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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헤매는 마음
임승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평점 :
에세이가 주는 따뜻한 동력을 느끼고 싶은 연말, 내리는 눈과 매서운 바람을 방안에서 바라보며 임승주 작가의 <기꺼이 헤매는 마음>을 만났다. 기꺼이가 붙은 제목에 위로를 받으며 한 장 한 장 작가의 삶을 만난다.
"그래, 다큐멘터리는 멀리 있지 않구나. 슬그머니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법, 남의 이야기에서 나의 조각을 찾는 법, 그 조각을 잘게 잘게 흩뿌려 가능한 더 많은 이의 손을 잡아끌 수 있는 것. "(p.26)
책을 읽으며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조각들을 찾았는가, 그리고 잘게 잘게 흩뿌릴 수 있는 나의 조각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여러 에피소드 중, 작가가 항암치료를 하며 병원 생활을 하는 부분이 오래도록 마음에 담겼다.
6인실 병실의 5번자리, 가장 가운데 자리에 배정 받을 때의 느낌, 내게는 아직 아득해지지 못한 채 뜨겁게 남아있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올라온다. 보호자로 어린 아들의 입원,수술,회복을 지켜보았던 마음이 시시때때로 올라와 멈추고 읽기를 반복했다. 작가가 들려주는 시간의 거리만큼 내게도 시간이 흐른다면, 아이의 아픔을 바라보던 나의 마음과 글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아픔이 이끌어줄 성숙의 다음 단계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시간이 꽤 흘러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병원에서의 시간이 나쁜 기억만 남아있지는 않다. 창가로 비쳐들어온 햇살을 매만지듯, 따스한 기억으로 남은 순간들도 있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특히 그랬다." (p.226)
병원이라면 눈물부터 쏟아지는 나의 일곱살 아이가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지금의 시간을 이 작가처럼 이렇게 기억할 수 있다면...그럼에도 감사할 수 있었고,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고, 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던 시기였음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끝내 감사한 그 아픔이 찬란한 고통으로 남았다는 것을 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 망치에 얻어맞은 듯 오는 깨달음. 내게는 그것이 올 한해 아이와 함께 한 병실생활이었으니까.
"그렇게 나도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내게서 떨어진 조각들을 누군가 그러모으며 '이걸로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순간을. 그래서 내게서 떨어져 나온 것들을 소중히 안고 살 수 있게 되기를. 그렇게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는 확신이 자연스레 채워지고, 언젠가 헐벗는 날이 오더라도 의연히 다음 계절을 기다릴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기를" (p.214)
글이란 참 신기한 도구이다. 누군가의 삶, 마음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나올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타인의 삶에 조심스레 다가간 후와 이전은 전혀 다르니까.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전혀 다른 직업군의 타인의 삶에서 받은 수많은 조각들이 내 안에 담겨 전혀 새로운 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기꺼이 나의 한 조각을 나누고 싶은 작가의 마음안에 푹 빠졌다 나온 날, 나는 아무도 읽지 않는 나만의 글을 가득 써내려갈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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