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 - 일상에 도전하는 철학을 위하여
줄리엔 반 룬 지음, 박종주 옮김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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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하는 여자> 철학적 사유와 일상생활을 연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장마다 저자 줄리엔 반 룬의 회고록을 통해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일상에 연결짓고 있다. 젠더와 관련된 내용도 있고 어떤 내용들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챕터에여성철학자들의 개념을 소개하며 학문의 중심부에 여성들을 올려놓았다.


<생각하는 여자> 를 읽으며 인상깊었던 몇 개의 챕터들을 소개하려 한다.




[ 1 : 사랑]


로라 키프니스좋은 관계는 노동을 필요로 한다”, “결혼은 노동을 필요로 한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출퇴근 후 이어지는 잉여노동에서 감정과 가사노동을 여성들이 상당수 분담하는 걸 생각하면, ‘결혼은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을가? 얼마나 희생적인 관계인 걸까? 그래서 책에서 로라의 간통에 대한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간통은 도의적으로 잘못된 행위이다. 하지만 간통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철학적으로 사유할 가치는 충분하다. 관계의 개방성, 그리고 상대에 대해 제약하지 않는 것. 한마디로 사랑으로 인해 노동이 필요없는 관계란 거다. 저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은 어머니의 결혼생활을 보고 자라왔기 때문에, 결혼으로 인한여자의 희생에 굉장히 회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사랑들은 진취적이다. 개방결혼과 폴리아모리 등 관계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독자들이 이 개념들을 다 이해하고, 수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일처제라는 제도 하에 수많은 희생을 강요받았던 여성들의 의식이 변화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 3장 일]


노동의무를 통해 노동자들은 그녀 자신의 삶을 지휘할 능력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린다. , 그들은 노동자로서 참여하면서 자기 자신의 소외를 만들어낸다.”


사실 이건 성별을 떠나서, 모든 현대인들에게 해당되는 문장이다. 인격에서 노동을 분리한 채 사고파는 개념으로 환원시키니 노동자들이 능동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어 홈스트롬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자본주의적 소유 관념을 변화시키는 것이 노동의 취약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 다양한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여성의 성노동에 대해 잠깐의 언급만을 하고 지나간 면은 아쉬웠다. 그들에게 있어 노동의 개념과, 여성의 고용 불안정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대안을 서술하는 방향이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4: 두려움]


나는 항상 유년기의 가정환경이 성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궁금했었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유년기에 때로는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노출되는 수많은 폭력은 개인에게 트라우마를 형성하기도 한다. 저자 줄리엔 반 룬도 아버지의 학대 경험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책에서 다룬다.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 경험이, 그것을 목격한지 거의 서른해 만에 어른이 된 내 얼굴을 찢고 나와 만개하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그것은 나를 대신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의해 지워졌다.”


사랑니 발치로 인한 얼굴의 상처를 사람들이 버스 안에서 목격했을 때, 저자는 줄리아 크리스떼바가 정의한비체적 발화 를 실감했다. '비체적 발화'란 특정 경험에 동화되고 싶지 않아 자신의 인격을 추방하고 거부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두려움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발동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우리의 뇌가 간성적이라면, 남자들이 폭력을 지향하도록 설계되었단 주장은 어폐가 있다. 폭력을 행사하는 대부분의 남성에게 생물학적 원인은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파괴적 자아를 발동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문화적 영향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본문에서는 두려움을 기반으로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여성들의 노력이 나온다. 앞으로 더욱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갖고 젠더 불평등을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폭력적 세계가 조금은 변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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