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개정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건부두로가는길 #조지오웰 #한겨레출판
.
.
역자의 말을 빌리자면, 2025년의 내가 1936년의 조지 오웰을 만난 책이다. 작가로서의 삶에 큰 전환점을 맞았던 시기가 1936년 이후인 만큼 이 책이 쓰여진 1936년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해 책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던 오웰은, 두 달에 걸쳐 탄광 지대에서 광부나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삶을 바로보았다. 말하자면 이 책은 실제의 생활 속에서 노동계급의 실상을 체험한 오웰의 생생한 보고인 것이다.

이론이 아니라 실제에 가닿은 오웰식 글쓰기는 다른 말로 곧 그의 삶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생생한 오웰의 목소리는, 알고 있지만 흔히 쉽게 가려지는 삶의 진실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외받고 고통 받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존재들에 대해, 그들의 삶의 조건과 열악함에 대해 오웰은 시종일관 분투하듯 펼쳐낸다. 노동 계급의 생활과 환경이 얼마나 비참하고 처참한지 신랄하게 묘사하는데 그 사실성이 마치 눈으로 보는 듯하고 냄새가 맡아지는 듯 느껴질 정도다.

더 나아가 후반부에는 사회주의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오죽하면 출판인이 서문에 자신의 입장은 오웰과 다름을 실어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려 했을까. 오웰을 통해 나는 한계에 머물러 있던 사회주의와 사회주의자에 대해, 파시즘이 지배하는 전체주의에 대해, 오웰이 추구하고자 했던 ‘ 민주적 사회주의’ 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게 되었다.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가 필요한데 현실에서 당시 사회주의 운동을 이끌어가던 좌파 지식인들은 모순적이거나 (계급적 편견과 속물성 등 자신을 비롯, 좌파 지식인들의 위선적인 태도까지도) 산업화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으니 오웰이 추구한 ’민주적 사회주의‘는 여러모로 이상과 같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일은 2025년을 사는 우리도 여전히 1936년의 문제와 다르지 않은 현실을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오웰의 분투는 쓰라리고 애틋하다. 모두가 적어도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오웰의 진심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오웰의 글로 다시 생각한다.
.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안주는 화려하게 ㅣ 화가 노석미 사계절 음식 에세이
노석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주는화려하게 #노석미 #사계절출판사
.
노석미 작가님의 글과 그림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소박하고 단순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멋.. 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비록 책의 제목은 ’안주는 화려하게‘ 지만 당연하게도 안주들이 화려한 건 아니다. 화려하게 음식을 차리는 것도, ’화려하다‘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 작가님이 화려하게 안주를 차려낼 리가 …(하지만 에너지로 치자면, 화려하게 사는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자백도 이어짐…) 되려 간단하고 소박해서 좋다.

산마늘 파스타, 마김말이, 무전, 딜페스토 감자, 굴전, 공심채볶음, 명란 파스타, 조미김과 흰쌀밥… 간단한데 어떤 맛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따라하고 싶은 안주들도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안주에 걸맞기도 하고 안주가 아닌 음식도 있을텐데 어쩌다 보니 오랜 세월 친구처럼 함께한 ’술’과 같이 그때에 맞는 먹이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주로도 불릴 수 있는 것들이 되었단다.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해 즐기지 못하지만 때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충동이 제법 찾아든다. 이렇게 더워지는 여름날이나, 이렇게 술과 안주를 좋아하는 사람의 책을 읽을 때… 못 먹어도 GO! 를 외치고만 싶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파티, 지인들의 집 방문에 언제나 술과 안주를 차려내거나 음식을 준비하는 일상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누군가가 오는 것이 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음식은 먹을 줄만 아는 사람) 그런데 작가님의 정원과 밭, 수수한 안주 맛은 참으로 궁금하다. 이 책에서 제일 화려하다고 여길 법한, 그래서 작가님이 마음 먹고 하면서도 만드는 내내 사먹는 것이 편하다고 부르짓게 만드는 새우튀김과 감자칩이 깊이 마음에 남는다는 걸 밝히며…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할 수 있다면 일상을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음식, 그와 어울리는 술, 혼자 또는 함께 할 사람들. 시간을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 이 한 권의 책으로도 충분하다.

