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같은 서정시 - 3.1운동 백주년에 다시 읽는
송희복 지음 / 글과마음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불꽃 같은 서정시 , 송희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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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백주년에 다시 읽는 불꽃 같은 서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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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 만세운동 100주년의 해다. 역사적으로 깊은 의미의 3.1운동에 그 날 이후로 100여년이 넘는 지금을 사는 우리가 이토록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은 많은 분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아픈 희생을 치뤘기 때문일 것이다. 험하고 고독한 희생의 발자취일지라도, 나는 우리의 역사를 뿌리깊은 나무처럼 사랑한다. 문학을 공부했고 많은 작품들을 전공 공부의 의미로 대하며 눈으로 읽어왔지만 사실 그 때는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시는 어렵고 다소 딱딱하다 여겼으며 시를 보면서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순간들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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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쯤되고 보니 시만큼 마음을 애틋하게 만드는 것도 없는 것 같다. 3.1운동 백주년에 다시 읽는 서정시라니, 인생은 그리고 삶은 또 시는 정말 제목처럼 불꽃같다는 생각이 든다. 불꽃처럼 한 순간 타오르는 생명력. 그러다 이내 저 어딘가의 공기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들. 그러나 모두 우리의 삶이다. 누군가의 가슴에는 남았을 여운이 불꽃의 마지막 기운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무릇 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3.1운동 백주년에 만나는 서정시들에 실린 불꽃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온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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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삶의 수많은 잔가지들이 송희복 저자님이 선정한 서정시들에 차곡 감겨있다. 1부는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으로, 2부는 우리말의 고결한 아름다움이, 3부는 시대의 아픔이, 4부는 삶을 관조하는 체념적 기운과 눈부신 명상이, 5부는 몽상이나 환각의 체험으로 메워져있다. 시는 그 자체를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도 나는 시에 대해 무지하기에 저자님이 대화하듯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안정되고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독자를 위한 서문에 작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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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뒷공론으로 기생하지 않으면 살 궁리를 제 혼자 준비하지 못하는 비평이, 어찌하여 심리적으로 독립하면서 늘 자족하는 창작의 완결된 가치에 비길 수가 있겠는가?” (6p, 불꽃 같은 서정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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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의 언어를 화자가 아닌 누군가의 언어로 다시 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감회와 통찰의 힘을 주기에 이른다. 그래서 시를 알지 못하고 보아도 잘 모르는 나같은 독자도 이 책이 풍요롭게 느껴졌고 우연히 스쳐 만난 길 위의 인연처럼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친일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시인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내 놓으며 그 전에 작품으로 다가가줄 것을 당부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친일이라니, 이런 건 말도 안돼’ 하던 마음이 잦아들고 그 시의 화자가 온전히 말하고 싶었던 그 삶의 풍경을 새삼 조금은 바라볼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저자님이 표현대로 비평은 한낱 뒷공론만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이 책의 많은 시들과 그것을 말하는 해설이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보다 많은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그래서 용기있게 시들에 침잠해 보았으면 한다. 모르고 스쳤거나 알고도 흘려보내버린 것들이 새삼 아득하면서도 이내는 가깝게 다가와 주었으니 우리 시의 가치는 차오르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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