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후 우울증인 것 같아요 - 좋은 엄마를 꿈꾸던 어느 심리 상담사의 산후 우울 극복기
양정은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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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출산을 겪는 여성의 대다수가 경험한다는 우울증. 한 프로그램에서 이 우울증은 호르몬의 변화로 생기는 것이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고,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강의를 본 적이 있다. 호르몬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이 우울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임신 7개월차에 접어드니 다행히 임신중 우울증은 없는 것 같은데, 산후 우울증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런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열심히 일을 하던 한 심리 상담사 두 아이의 임신,출산을 겪으며 경험한 산후 우울증에 대해 다루고 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3장까지는 산후우울증 연대기, 일기 같은 느낌으로 쓰여져있다. 책에 쓰여있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듯 했다. 거대하고 축축하게 젖은 듯한 우울감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한 저자는 얼마나 힘들까... 이 책에서 우울감을 전달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머리로 이해하면서 마음으로는 직접 닿지 않게 조심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인 3장이다. 산후우울증이 무엇인지, 어떤 마음에서 기인하는지,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상세히 쓰여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를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싶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내용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애도가 우선이다.'라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모성애라는 숭고한 개념 아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던 나의 삶의 일부분이 송두리째 바뀌거나 없어져버린 것에 대한 슬픔을 자각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아이가 예쁘고 이 생활이 얼마나 만족 또는 불만족스러운지를 떠나, 엄마가 되기 이전의 삶과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없어지고 사라진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임신을 준비하면서 '아이가 생기면 지금과는 같지 않겠지. 내가 잃는 것은 무엇이고 얻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엄마가 되는 일은 기쁜 일인데.' 라는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다. 이런 사소한 생각이 우울감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사라진 것에 대해 인정하고 슬퍼하고 우울한 것을 지나, 새로 얻게되는 것에 대한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순서가 되겠다.

이 책은 잘 보관하고 있다가, 먼 훗날 내가 힘들 때 다시 꺼내보고 싶다. 그때는 '나만 힘든 게 아니야. 나를 위로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생각하며 위안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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