<12p, “한 잔의 술도 한 줌의 먹이와 함께 촉촉하게 먹고 휴식을 갖는다. ”>

<131p , 무 반 토막만 있으면 따뜻한 한 냄비의 안주가 만들어진다. 이 무조림은 맥주나 청주와 함께 먹는다. 달콤 짭짤한 무조림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
.
<142p, 김이 맛이 좋을 때 싸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는다. 혹시 냉장고에 먹다 남은 브리 치즈가 있다면, 전혀 아쉬울 게 없는 술상이 차려진다. >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린 개가 왔다
정이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개가왔다 #정이현 #한겨레출판
.
229p 나는 이제 안다. 누구의 인생에도 ‘어린 개‘의 순간은 온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고는 모르는 사랑이 있다. 감사하고 소중하게도 나는 그 사랑을 안다. 인생의 많은 사랑 중, 여전히 사랑하고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사랑이라고도 말해야겠다. 그 사랑을 알게 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이들이 있다. 인생에 한 번은 오게 되는, 어린 개의 순간을 만난 나와 이 책의 저자처럼.

개를 만지지 못하는 사람, 개와 함께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인생의 반전처럼 ’어린 개‘ 가 왔다. 어미와 남매들과 함께 산자락의 마을에서 발견되어 보호소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 중 바둑이를 데리고 오게 된 가족의 이야기. 개를 모르는 초조함과 두려움으로 개에 관한 책을 읽으며 그와 함께 할 세계를 한걸음씩 내딛는 저자의 이야기는 참 따스하고 뭉클하다. 더욱 감동스러운 것은 개와 함께하며 그 빠져나오지 못할 사랑을 알게 된다는 데 있다.

개를 만난다고 해서 누구나 그 크고 애틋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개를 버리거나 학대하거나 하는 비일비재한 현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수없이 많을 터다. 그러니 그 사랑을 누구나 가슴에 장착하는 건 아니다.그래서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나는 ’당신도 그 사랑을 알게 되었군요… 누군가의 말처럼 영혼의 어느 부분이 깨어나버렸군요…‘하고 그 사람에게 속말을 건넨다.

이 사랑을 알게 된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 개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고. 맞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이 차원이 다른 사랑을 안다. 그래서 단언컨대 사랑하지 않기란 매우 어렵다. 이 사랑을 알게 된 이들은 또다른 개들을, 여리디 여린 생명들을 접하며 더 나은 환경을 꿈꾸고 노력하고 도움을 주는 행동까지 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개가 주는 사랑은 지금,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사랑에도 한계는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도 조건도 없는 순수한 사랑, 서로를 마음껏 사랑하기만 하면 되는 사랑… 이 책에 그 사랑이 있다.

107p 어린 개와 사는 것은 그 전에 모르고 지났던, 모르고 지나고 아무 문제 없었던 삶의 여러 지평이 갑자기 넓어지는 일이었다.

148p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어도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리라는 이토록 완전무결한 믿음을 내게 준 존재는 루돌이가 처음이다. 그는 어떤 생색도 없이 그렇게 한다. 차원이 다른 사랑이다.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립하지않아도괜찮을까 #구희 #한겨레출판
.
.
30대 캥거루족 만화가 구희 작가의 이야기.
서른… 이 되면 뭐라도 되어 있을 것 같은 건 우리 공통의 소망이었나보다. 세상은 날로 화려해지고 발전하지만 어쩐지 더 살기 힘들어진 각박한 현실 속에서 헤쳐나가야 할 스스로의 삶 찾기 과제는 수두룩하니 말이다. 독립, 결혼, 출산…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가야함이 마땅하다고 이미 정해진 삶의 주제들.

