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만화 30 - 퓰리처상 수상작부터 세계 3대 명작까지 교양만화 필독서 3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31
박균호 지음 / 센시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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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할 것도 많고 미리 챙겨야할 것도 많은지, 독서면 그냥 즐겁게 읽고 나를 채워주면 그만인 것을, 꼭 무슨 목적을 가지고 배경지식을 채워넣는 하나의 도구로써 독서를 가져가야하는지,나는 이런 모든 문화가 넌덜머리 나도록 싫은 학부모 중 한명이었다.

라떼는 시절에도 사실 따지고 보면, 과목별 필독서가 많기도 했고, 결국 다 읽지 못해 급한대로 문학조차도 요약이 되어있는 것, 해설 위주의 나름의 엑기스만 모아둔 것을 소중하게 봤던 기억또한 쏠쏠하다.

무엇이든 미리 다 읽어놓으면 다행이겠지만, 당시 생각이 그만치 크지 못한 청소년시기의 나에게 다방면에서의 배경지식은 참 소화하기 쉽지 않은 그러나 어떻게든 집어 삼켜먹어야만하는 음식과도 같았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내 아이가 청소년이 되었다. 이제는 좀 달라졌겠지, 했건만 왠걸?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나의 학업적무관심이 아이에게 행여나 짐이 되진 않아야할텐데 조금은 우려스럽기도하다. 세속적인 이유로는 어찌되었든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의 시절을 잘 지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필요한 책을 읽어낼 수 있어야하고, 좀더 인류적인 이유로는 아이를 교양이 있는 사람으로 길러내기 위해 '지식과 교양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결국 그런 것 같다. 생각의 힘을 키워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찌되었던 아이들은 글을 읽어내야하고 슬프게도 쉽게 쉽게 훌떡훌떡 읽히는 책보다는 몇번씩 곱씹어보고 추상적이고 낯선 책들 앞에서 머리 쥐어짜고 비판적으로 읽어낼 때, 사실상 우리는 조각조각의 지식이 연결되고 우리의 상식을 넓혀낼 수 있다. 이런 연습을 해내긴 해야하는데, 통합 수능이라는 이 관문 앞에서 아이들이 지문 안에 녹아진 사회,과학, 인문의 개념들을 융합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해석해서 판단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도와주고싶긴하나, 사실상 무얼 어떻게 도와야할지 모르겠고, 그럴 때일수록 예전에는 콧방귀치며 집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필독서시리즈를 눈여겨 보게 된다. 단순 암기로 불가능한 깊이있는 사고를 조금씩 도와주고 개념을 이것 따로 저것 따로 배우기보다 서로 연결된 하나의 커다란 세계로 아이들 스스로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을 때, 만난 이번 책은 센시오에서 나온 '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만화 30' 이다.

인문, 예술, 사회, 과학 분야에서 30권의 교양만화를 선택하여 각각의 책마다 이 책을 왜 읽어야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는지, 실제 교과 공부와는 어떻게 연결 디었는지를 설명해주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으면서 한단계 한단계 생각의 틀을 확장하기에 너무나도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다.
각 책의 소개 마지막에는 TMI라는 코너가 있어 해당 주제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이야기들을 QR코드로 심어놔 주어, 연계 공부가 가능하다.

마키아벨리 군주론, 만화로 읽는 자유론, 만화 예술의 역사 르네상스, 패션의 탄생, 단칼에 이해하는 만화 지정학, 팔레스타인,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게놈 익스프레스 등 30권의 엄선된 책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번 리뷰에서는 사회 분야에 소개된 <쥐>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혐오, 차별, 가짜 뉴스 같은 몰이해가 우리 세상을 얼마나 잔혹하게 만들 수 있는가? 가끔 우리 뉴스를 보다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변해야할텐데, 타인의 고통을 함부러 재단하지 않아야할텐데...하는 불편함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젊은 시절에야 에잇 빌어먹을 세상 하며 한탄하고 말았다면 나이가 지긋해진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 서야할 세상이 이렇게 변하지 않도록 무언가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작은 실천을 보이지 않는 그 노력을 내 선에서부터 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쥐'는 1992년 만화 역사상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책에는 사람이 아닌 동물들이 등장하고, 유대인은 쥐, 독일인은 고양이로 묘사되며 작가가 교묘하게 넣어둔 동물 가면 안에서의 거리두기를 통해 우리는 인종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허구적 개념인지, 결국엔 누군가가 씌운 가면에 불과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이 홀로코스트 이야기에는 히틀러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왜일까에 대해 책을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이 모든게 너때문이야.'라고 그 한놈을 탓하고 싶을지 모르나, 결국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처럼 악은 괴물하나때문이 아닌 우리와 같은 수많은 평범한 이웃에 의해 저질러지고, 이렇게 쥐는 서구 홀로코스트 문학의 정점을 찍으며 비극을 남긴다.

이 책을 소개하며 저자는 김은성 작가의 '내 어머니의 아야기'라는 책을 소개하며 한국 근현대사 구술문학을 함께 이야기한다. 또한, '쥐'에서 중요한 정서 중 하나인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관련하여 기록과 망각 사이에서의 본질과 철학에 대해 묵직하게 고민하게 된다.

아주 오래전,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책인데 그 기억이 뭉큰히 올라오며 유대인을 쥐로 표현한 이유에 대해 토론을 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리고 큐알코드를 찍어 살펴보게 되는 더 많은 진실들, 우리가 겪은 역사의 한 현장을 이렇게 하나의 문학을 통해 깊숙히 살펴볼 친절한 가이드다.

'청소년 교양만화 30'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내가 읽고 싶어진 책 중 하나는 과학 부분에 나온 미국 도서관협회 선정 책인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이다. 숲이 가진 네트워크가 어찌나 기특하고 아름다운지,나는 나무의 사생활을 살펴보며 부끄러워진다.

"이 책은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을 엿보고 찬미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읽을수록 충격이 커져요. 숲이 가진 놀라운 네트워크의 힘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죽었으면서도 수백 년동안 다른 나무에 영양분을 나눠주고 광합성을 못하는 약한 나무를 도와주는 등 경쟁이나 우월의 세계가 아닌 협력의 생태계를 통해 더 큰 숲을 이루는 비결을 이 책에서 배웁니다."<p.196>

생명과 윤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나무와 숲의 생태를 통해 배우며, 어쩌면 우리 인간이 더욱 오래도록 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할 점이 무엇일지에 관해 고민해보게 된다.

좋은 책은 넘치고 필요한 지식과 교양을 쌓기 위해 알아야 될 것도 읽어야 할 것도 많지만, 제한된 시간과 싸우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읽고 엄선해준 교양만화를 통해 말 그대로 교양이 쑥쑥 커졌으면 한다. 결국 교양은 우리의 삶에서의 교점과 넓은 세계 안에서의 나의 고유한 위치를 찾게 도와줄 터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스스로 읽고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쉽게 읽히지 않아 고민이라면, 이렇게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쉽게 읽히지만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교양만화를 읽어보면 어떨까, 당장 우리 집 청소년에게 이 책을 권해본다. 책 속에 소개된 책들을 구하러 나가는 것은 이제 이 어미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즐거운 심부름이 될터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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