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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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역사상 유래 없는 장마가 49일 째 이어지며 수많은 피해를 양산했다.

합천에 살던 소가 80km 떨어진 밀양에서 발견 되었고, 산사태로 인해 수도권의 도로는 통제되어 출근길의 혼란을 야기했다. 또한, 일찍이 하동과 남원, 구례 등은 물에 잠기며 집이 무너져 내리고 곰팡이가 스는 등 막심한 피해를 받았다. 또한 농경지가 침수되어 농가들의 근심걱정은 이어질 전망이다. 도로가 내려앉아 씽크홀이 생기고, 제방은 무너져 내리는 등 재난 상황의 안전과 대응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현재 인력과 인프라로 피해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시기에 가장 취약한 것이 들어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이번 집중 호우에서는 실제로 가장 취약한 계층인 1인 가구, 노인, 유아, 장애인 등 이러한 기상이변을 직접적으로 만든 사람이 아닌 시골의 무고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 수도 공급이 중단돼 식수가 끊기고, 가족이 없어 집에 가득 들어찬 물을 빼낼 수가 없는 이들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들을 책임져야 할 마땅한 사유가 존재한다. 피해 받은 사람들을 위해 정부 뿐만 아니라 잘 먹고 잘 살아온 우리 또한 마땅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경제적 피해와 인명 피해에 대한 발빠른 해결 또한 가장 중요한 사안이지만, 우리의 포커스는 단순 ‘장마‘에 맞춰져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우리의 언론은 피해 복구를 위한 기부행렬에 참여한 연예인을 칭찬하기에 급급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에 대한 언급을 쏙 빼놓고 이 현상을 다루고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왜 이러한 집중호우와 맞닥뜨리게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이미 미미하게 진행되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전체 균형이 깨져버리는 ‘티핑포인트‘의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현재 우리가 마주한 ‘집중호우‘가 기후변화의 ‘양의 되먹임‘ 현상으로 나타난 작은 ‘징조‘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담담히 이야기 한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탄소 배출로 이루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지구는 긴밀하게 엮여있는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되먹임 작용을 한다.

어떠한 되먹임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먼저,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 바다가 함유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듦으로써,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다. 지구의 온도가 3도 높아지면, 그린란드 빙하가 녹음으로 인해 대서양의 순환이 변화하고, 이로 인해 전세계적인 기상 이변을 초래한다.

인간에게 보다 직접적인 되먹임을 살펴보자. 기후에 의존하며 곡물을 생산해내던 농업의 예측 불가능한 기온과 강수량에 의해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 먹고 살 길이 보장되지 못하니 기아가 발생하고, 불안정한 사회가 되어 기후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내려오듯, 강의 면적이 점점 사라져 식수가 보장되지 않으면 전세계 사람들이 다시금 전쟁을 벌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와 같은 되먹임 현상으로 살아남기 힘든 현실과 마주했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을만큼 늦었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류는 현재 온도에서 2도 높은 지구에서 생존해 낸 경험이 없다. 또한, 당장 내일 일기예보도 알아낼 수 없는 오만한 인간이 기후를 컨트롤 한다는 주장에는 많은 허점이 존재한다. 그레타 툰베리가 말했듯,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한국이 전세계 탄소 배출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정부는 함께 사는 터전인 지구를 위한 비용과 노력을 두 배로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언제나 기후에 의존하며, 기후를 기반으로 한 문화와 체제를 만들어왔다. 홀로세가 지속되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자연과 지구의 환경 아래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구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만병통치약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구의 자생효과로 이루어지는 ‘음의 되먹임‘ 현상을 일깨우려면, 우리는 어느정도 포기하고 지켜나가야 할 책임을 느껴야 한다. ‘기후 변화와 인류세‘, 부제로도 언급되었듯, 홀로세의 시기는 결국 인류에게 달렸다.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락토 생활을 하다가 페스코, 다시 육식의 세계로 역행 해버린 나의 식습관과 비건 생활을 다시 영유해야 할 때가 찾아온 것 같다. 제로 웨이스트, 분리수거 잘하기 등 일상 속 작은 습관을 먼저 기르며, 국가적 차원의 그린 뉴딜 정책을 유심히 지켜보고 직접 운동하는 실천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싶다. 깨끗한 물을 마시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안전한 공간에 살고 싶다. 이러한 욕구가 있으면 이에 따른 책임과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며 나의 세대에서 이러한 안일한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보다 과학적이고 실재적으로, 기후학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 없는 내가 이해하기 쉽게끔 풀어낸 그 어떤 진실보다도 진실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름의 역할 , 먼지의 역할, 나무의 역할, 대기의 역할 등 당연하게 여겨왔기에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실들을 다시 깨닫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객관적 통계와 사례를 바탕으로 존재론적인 고민마저 하게 만드는 위대한 책이다.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더는 외면하지 말고, 지금 당장 이 책을 펼쳐들기를 바란다.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면 지구적으로 해양 증발량이 많아져 강수량도 증가하지만, 그보다 더 큰 영향은 대기와 해양 간의 물 순환을 더욱더 빠르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정하게 내리는 비는 줄어들고 집중호우는 많아진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하천 유출량이커져, 물을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는 효율이 낮아지고 경작지의 토양 침식이 커진다. 반면 공기가 하강하는 지역인 건조지역은 더욱건조해져 가뭄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2012년에 발간된 IPCC 특별보고서에서 현재 20년에 한 번 발생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가뭄이 앞으로는 각각 5년과 2~5년마다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 P133

지금까지 지구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가한 충격을 스스로 흡수해왔다. 배출된 전체 이산화탄소량에서 육상식물이 30퍼센트, 해양이 23퍼센트를 흡수해 대기 중에는 약 47퍼센트만 머무른다. 또한 바다가 온실가스로 인한 열기의 90퍼센트 이상을 흡수한다. 이처럼 지구는 충격이나 교란이 일어났을 때 불안한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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