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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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쓰고 싶었다. 이글이글 몸 안에서 끓는 간절한 마음은 화산처럼 폭발하였다. 화산이 되어 지표면에 흐르는 용암은, 땅 속에서 끓던 마그마 시절의 '비루한 실력' 이라는 자기검열을 뛰어넘는 용기를 가져다 주었다. 그동안 쓰던 혼자만의 일기에서 벗어나, 매일 완성된 글하나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15개월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글을 썼다. 아이가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는 순간에도,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틈새 시간에도, 메모지에 무선키보드에 그 조차 여의치 않으면 음성인식 카톡으로 '나에게 보내기'를 해가며 글을 썼다. 작가라 불릴 공간은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이 전부이지만, 어느 순간, 작가라는 호칭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이런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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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에 정직하게 새겨 있는 글>

"글을 쓸 수 없었던 시절에 작가는 자신의 몸에 시와 희곡과 소설을 새겼다. 그것들은 언젠가 그녀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 살아나 다른 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운명이어서, 그녀의 시와 희곡들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깊이에 눈뜨는 시간,P.154>

매일 글을 쓴다. 글을 쓰기 위해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앉고자 애를 쓴다. 어떻게든 틈이 나면 무선 키보드를 꺼내 조금이라도 남겨둔다. 단상의 조각조각이 어떤 형식으로라도 남기를 바란다. 글쓰기를 갈망하지만 글쓰기가 사치가 되는 일상에서 잠시 우선순위를 내려놓는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 것일까?
이글거리는 갈망과 달리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하며 알수 없는 글쓰기를 했던 시절을 지났다. 이제, 이유는 명확하다. 순간을 남기고 싶은 것. 글을 쓰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같은 것. 그저 내게는 살아있는 것과 같은 것임을 깨닫는다.
웃기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처음에는 글쓰기가 나의 꿈인줄 착각했다. 목적 없는 꿈이 있을까?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 꿈이 아닌 생존의 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다른 모든 것은 그저 부가적인 것일 뿐.
침묵 속에 살았다하여 글이 아닌 것은 아니다. 내 몸 어딘가에 고여 새겨졌을 시간을 다시 끄집어 낼 힘만 있다면.

즐거웠다. 글을 쓰는 모든 순간이. 목적이 없는 글쓰기가 주는 짜릿한 자유, 비평에서 자유로운 행복한 시절, 단 한명의 독자인 내가 있기에 외로워도 힘껏 쓸 수 있었다. 내게 글을 잘 쓰는 재능은 없었지만, 재능이 없었기에 도리어 순수히 즐길 수 있었다. 아마추어와 글초보라는 딱지가 붙어 다행이라며 매일같이 새롭게 차오르는 무형의 것들을 쏟아낸다.
아무곳에도 쓰이지 못할 걸 알면서 쓰는 글, 그렇기에 얻는 진정한 재미, 해보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는 것, 실로 축복의 시간이었다. 비록 결과는 없지만 이 모든 과정은 나의 몸에 정직하게 새겨져 있을 것이다. 언제든 다시 끄집어 내어 나올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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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평단의 기회로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은유 작가의 책은 그동안 <글쓰기의 최전선>과 <쓰기의 말들>, <올드걸의 시집>으로 접하였는데, 정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날카롭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문장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 어떻게 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궁금했다. 나는 늘 만연체로 구비구비 늘어지는 문장을 수습하기 바빴고, 그마저도 빼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문장의 완성도와 글의 로직과는 별도로 우선 써내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곤 했다. 하지만, 배우고 싶었다. 결국, 일개 주부인 내가 알아낼 수 있는 방법 그 명확한 핵심이 담긴 문장을 내 글씨로 쓰는 일이었고 그렇게 나는 <쓰기의 말들>을 홀로 조용히 필사하곤 했었다.

이번 책은 글쓰기 전반에 걸친 다양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꼭 <글쓰기 세미나>를 직접 들은 것처럼 유용하고 도움이 되었다. 책은 크게 네 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혼자 쓰다 주저한다면' 이라는 첫번째 챕터에서는 나에게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전해줄 많은 조언이 있다. (2)'일단 써보고자 한다면' 의 두번째 챕터에서는 글을 쓰다 길을 헤맬 때 작가가 전해주는 다정한 말들로 채워진다. 세번째 챕터인 (3)'섬세하게 쓰고 싶다면' 에서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좋은 언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며 마지막 챕터, (4)'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에서는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게 되었다. 잘 살기 위해 쓰는 일, 때로는 쓰고 싶어 쓰는데, 주변을 보면 내 삶이 어지러지고 알면서 방치됨을 보며 드는 묘한 죄책감이 들 때가 있었는데, 당시 내가 쓴 삶이 먼저다라는 글이 생각나는 챕터이기도 했다. 좋은 선생님이 곁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며 다정한 조언을 받는 기분으로 책을 마쳤다.
책의 매 장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책에서 제시해준 예시 문장을 모두 나만의 예시로 바꾸어 보았다. 포스트잇 덕지덕지 붙어 쓰고 싶은 글감을 찾아 붙여놓고나니 책의 두께가 두 배가 되었다. 책을 덮고 얼른 책에 나온 이야기들에서 영감받은 글감으로 글을 쓰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인다. 이토록 모든 부분에서 격한 공감을 한 책이다. 어쩌면 지난 15개월이란 시간동안 매일 쓰며 (비록 출간 작가는 아니지만) 쓰고 싶은 나의 마음이, 조금은 나를 쓰는 사람으로 이끌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글을 쓰고 싶다. 모두가 떠난 후에도 읽을 수 있는 글. 모두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지금' 여기에 떠난 이들을 불러낼 수 있는 글.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자유롭게 글 안을 활보할 수 있는 글을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마음. 마음 켜켜이 쌓인 층과 층을 넘나들며 내가 발견한 것들을 투명하게 담아 오래도록 보고야 말겠다며, 더 잘 보고싶어서 더 잘 살고 싶고, 더 잘 살고 싶어서 더 잘 쓰고 싶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이다.

그리고, 길을 잃고 헤맬 때 곁에 두고 다시 읽으며 힘을 얻을 수 있는 다정한 책,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만나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미자모 서평단으로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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