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개가 왔다
정이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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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개가왔다 #정이현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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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p 나는 이제 안다. 누구의 인생에도 ‘어린 개‘의 순간은 온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고는 모르는 사랑이 있다. 감사하고 소중하게도 나는 그 사랑을 안다. 인생의 많은 사랑 중, 여전히 사랑하고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사랑이라고도 말해야겠다. 그 사랑을 알게 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이들이 있다. 인생에 한 번은 오게 되는, 어린 개의 순간을 만난 나와 이 책의 저자처럼.

개를 만지지 못하는 사람, 개와 함께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인생의 반전처럼 ’어린 개‘ 가 왔다. 어미와 남매들과 함께 산자락의 마을에서 발견되어 보호소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 중 바둑이를 데리고 오게 된 가족의 이야기. 개를 모르는 초조함과 두려움으로 개에 관한 책을 읽으며 그와 함께 할 세계를 한걸음씩 내딛는 저자의 이야기는 참 따스하고 뭉클하다. 더욱 감동스러운 것은 개와 함께하며 그 빠져나오지 못할 사랑을 알게 된다는 데 있다.

개를 만난다고 해서 누구나 그 크고 애틋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개를 버리거나 학대하거나 하는 비일비재한 현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수없이 많을 터다. 그러니 그 사랑을 누구나 가슴에 장착하는 건 아니다.그래서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나는 ’당신도 그 사랑을 알게 되었군요… 누군가의 말처럼 영혼의 어느 부분이 깨어나버렸군요…‘하고 그 사람에게 속말을 건넨다.

이 사랑을 알게 된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 개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고. 맞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이 차원이 다른 사랑을 안다. 그래서 단언컨대 사랑하지 않기란 매우 어렵다. 이 사랑을 알게 된 이들은 또다른 개들을, 여리디 여린 생명들을 접하며 더 나은 환경을 꿈꾸고 노력하고 도움을 주는 행동까지 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개가 주는 사랑은 지금,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사랑에도 한계는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도 조건도 없는 순수한 사랑, 서로를 마음껏 사랑하기만 하면 되는 사랑… 이 책에 그 사랑이 있다.

107p 어린 개와 사는 것은 그 전에 모르고 지났던, 모르고 지나고 아무 문제 없었던 삶의 여러 지평이 갑자기 넓어지는 일이었다.

148p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어도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리라는 이토록 완전무결한 믿음을 내게 준 존재는 루돌이가 처음이다. 그는 어떤 생색도 없이 그렇게 한다. 차원이 다른 사랑이다.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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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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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지않아도괜찮을까 #구희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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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캥거루족 만화가 구희 작가의 이야기.
서른… 이 되면 뭐라도 되어 있을 것 같은 건 우리 공통의 소망이었나보다. 세상은 날로 화려해지고 발전하지만 어쩐지 더 살기 힘들어진 각박한 현실 속에서 헤쳐나가야 할 스스로의 삶 찾기 과제는 수두룩하니 말이다. 독립, 결혼, 출산…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가야함이 마땅하다고 이미 정해진 삶의 주제들.

든든한 지원군 부모라는 가족의 품을 아직 떠날 용기와 여유가 없는 구희 작가의 이야기는 젊은 우리 세대의 고민과 방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젠가는 가족의 품 안에서 걸어 나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야 함을 알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는 프리랜서 만화가의 현실적인 분투기. 돌이켜보면 나도 참으로 오랜동안 방황의 이쪽과 저쪽을 무수히 걸어다니던 사람이었다. 가족과 집이라는 안식처가 있었기에 이만큼 걸어올 수 있었으니, 구희 작가의 가족과 나 사이에서의 삶 찾기는 정말 나의 이야기 그 자체였다.

