쇠가 있다고 말한다.
🔼아이가 모범생이 되었다며 좋아라만 할 게 아니라 지나치게 긴장한 건 아닌지 살피라고,
🔼학교 가기 싫어 꾀병을 피우는가 의심할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을 연결해 이해하라고,
🔼영혼없이 가르치려 말고 아이의 눈높이로 내려가 진심으로 공감하라고

알폰스의 아빠와 담임 선생님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주거니받거니 이 지침을 충실히 따른다.
알폰스는 이제 두려움 대신 호기심을 품게 된다. 걱정 대신 흥미를 갖게 된다. 새롭고 낯선 시공간에 적응할 준비가 제대로 된 것이다.

✴️생생한 일상을 담은 그림책이 드문 요즘, 반갑고 귀한 선물을 펼치는 마음으로 천천히 여러 번 읽어보았다.
그러다보니 제목도 달리 읽힌다.
처음엔 "난 초등학생이 될 거래요. 나이가 됐으니까." 요런 순응적인 느낌이었다면, 나중엔 "난 유치원생이 아녜요. 어엿한 초등학생이 될 거라고요." 요렇게 의지적인 표현으로 다가온다.

어디 초등입학 어린이들뿐이겠는가.
중고등 대딩 직딩, 세상 모든 초년생들에게 어떤 응원을 건네야할지 알폰스의 아빠와 선생님에게 잘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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