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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 ㅣ 작고 아름다운 수업
지연리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8월
평점 :

니체가 말하는 정신발달 3단계의 마지막 인생을 유희처럼 사는 상태인 '아이의 정신'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줄곧 나의 정신은 규범과 가치를 절대적 진리로 여기며 복종하는 '낙타의 정신'으로 지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마구 몰려올 때였다. 니체가 말한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리고 비밀스럽게) 니체는 내 마음속 철학자로 조금씩 자리잡게 되었다. 니체의 여러 명언 중에 아직까지도 가장 마음이 오래 담기는 말은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마음속에 혼돈을 품고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다. 느닷없이 멀쩡하던 아이가 아팠고, 아픈 아이를 돌보며, 고통의 순간을 건널 때, 나를 살게하던 한 마디이기도 했다.
지연리 작가의 <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은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철학수업이다. 니체가 어린이 백명에게 '니체와 함께 떠나는 질문 여행' 이라는 특이한 초대장을 보내고, 그렇게 백 명의 아이들이 모여든다. 각자 어린이들이 하나씩 던지는 질문 백 개에 대해 니체가 설명을 해준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 아름답고 적절한 삽화와 함께 만나는 특이한 여행. '나 자신, 마음, 관계, 삶, 꽃피는 아름다움'의 다섯 가지 테마안에서 니체가 어린이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함께 한다.
한 장 한 장 소개되는 따뜻하고 상징적인 그림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한국과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였다는 지연리 작가의 글, 그림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니체의 철학을 부드러운 그림체로 나누어준다. 자칫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철학서를 그림책처럼 아름답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Day 51: 진실한 우정에 대하여>
"니체 할아버지, (중략) 진짜 우정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건 없나요?"
쉰 한번째 아이가 물었어.
니체가 대답했어.
"우리가 넓은 대자연 속에 있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에게 우리에 대한 아무런 견해가 없기 때문이야. 자연은 좋다거나 나쁘다는 판단 없이 우리 자신으로 있게 해 주거든. 진실한 우정은 그런 것이야. 상대의 장점이나 단점을 가르지 않고 본래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지지하며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 자연이 우리에게 해 주듯이 말이야."
<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 p.121에서>
아이들의 질문에 멋있는 답변을 하지 못해도 적어도 지혜로운 답을 해주고 싶었다. 소소한 일상 속 이야기들, 친구와의 다툼, 화해, 질투, 우정 등 아이들이 성장하는 단계마다 나는 부모로서 어떤 말들을 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만난 이 책에서의 니체의 대답은 가히 명언이다. 진실한 우정이란, 자연이 우리에게 해주듯,상대의 장단점을 가르지 않으며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지지하고 묵묵히 바라봐 주는 것. 비단, 우정 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되는 이 한마디가 오래도록 남는다.

<Day 53: 진실한 사랑에 대하여>
(중략)
"하지만 진실한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지."
"진실한 사랑이요?"
"그래, 영혼이 육체를 감싸는 그런 사랑. 뇌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영혼이 기억하는 사랑은 영원하단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던진 어린이의 질문에 대한 답변, '뇌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영혼이 기억하는 사랑'! 이 사랑이 위로가 된다. 먼 훗날, 무슨일이 일어나더라도 영혼이 기억하는 사랑을 담아 오늘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사랑하였는가, 오늘을 반성한다.

<Day 70: 관찰에 대하여>
"할아버지, 저는 사소한 데 집착할 때가 많아요. 담대한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니체가 대답했어.
"담대한 마음은 높은 곳에 올라 관찰할 때 얻어져. 독수리처럼 높이 올라서 보면 모든 것이 저마다 일어나야 하는 대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거든. 불완전한 것과 그에 따른 고통이, 바람직한 모든 것에서 비롯된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지.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세상과 지하에서 상상하는 세상이 다르듯, 전체를 보는 눈을 얻으면 작은 일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단다." <p, 161>
시야를 넓게 가지는 것, 살아가며 매 해 배우며 연마하는 관점중에 하나다. 내 안의 나에게 매몰되지 않고,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꼭 높은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듯, 넓은 시야로 개인에게 처한 상황을 바라보는 것. 그렇게 지구 위에서 바라보고 객관화하고 지혜를 얻는 것, 말이 쉽지 보통의 내공으로는 힘든 일이기도하다. 어린이의 관점에서 니체는 전체를 보는 눈을 얻으면 작은 일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혜를 이렇게 알려준다.
<나>라는 신비를 탐험하는 것이 인생이다 라고 말한 니체, 이런 니체가 할아버지로서 어린아이 백명과 함께 한 문답은 어린이의 마음에 어떠한 씨앗을 뿌릴 지 기대가 된다. 니체가 말한 궁극적인 정신상태인 '어린아이'의 상태, 그 상태를 살아가는 어린아이에게 니체가 전하는 다정한 삶의 메시지. 어린 시절, 나에게도 이러한 어린이철학서가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미자모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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