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뇌과학자 -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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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사회적 사이코패스의 과학적 자서전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2020)』

뇌의 특정 부분에 문제가 발생해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인 ‘사이코패스’와,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사람인 ‘뇌과학자’. 두 단어가 나란히 있으니 무척 생경하고 어색하다. 이 책은 그저 평범한 사람인줄 알았던 뇌과학자가 자신이 사이코패스임을 깨닫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저술하는 자서전과 같은 책이다. 자극적인 미디어로 인해 사이코패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줄 알았던 나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게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키워 생활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일리노이 의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현재는 UC어바인에서 의대생, 학부생, 신경정신과 임상의들에게 신경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이다. 약 50년의 기간 동안 본인이 사이코패스인지 모르고 생활하다가 사이코패스를 주제로 연구할 때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뇌 사진이 다른 사이코패스의 뇌사진과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이야기를 자서전처럼 풀어 쓴 것이 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이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해를 도와 의학적, 법률적으로 다듬어지기를 바랐다.

책의 구성이 정말 잘 되어있다. 나는 미디어에서 바라보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닮았을 뿐, 그것이 무엇인지 정말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았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것은 의학적으로 정의되지 않았다는 것,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검사가 있다는 것, 사이코패스의 뇌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부터 설명한다. 그리고 자신의 유년시절을 스스로 돌아보기도 하고, 타인이 바라본 자신의 모습을 서술한다. 겪었던 정신적 어려움과 사랑을 느꼈던 과정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으며, 사이코패스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을 상세하고 자세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서술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유의 유머스러운 문체로 너무나도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본 저자가 자신의 유머 코드를 담아 재미있게 쓴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번역하신 분의 실력이 굉장히 뛰어난 이유이기도 하겠다. 영어 번역투가 거의 드러나지 않게 자연스러운 언어로 잘 번역을 하였고 우리의 정서에 맞게 유머를 돌려 설명하기도 했다. 읽으면서 어색한 부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누가 읽더라도 매력을 느낄 것이다.

신경정신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일반인에게도 이 책은 의미있다. 사이코패스는 드문 질병인데다 친사회적 사이코패스이면서 본인 스스로 사이코패스임을 깨달은 사람, 심지어 그가 뇌과학자라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의 분석적인 자서전이다. 신경정신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연구의 기초가, 일반인에게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게 되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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