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의 자살 결심을 바꿔준 것은 8번 사중주의 작곡과 연주였을까? 아니면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수면제가 사라졌음을, 친구가 자기 말을 듣고 목숨을 구해주려 했음을 알아차린 순간이었을까?
우리가 정신적으로 고립되었을 때, 음악은 많은 일을 해줄 수 있다. 음악은 우리를 달래주고, 고통스런 감정들을 견딜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우리가 미혹되게 붙들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보다 진정한 우리 자신을 반영하는 이미지를 불러와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음악을 통해 진짜 자신을 ‘볼‘ 수는 없다. 그 대신 음악은 우리가 남들에게 ‘보여질‘ 순간에 대비시켜줄 수는 있다. 필요하다면 여러 해 동안 음악은 무시무시한 바다 위의 구명 뗏목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구원의 순간은 살아있는 타인이 우리를 보고 이해하고 아직 우리가 구조받을 가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줄 때에야 비로소 다가오는 것이다. 음악은 내게 구원 자체를 주지는 못했으나, 거기에 아주 가까이 데려다 놓아주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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