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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평점 :
이 끝없는 돌림노래를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예전에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읽을 때, “극한의 시(時), 극한의 시(詩)”라는 표현과 ‘시의 옷을 입은 비극’이라는 한 평론가의 표현을 봤었는데,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그 표현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이 소설은 끊임없이 돌고 돈다. 마치 스즈랑의 나날처럼. 널빤지 방-마당-삿쿠와 간단후쿠를 씻는 강가-위생검사를 받는 위생검사소가 반복되어 나타나고 끊임없이 귀리죽과 수제비와 바구미가 섞여있는 주먹밥이 반복된다. 이처럼 끊임없는 돌림노래 속에서 나는 그녀들의 영혼이 깎여나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는 없다.
배고픔과 육체의 괴로움만으로도 극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련만 영혼마저 살해당하는 이 시간과 공간은 무엇이었을까. 지옥도를 상상하던 이들조차 감히 상상하지 못한 시간과 공간.
‘나’라는 존재를 지우고 천장이, 널빤지가, 귀리죽이, 간단후쿠가 되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하지 않았을까. 시(詩)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라, 시(詩)가 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도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주변에서 너무나 예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이 책 재밌어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렇지만 읽고 듣는 이의 괴로움이 말하고 쓰는 이의 괴로움에 비하겠는가.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읽고 들어야 하는 이야기이다. ‘위안부 피해자’라는 건조한 단어가 아닌, ‘요코’가 아닌, ‘개나리’라는 고운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