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의 쓸모 - 밤의 주인, 수면이 궁금하다면 ㅣ 인싸이드 과학 3
뮈리엘 플로랭 지음, 쥘리 레가레 그림, 김수진 옮김 / 풀빛 / 2022년 11월
평점 :
"엄마. 엉엉엉"
둘째 아이가 펑펑 울며 새벽 녘 내게 온다. 꿈을 꾸었다 한다. 자신이 죽는 꿈. 죽고 나니 다시는 엄마를 볼 수가 없어서 마음이 슬퍼 자꾸 눈물이 나온다고 한다.
"그건 꿈이야. 꿈은 반대래. 아가, 넌 죽지 않아. 죽는 꿈은 그래서 좋은 꿈이라고도 한단다."
"죽고나면 엄마를 볼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어. 그 마음이 너무 슬퍼. 그 꿈이 너무 싫어."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때로는 꿈으로 전혀 느끼지 못한 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그래서 어린시절부터 꿈이 싫었다. 워낙에 예민한 기질의 어린이였던 내게 꿈은 또 하나의 끔찍한 세계였고, 이상하게도 나는 매번 악몽을 꾸곤 했다. 나의 꿈에는 색이 입혀져 나온 적이 한번도 없는데 (그래서일까? 꿈이 늘 흑백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유독 피를 보는 날에 무채색에서 빨간색이 입혀져 나오곤 했다. 나는 늘 밤이 두려웠다. 어떤 악몽을 꾸게 될 지 몰랐기에.
자려고 누우면 아직도 자동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부디, 좋은 꿈 꾸게 해주세요. 제발 안깨고 아침이 오게 해주세요."
아주 오랜 시간 이 기도를 하며 잠을 청했는데...
두 아이를 육아하며 잠을 자는 시간만을 고대하게 되고, 꿈을 꾸지 않는 시간이 많아진다. 꿈속에서 찢겨나가고 부서져나가도 '개꿈을 꿨나보다'하며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를 먹으니 두려울 것이 없어짐을 느낀다.
그러나, 나를 너무 닮은 아이를 키우며, 문득문득 올라오는 기억너머 유년의 잠재의식들 앞에서는 백기를 들고 만다.
새벽녘 아이를 안심시켜 재운 후, 나는 가만히 생각한다. 잠을 자고 깨지 않는 것은 죽음이요 ,잠을 자고 깨어 버리면 꿈일테니, 오늘 이 꿈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고 온 갖 세상에서 살게 하는 하나의 경험을 선물해준 것일거라고. 잠에서 다시 일어날 걸 알고 잠을 잘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아침을 시작했다.
며칠 전 급하게 쓴 일기를 펼쳐본다. 지금 나의 손에는 뮈리엘 플로랭의 <잠의 쓸모>라는 책이 있다. 정복할 수도, 범접할 수도 없는 존재인 잠! 20세기까지만 해도 인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 시간과 관련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미지의 세계에 대해 책은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까? 밤에 자는 것이 무서웠고 불면증이 잦았던 나에게, 그리고 꿈에 관해 자주 묻는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나는 전해줄 수 있을까? 궁금해여 책을 선택하였다.
책에는 잠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그리스 신화 속 수면의 신 힙노스와 죽음의 신 타나토스가 쌍둥이 형제임을 언급하며 잠과 죽음에 관한 믿음이 소개된다.다양한 수면 단계와 각 단계에서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잠의 쓸모에 관한 Q&A 는 흥미로웠다. 수면은 기억을 강화한다는 가설이 사실로 입증되었으며 잠은 회복과 면역 효과가 있음이 개연성이 있다고 한다. 다양한 종의 수면시간의 차이와 꿈 이야기 그리고 잠을 가로막는 사회까지! 수면에 관한 쓸모를 생각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불면증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스마트폰의 청색광이 잠에 미치는 영향 또한 흥미로웠다.마지막으로 잠을 사치로 여기는 사회의 분위기 등을 미루어볼 때, 잠을 자며 꿈 속에서 우리가 보내는 시간이 과연 헛되지 않음을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최신 연구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글과 독특하고 감각적인 삽화가 인상적이었다. 꼭 그림이 현실과 꿈 사이의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소소하게 부가적인 독서의 즐거움을 더했다.
'무엇의 쓸모' 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요즘, 늘 우리와 함께 하나 미지의 대륙이 되어버린 수면의 진정한 쓸모에 대해, 이제 자신만의 정의를 내려볼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잠의쓸모
#풀빛
#뮈리엘플로랭
#쥘리레가레
#잠에관한모든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