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박애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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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으면 사는 것 같지 않았다. 쓰지 않은 날들은 몸에 새겨 살았다. 몸 어딘가에 새겨있을 거라고, 지금 이 사건이 지금 이 감정이 깊숙이 몸 안에 각인되어 있는 거라 생각되었다. 왠지 이런 사람이 드물 것 같고 기괴한 것 같아 숨기기 바빴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과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쓰지 않으면 안 될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걸 그리고 각자의 삶이 책이라는걸, 우리 개인의 희로애락에는 무게를 달 수없이 모두 귀하다는걸. 그리고 '삶이라는 책'이라는 단어는 조용히 혼자 쓰는 일기장에 수없이 등장했던 제목이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 조용해 애정하던 박애의 작가님이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라는 책을 냈다. 그리고 책 아래에는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책을 쓰는 작가다.'라는 부제가 눈에 띄었다.

우리의 삶이 묻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책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야기들을 엮을 수 있기 위한 저가의 배려가 보이는 이 책은 '나, 순간, 사람, 추억, 취향, 대화, 희망' 이란 일곱 가지의 카테고리로 이루어져 있다. 기록을 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차근차근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읽고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며 기록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차곡차곡 나만의 이야기가 쌓이는 구조의 책이다. 책을 따라 질문에 생각하다 보면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소중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또한 책 안에는 필사를 할 수 있는 좋은 구절들이 소개되어 있다.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추기를.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

앞으로 겪을 가장 슬픈 날이

지금까지 가장 행복한 날보다 더 나은 날이기를.

그리고 신이 늘 당신 곁에 있기를.

<p, 30, 필사하는 밤, 인디언 켈트족의 기도문>"

부모이기에 아이들이 장성할 때까지 잘 살겠거니, 백세시대니 어렴풋이 그 정도는 살겠거니 생각하며 지내온 날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렇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마음에 와닿은 날들을 보냈다. 혹여나 아이들을 두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하게 되면 나는 어떤 마음일까, 내 마음속 기도문들을 들춰본 듯 인디언 켈트족의 기도문이 마음에 담긴다. 한 줄 한 줄 필사하며 눈물이 흐른다.

"생의 모든 시기마다 우리에겐 누군가의 다사로운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최근에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껴본 적이 있나요? 누가 어떤 말과 행동으로 당신을 행복하게 했는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소중한 순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여기에 옮겨주세요."<p.93>

"우리가 지금까지 받은 밥상은 얼마나 될까요? 그 수많은 밥상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나를 위해 누군가가 밥을 차려주던 정성과 마음은 잊지 않고 싶습니다. 당신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차려주었던 밥상 중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밥상이 있나요? 그 밥상에는 어떤 얼굴과 추억이 있나요?"<p.149>

"한 번도 실패해 보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중요한 건 '실패의 순간을 어떻게 지나왔고 지나갈 것인가' 하는 데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성공했냐는 질문 대신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실패의 시간 뒤에 끝내 당신을 일으킨 건 무엇이었나요? 그 시간을 통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을까요?"<p.281>

각각의 테마마다 펼쳐진 이야기 한편과 글쓰기 프롬프트 하나, 그중 랜덤하게 세 가지의 프롬프트를 가지고 왔다. 다정하게 펼쳐진 프롬프트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마음, 이 질문에 답을 하며 삶을 기록하고 문장 한 줄 한 줄이 흘러 나만의 인생이라는 멋진 책 한 권이 완성될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을 때, 종종 소재를 발굴하는 일에서 멈칫할 때가 있다. 소재를 발견하기 위해 때로는 걷고, 평소와 다른 경험을 사서 하기도 하지만, 이런 좋은 질문이 있다면 참으로 든든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용히 비공개로 썼던 일기를 이 책을 핑계 삼아 하나씩 하나씩 미션 수행하듯 열어 써보아야겠다. 결국엔 단 하나도 버릴 것 없는 것이 우리 삶이라는 걸 직접 쓰며 다시금 체감하겠지, 기분 좋은 전율이 흐른다.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기적을 그렇게 실천해 보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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