혼자 놀기의 달인 첫째 딸 구희, 감자칩 킬러인 둘째 딸 구죠, 뭐든 예술로 승화시키는 금손 엄마, 경제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성실한 가장 아빠의 투닥투닥 매일매일의 이야기. 200페이지를 넘는 이 분량으로이 귀여움을 누리기에는 어쩐지 좀 아쉽다.
가족과 나 사이의 삶을 찾아가는 구희 작가의 평범하지만 무탈한 일상의 장면들을 보며 무엇보다 드는 마음은 애틋함이다. 지난날의 나의 방황을 돌아보는 일이었고, 앞으로의 내가 또 걸어가야 할 길이었으므로.
어른이 된다는 건 그저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숫자에 불과한 나이가 아니라, ’나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거기서부터 진짜 시작이 아닐까 믿게 되는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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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골동품점
범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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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골동품점 #범유진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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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에서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 ‘호랑골동품점’
은 사람들에게 ’귀신 들린 가게‘ 라고 불리는 곳이다.
호랑점을 만든 1대 호미는 아이 한 명을 어느날 이곳에 데리고 와 성인이 되던 날 갑자기 사라져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아이는 2대 호미가 되어 가게를 지킨다.
붙임성도 없고, 눈 코 입이 다 흐릿해서 귀신일 거라 오해 받는 2대 호미 ‘ 이유오‘와 그를 지키는 삽살개 ’동’. 소문이 무성하고 정체불명인 호랑점은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받는다.

나도 모르게 이끌리는 곳, 호랑골동품점을 가게 되면자신도 모르게 그곳의 끌리는 물건을 몰래 가지고 나오고야 만다. 판매 금지 품목인 골동품들. ‘자신과 비슷한 한이 응축된 사람을 끌어들여 가게를 벗어나’ 사고를 계속 일으키고야 마는, 그렇게 한을 풀어내는 물건들. 성냥, 와양쿨릿, 공중전화기, 래빗스 풋, 제웅, 콩주머니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콜센터 근무를 하며 열악한 근무 환경과 다양한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눈치를 보며 버텨나가는 사람,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며 늙어가면서도 끝내 추하게 살아가는 노인, 절친들을 사고로 잃고 꽃이 피면 자신도 죽겠다는 이, 결혼에도 실패하고 직장에서도 승진에 실패한 여자이자 엄마, 엄마를 죽이고 자신도 죽은 아빠때문에 고통 받는 한 아이. 호랑점의 판매 금지 골동품들은 그 사연의 주인공들과 만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기이하고 이상야릇한 호랑골동품점. 다양한 사연을 품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한을 가진 물건들. 기억이 깃드는 물건이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소설은 보여준다. 이제 나는 어떤 식으로든 물건이 가진 기억을 상상하게 될 것 같다. 어쩌면 기운을 느껴보기도 하겠지.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지만 어쩌면 더 현실같은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끝내 우리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형태의 외로움들이 소설 속 다양한 이야기들 안에 숨쉬고 있다. 혼자만 남게 된 외로움, 다시 혼자가 되는 것의 두려움… 그 외로움이 두려워 무엇이든 찾고 싶은 우리의 이야기. 삶은 결국 외로움과의 투쟁이 아닐까. 그렇게 투쟁하고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를 응원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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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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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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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꽃 , 푸른숲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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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p 이 책을 끝까지 보고 나면, 꽃병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꽃이든 흙에서 자라나는 꽃이든, 꽃 한 송이에 대한 예술가의 반응이야말로 삶과 죽음에 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

화가들의 영감이자 상상이 꽃으로 다채롭게 피어나는 108가지 꽃 그림집.
예술가들의 개성과 매력만큼 색다르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있자니 역시 예술이란 무궁무진하고, 예술가에게 한계란 없다는 생각이 새삼 절로 든다. 그저 아름다운 꽃을 본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꽃들의 모습들은 화가들의 마음, 감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꽃과 풍경이 있는 방의 매력‘ 을 그려낸 ‘앙리 마티스‘ 의 <창가의 사프라노 장미>의 분홍색이 아름답다. 꽃도, 액자도, 테이블도, 하늘도, 건물도 분홍이다. 왠지 분홍빛 가득한 아름다운 신부를 생각나게 하는 사프라노 장미. 그런가하면 거친 붓질과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 ’작약‘은 같은 이의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난초의 영혼을 표현한 ’게르하르트 리히터‘ 의 <난초>, 아름답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존 싱어 사전트’ 의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 꽃의 자태만큼 꽃병이 돋보이는 ’윌리엄 니컬슨’ 의 그림 <시클라멘>, 생명력 넘치게 개성을 드러내는 ‘이본 히친스‘의 <꽃>, ’하세가와 게이카‘의 목판화 작품인 <국화>도 오묘하게 매력이 넘친다.

