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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콘돔 쓰렴 - 아빠의 성과 페미니즘 ㅣ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3
이은용 지음 / 씽크스마트 / 2018년 5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이은용이라는 분. 이 분은 올곧은 기사를 쓰려고 노력하는 50대 기자이시다. 그래서 그런지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가 눈에 띄었다. 또, 이 분은 한 여인의 남편, 한 아들의 아버지이시다. 그래서 그런지 글 속에서 따뜻한 말과 애틋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첫 번째 이유는 일상적으로 생각해오던 ‘불평등’에 대한 도전장을 던졌다는 점이다. ‘섹시’나 ‘순결’ 이라는 단어의 사용, ‘명절’에 일어나는 이야기 등 어쩌면 너무 일상적이라 신경 쓰지도 않았던 단어의 사용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던져주고 있다. 더불어, 최근 시사화 되는 성 관련 문제에 대한 쉽고 바른 해석이 있다. ‘캣콜링’이나 ‘샵 미투’등과 같은 것들에 대해 말이다. 페미니즘이나 남녀 싸움을 떠나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인권과 관련되는 것이다.
이 책이 좋았던 두 번째 이유는 쉽기 때문이다. 예민하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소설, 시 속의 장면이나 일상 생활 속의 장면을 끌여들어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속에 반영되어있는 여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남성의 로망과 판타지를 객관적으로 묘사하며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쉽게 읽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의 장점일 것이다.
쉽고 재미있게 적었지만 그 내용에 신뢰도가 있다는 것은 이 책이 좋았던 세 번째 이유이다. 그 내용이 작가의 생각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전문 서적에서 발췌해온 내용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책 뒤편에 있는 참고문헌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아마도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기자라는 직업이 갖는 장점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제목이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콘돔 사용과 관련한 내용은 아주 일부분만 나오지만, 왜 이런 책 제목을 택했을지 생각해보았다. 남성은 책임을 다하고 여성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기에 이 제목을 택했을 것 같다. 책 제목 때문에 가까운 사람에게 추천해줄 때 부끄러울 수 있을 것 같지만, 호기심 왕성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좋겠다.
책 구성과 관련하여, 좀 더 친절한 설명이 있다면 좋겠다. 처음 읽었을 때, 모든 주인공이 저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화자가 누구인지 찾는 데 오래 걸렸다. 결론은, 이 책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어딘가 존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려준다는 느낌으로 하루 한 주제씩 가볍게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예리한 시각에서 간결하고 단호한 문체로 쉽게 풀어 적혔지만 그 속에 따뜻한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책이 어떤 구성으로 엮어진지를 이해한다면 생활 속에서도 생각나는, 서서히 젖어들어가며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