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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한 잔 술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15세 이상 인구의 술 소비량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인의 삶에서 술이 차지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맥주와 소주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지만 와인이나 전통주 소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술은 적당히만 먹는다면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순기능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 대상인 만큼 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술을 접하게 된다면 또 다른 좋은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와인, 맥주, 위스키, 럼, 보드카, 데킬라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술의 역사를 태초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공간을 넘나들며 시대 순으로 다루고 있다. 이미 세계사와 관련한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한 바 있는 저자는 풍부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에게 술의 세계사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술의 세계사를 통해 덤으로 당시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거꾸로 술이 역사에 미친 영향을 공부할 수 있다.
세계에 수많은 종류의 술이 있지만, 각각의 술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의 인생과도 닮았다. 피와 불사의 이미지를 간직한 채 성스러움의 상징을 간직한 와인, 페스트(흑사병)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믿음으로부터 태어난 생명수 위스키, 노예선과 노예 무역의 아픔을 간직한 럼, 근대 이후 해상교역의 장거리 수송을 위해 개발된 브랜디 등 어느 하나 사연이 없는 술은 없으니 말이다.
책의 제목이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인 것처럼 술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을 익히고 싶거나 술에 얽힌 세계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술과 세계사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적절한 균형을 잡아가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교양서로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술과 술의 인문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더 생겼다면, 제프 시올레티의 책 <애주자의 대모험>을 이어서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