든든한 지원군 부모라는 가족의 품을 아직 떠날 용기와 여유가 없는 구희 작가의 이야기는 젊은 우리 세대의 고민과 방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젠가는 가족의 품 안에서 걸어 나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야 함을 알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는 프리랜서 만화가의 현실적인 분투기. 돌이켜보면 나도 참으로 오랜동안 방황의 이쪽과 저쪽을 무수히 걸어다니던 사람이었다. 가족과 집이라는 안식처가 있었기에 이만큼 걸어올 수 있었으니, 구희 작가의 가족과 나 사이에서의 삶 찾기는 정말 나의 이야기 그 자체였다.

혼자 놀기의 달인 첫째 딸 구희, 감자칩 킬러인 둘째 딸 구죠, 뭐든 예술로 승화시키는 금손 엄마, 경제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성실한 가장 아빠의 투닥투닥 매일매일의 이야기. 200페이지를 넘는 이 분량으로이 귀여움을 누리기에는 어쩐지 좀 아쉽다.
가족과 나 사이의 삶을 찾아가는 구희 작가의 평범하지만 무탈한 일상의 장면들을 보며 무엇보다 드는 마음은 애틋함이다. 지난날의 나의 방황을 돌아보는 일이었고, 앞으로의 내가 또 걸어가야 할 길이었으므로.
어른이 된다는 건 그저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숫자에 불과한 나이가 아니라, ’나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거기서부터 진짜 시작이 아닐까 믿게 되는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
.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호랑골동품점
범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랑골동품점 #범유진 #한겨레출판
.
.
밤 11시에서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 ‘호랑골동품점’
은 사람들에게 ’귀신 들린 가게‘ 라고 불리는 곳이다.
호랑점을 만든 1대 호미는 아이 한 명을 어느날 이곳에 데리고 와 성인이 되던 날 갑자기 사라져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아이는 2대 호미가 되어 가게를 지킨다.
붙임성도 없고, 눈 코 입이 다 흐릿해서 귀신일 거라 오해 받는 2대 호미 ‘ 이유오‘와 그를 지키는 삽살개 ’동’. 소문이 무성하고 정체불명인 호랑점은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받는다.

나도 모르게 이끌리는 곳, 호랑골동품점을 가게 되면자신도 모르게 그곳의 끌리는 물건을 몰래 가지고 나오고야 만다. 판매 금지 품목인 골동품들. ‘자신과 비슷한 한이 응축된 사람을 끌어들여 가게를 벗어나’ 사고를 계속 일으키고야 마는, 그렇게 한을 풀어내는 물건들. 성냥, 와양쿨릿, 공중전화기, 래빗스 풋, 제웅, 콩주머니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콜센터 근무를 하며 열악한 근무 환경과 다양한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눈치를 보며 버텨나가는 사람,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며 늙어가면서도 끝내 추하게 살아가는 노인, 절친들을 사고로 잃고 꽃이 피면 자신도 죽겠다는 이, 결혼에도 실패하고 직장에서도 승진에 실패한 여자이자 엄마, 엄마를 죽이고 자신도 죽은 아빠때문에 고통 받는 한 아이. 호랑점의 판매 금지 골동품들은 그 사연의 주인공들과 만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기이하고 이상야릇한 호랑골동품점. 다양한 사연을 품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한을 가진 물건들. 기억이 깃드는 물건이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소설은 보여준다. 이제 나는 어떤 식으로든 물건이 가진 기억을 상상하게 될 것 같다. 어쩌면 기운을 느껴보기도 하겠지.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지만 어쩌면 더 현실같은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끝내 우리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형태의 외로움들이 소설 속 다양한 이야기들 안에 숨쉬고 있다. 혼자만 남게 된 외로움, 다시 혼자가 되는 것의 두려움… 그 외로움이 두려워 무엇이든 찾고 싶은 우리의 이야기. 삶은 결국 외로움과의 투쟁이 아닐까. 그렇게 투쟁하고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를 응원하는 이야기다.
.
.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