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 신냉전 시대, 우리는 어떻게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김택환 지음 / 김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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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계사를 들여다볼 때면 우리나라는 언제나 열강들의 국력 싸움에서 소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답답했고, 안타까웠다. 이에 몇 번 관심을 가지고 국제정세를 엿보려 했지만, 국가들 간의 관계는 생각보다 더 복잡했고 이를 단숨에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욱이 비전공자인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나는 외면을 택했다. 나 살기도 바쁜 세상 속에서 나 하나의 관심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들 속에서 나에게 신문의 국제 정치/경제면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건, 순전히 이 책의 머리말 속 마지막 구절 때문이었다.

파괴와 혼돈의 시대에 두려워하거나 주눅들지 말고 용기 있게, 대범하게 미래로 전진하자.

나아가 우리도 고래 싸움에서 더 날쌘 돌고래가 되어 신문명의 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해본다. (11p)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는 싫었다. 과연 돌고래로서의 한 걸음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이러한 물음에 저자는 나를 세계 경제 패권전쟁의 이야기 속으로 인도했다.

 

 

  책은 크게 세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 저자는 [어떤 시대인가?]라는 커다란 질문으로 시작하여 2부에 [어떤 미래가 오고 있는가?]로, 3부에서는 앞서 소개한 1,2부를 총괄하여 저자 본인이 생각하는 미래 대응 전략과 제언들을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풀어낸다. 이와 같은 각 챕터 간의 유기적인 연결과 저자가 발로 뛰며 얻은 현장 전문가들의 견해들은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진정성을 더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첫째, 둘째식으로 명확하게 정리된 글의 구성 방식은 읽다 보면 자칫 머릿속에서 흩어질 법한 개념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책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도표와 그림들도 책의 가독성을 높여주는 데에 일조한다. 전직 언론인이자 현재 대학의 특임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구석이다.

   [어떤 시대인가?]라는 1부의 질문에 저자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현재 정치 체제가 과거의 어떠한 경험에 의해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자세하고 조리 있게 설명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이들이 한반도에 어떠한 야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야심을 통찰하기 위해서는 '4개의 눈과 용의 귀로 하늘의 소리를 듣는 지혜와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부 [어떤 미래가 오고 있는가?]에서는 해체되고 있는 기존 동맹 관계와, 새로운 생겨나는 전선들이 소개한다. 이는 2부의 소제목 중 하나였던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라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저자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힘쓰는 각국 정상들의 서로 다른 리더십들을 분석하고, 도래하는 신냉전 시대에 세계 경제는 어떠한 변화의 흐름을 보일 것인지 전망한다.

'우리는 약소국이며 강대국의 희생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스스로 지킬 힘을 기르지 않고

다른 나라에 의존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 우리는 돌고래로서 우리의 국익을 위해 미중 신냉전 시대를 적극적으로 헤쳐가야 한다. (200p)

더불어 책은 필연적인 미중의 경제전쟁 속에서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1,2부를 바탕으로 3부는 보다 구체적으로 한반도의 미래 방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열강들의 힘겨루기 판 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과거 관념에서 이제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계의 지역이자 소프트파워를 지닌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열거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제목에 지레 겁먹지만 않는다면, 이 책은 나와 같은 비전공자들에게 국제정세에 대한 친절한 설명서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가 뉴스를 보면서 한 번쯤 떠올려 보았을 법한 의문점들을 분석하여 정리하였고, 그가 가지고 있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나 '뉴 그레이트 게임'과 같이 그 의미를 단번에 파악하기 쉽지 않았던 용어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그동안 궁금했지만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던 부분이 마치 일종의 QnA 식으로 구성되어,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선생님께 집중 과외를 받는 기분이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갈피를 잡지 못했던 나에게 이 책이 더욱 반가웠던 이유 중 하나다.

   얼마 전 긍정적으로 점쳐졌던 북미 2차 정상회담은 결렬되었고, 자국의 이익에 따라 각국의 입장이 손바닥 뒤집듯 뒤바뀌기도 하는 세상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후대에 쓰일 역사의 한 페이지는 작성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동북아 체스판에서 졸 이 아닌 퀸 이 되어야 한다. 각국의 치열한 패권전쟁 속에서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지녀야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든 적이 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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