이토록 다양한 꽃그림을 보다보면 저마다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드러내는 꽃들이 진귀하게 느껴진다. 다채로운 꽃들의 신비로운 매력만큼 예술가들의 시선이, 상상이, 표현이 경이롭다. 꽃은 아름답지만 인생의 고통이나 위기만큼 애처로운 순간이 있기도 하다.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한 ‘앨버트 요크‘의 <백일홍 두 송이>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실물을 제대로 묘사한 것 같은 마치 진짜 같은 꽃들도 아름답지만 나는 오히려 그렇지 않은 꽃들도 매력적인 인상으로 다가왔다. ’인상주의풍의 가벼운 붓질‘이 돋보이는 ‘에드아르 마네‘의 <크리스털 꽃병에 담긴 꽃>, 귀여운 느낌이 물씬 나는 ‘메리 페든‘의 <보라색 탁자> , 달빛을 은은하게 받으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듯한 <달빛을 받는 꽃>같은 작품들이 마음에 꼭 들었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일본 화가의 작품들은 일본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개성과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시미즈 유코‘의 작품들이 그러한데 특히 <네덜란드 자전거>가 좋았다.

꽃이 피는 계절 봄에 <화가들의 꽃>을 만나는 행복을 누려보시길. 이 책을 펼치면 예술은 꽃이라는 말을 눈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될 것이니. 다채로운 꽃들의 매력만큼 화가들이 보여주고 싶은 예술의 세계는 무궁무진 그 자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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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제30회 한국 출판 평론상 출판평론 부문 우수상 수상작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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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역사적인도서관 #백창민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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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기란 어렵다. 책과 도서관이 공유하는 고요와 사색, 이를테면 정적인 동시에 읽는 이의 동적인 감각이 살아 숨쉬는 세계이자 공간.. 그래서 나는 책과 도서관을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의 도서관은 그저 정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도서관은 역사를 품고 있었다.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 등이 빚어낸 결과물이었고 근현대사와 함께 해 온 주역이기도 했다. 30개의 도서관을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도서관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나자면 어떤 탄생도 소멸도 쉬운 것이 없었다는 사실과 함께 이토록 다채로운 이야기가 숨쉬어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당대의 역사와 정치적인 상황이 맞물리다 보니 재미와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조선 최고 교육 기관이었던 ’성균관‘의 도서관이었던 ’존경각‘이 왜 살아남지 못했는지, 식민지 조선의 3대 도서관으로서 규모와 위상이 대단했던 ’철도도서관‘이 어떻게 역사의 현장에서 스러져 갔는지 그 아픔과 실패의 발자취 또한 더듬어볼 수 있다. 종로도서관 앞뜰에 서 있는 친일파 이범승 동상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공공도서관 건립을 주도한 도서관 선구자들이 모두 ‘친일파‘로 전락한 사실’, 그 주인공인 동상이 그대로 남아있는 현실, 일제 식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은 도서관 분야도 마찬가지라는 사실 등이다.

이렇게 정치적인 그늘 아래 있었던 도서관의 모습 외에도 투쟁과 민주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주인공이 되었던 도서관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도 없다.
혁명을 기념하는 단 하나의 도서관 ’4.19혁명기념도서관‘ , 유신 철폐 시위를 시작했던 ’부산대•경남대•동아대의 중앙 도서관‘, 전두환의 신군부에 맞서 일어난 광주의 민주화 운동- 그 참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광주의 많은 도서관, 헬기까지 동원해 초토화된 ’건국대 중앙도서관‘ 등이 그렇다. 도서관은 이렇게 역사의 굴곡에서 존재했고 살아남았으며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주인공이기도 했던 것이다.

도서관에 대한 방대한 연구와 자료 수집의 노고가 느껴지는 이 책에는 더 많은 비하인드가 녹여져 있다. 국가도서관에 대한 이야기, 사서도 모르는 도서관의 숨은 역사들, 책의 마지막에는 책에 실린 도서관의 정보를 실어내었다. 도서관이 현재에 있기까지의 수많은 여정들을 걷다보면 도서관이 그저 도서관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재미와 놀라움은 물론이고 고마움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역사와 정치 등 격변의 시대를 함께 했던 도서관 곳곳을 걸으며 그들이 간직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 자유민주주의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건네야 할 최소한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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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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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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